•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나의 주말

    뮤지컬 '엘리자벳'을 보고

    조대환 변호사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슬픔과 죽음의 그림자는 언제나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일까? 실존인물인 19세기 유럽최대의 황실가문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프란츠 요제프 1세(Emperor Franz Joseph I)의 부인 엘리자벳(Elisabeth)의 일대기를 죽음(Death)과 사랑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로 다룬 뮤지컬 엘리자벳은 한 여인이 간직한 인간적 고뇌와 삶의 무게, 사랑의 아픔을 노래한다. 특히, 이 작품은 멋진 솔로곡과 웅장한 합창 못지 않게 아름다운 선율을 대화하듯 풀어내는 이중창, 삼중창 등 중창의 매력이 돋보이는 뮤지컬이다. 이 작품 탄생 20주년을 맞아 한국 초연인 이번 공연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뮤지컬계의 디바 옥주현과 김선영이 엘리자벳을, 해외에서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JYJ의 김준수가 죽음으로 출연하여 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극은 엘리자벳이 일생동안 죽음을 사랑하며 스스로 죽기를 원했다는 그녀의 암살범 루케니에 의해 진행된다. 루케니는 증인을 세우기 위해 그 시대의 죽은 자들을 다시 깨우며 과거의 이야기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자유롭던 어린 시절을 보낸 소녀 씨씨는 드라마틱한 우연으로 한 순간에 오스트리아의 황후의 자리에 오르지만, 황실의 엄격한 규율 속에 자유를 빼앗긴 채 실로 양팔을 매단 꼭두각시 인형처럼 주위의 조종을 받는 황실생활에 불행함을 느낀다. 사사건건 행동을 제약하며 괴롭히는 시어머니와 빼앗긴 아이들의 양육권, 큰딸의 죽음, 남편의 외도에 대한 배신감 등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20년에 걸쳐 자유를 찾아 유럽전역을 떠돌며 가는 곳마다 화제를 모은다. 유년시절 나무에서 떨어진 그녀는 신비롭고 초월적인 존재인 죽음과 마주치면서 그녀 곁엔 늘 죽음이 함께 한다. 죽음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엘리자벳의 개인적 고통을 더 잘 보여주는데, 죽음의 유혹과 이를 벗어나려는 엘리자벳의 화려하고 격정적인 춤과 노래는 관객 모두를 빠져들게 만든다. 사랑하는 큰 아들의 자살을 목격하고, 더욱 고독해진 그녀는 끝내 죽음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살해당해 세상과 이별하게 된다. 엘리자벳의 빼놓을 수 없는 색다른 캐릭터 죽음은 인간도 신도 아니지만 그만의 치명적 매력을 가지고 그녀의 심리상태를 보여 주듯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 외로움을 채워주거나 사랑의 질투에 빠진 남자로, 때론 삶의 희망을 절망으로 변화시키는 악마로 그녀를 따라 다닌다.


    엘리자벳의 앙상블은 락, 팝,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음악뿐 아니라 그 시대의 화려한 궁전과 패션을 재현하고, 죽음의 다리, 꼭두각시 인형극, 호수의 나룻배 등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무대전환으로 극의 몰입도를 더해 준다. 이 작품 속 노래들은 맘마미아, 지킬앤하이드, 노트르담드파리 이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같다.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에 뮤지컬 모짜르트의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의 멋진 가사를 실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엘리자벳과 황제의 듀엣곡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Boats In The Night)', 한편의 시를 읊으며 유혹하는 듯한 죽음의 '그림자는 길어지고(The Shadows Grow Longer)', 엘리자벳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돋보이는 '나는 나만의 것(I Belong To Me)' 등은 들을수록 더 느낄 수 있는 음악이다. 겉보기엔 온갖 부귀와 영화를 누릴 것 같은 황실의 삶이 그 속에서 한 개인의 삶으로선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이 물질적 풍요로움만을 쫓는 요즘 세태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듯하다. 그녀의 흥겹고 자유분방하면서도 가슴 한구석 응어리진 슬픔과 비극적인 한의 정서는 굴곡 많은 우리 한민족 여인의 정서와 닮아 여성 관객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행과 불행은 우리 곁에 너무나 가까이 있어 자유와 행복을 향한 갈망이 집착이 되면 또 다른 불행이 될 수 있어 행이든 불행이든 이를 즐길 줄 아는 삶의 지혜가 더 필요하진을까 생각해 본다.
    마세라티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