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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특허침해금지가처분에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의 의미

    조원희 변호사(법무법인(유)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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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Apple, Inc. v. Samsung Elecs. Co., Ltd. 678 F.3d 1314 (Fed. Cir. 2012)

    지난 달 세간에 관심을 끌던 애플과 삼성의 특허침해사건에 대한 미국 연방항소법원(the Federal Circuit Court of Appeals)의 판결이 선고되었다. 원심은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되었는데, 한국계인 루시 고(Lucy Koh)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여 더 유명해지기도 했다. 애플은 이 사건에서 모두 4개의 특허에 대한 특허침해를 주장하였는데, 3개는 디자인 특허이고 1개는 실용신안 특허였다. 임시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구했던 삼성의 제품은 스마트폰인 갤럭시 S 4G와 인퓨즈 4G, 그리고 태블릿인 갤럭시 탭 10.1이었다.

    원심에서의 판단을 간략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 법원에서 임시적 금지명령을 발명하기 위한 요건은 4가지로, 본안에서의 승소가능성, (금지명령이 발령되지 않는다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irreparable harm), 양 당사자들 사이에서의 이익형량 및 공익(public interest)이다(Winter v. Natural Res. Def. Council, Inc., 555 U.S. 7 (2008)). 특허침해 사건에서 본안에서의 승소가능성은 침해와 무효 가능성이다. 원심은 각 특허에 대하여 위와 같은 요건들을 하나씩 검토하였다. 먼저 (i) 미국 디자인 특허 제593, 087호("087 특허")와 관련하여, 선행기술을 근거로 무효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즉, 본안에서의 승소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아) 신청을 기각하였다. (ii) 미국 디자인 특허 제618, 677호("677 특허")와 관련해서는, 침해 가능성은 인정하였으나 애플이 삼성의 침해 제품의 수입, 판매로 인하여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는 점에 대해 소명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역시 신청을 기각하였다. 애플은 삼성의 판매로 인하여 애플의 디자인과 브랜드에 있어서의 차별성이 훼손되었고 그로 인하여 good-will과 시장 점유율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삼성의 침해행위와 애플의 고객이나 시장점유율의 손실 사이의 인과관계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적은 비율의 스마트폰 구매자들만이 디자인 때문에 제품을 구매한다는 증거를 근거로 디자인 특허의 침해가 곧바로 제품 판매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또한 애플이 임시적 금지명령의 신청을 지체한 것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인정하기 어려운 요인이라고 보았다. (iii) 미국 디자인 특허 제504, 889호("889 특허")의 경우, 원심은 애플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의 개연성을 소명했다고 판단하였다. 889 특허는 태블릿의 외관 디자인에 대한 특허인데, 원심은 삼성의 갤럭시탭 10.1이 889 특허와 대체로 동일하다고 판단하였다. 태플릿의 경우 스마트폰에 비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함에 있어 디자인이 더 중요하므로, 889 특허의 침해로 인하여 애플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원심은 무효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애플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889 특허가 1994년에 로져 피들러(Roger Fidler)에 의해 개발된 프로토-타입 태블릿과 HP의 태블릿 TC 1000을 결합하는 경우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iv) 마지막으로 미국 특허 제7, 469, 381호("381 특허")와 관련하여, 원심은 삼성의 무효 주장을 배척하고 본안에서의 승소 가능성을 인정했고, 양 당사자들 사이에서의 이익형량 및 공익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애플이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소명하지 못했다고 하여 결국은 임시적 금지명령을 인용하지 않았다. 애플이 시장 점유율, 고객이나 good-will에 있어서의 피해와 381 특허의 침해와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였으며, 나아가 381 특허의 라이센싱 과정도 애플에 불리하게 작용하였다고 보았다. 결국 원심은 애플이 임시적 금지명령을 신청한 4건의 특허 모두에 대해 기각 판결을 하였다.

    애플은 원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였고, 앞서 언급한 쟁점들이 모두 항소심에서 다투어졌다. 결론적으로 애플의 항소 중 087특허, 667특허 및 381 특허에 대한 항소는 기각되었고, 889 특허에 대한 항소는 받아들여져 889 특허에 관한 판결 부분만 파기되어 원심에 환송되었다. 원심은 889 특허에 대한 판단에서 무효 가능성에 주목했으나 항소법원은 889 특허는 무효가 아니며 삼성은 889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인정하였다. 특히, 주목을 끌었던 것은 667 특허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면서, 연방항소법원이 밝힌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의 요건에 관한 판시이다. 애플은 667 특허와 관련하여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원심에 대해 다음의 두 가지 반박을 하며 항소를 제기하였다. 첫째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주장함에 있어 인과관계를 소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고, 둘째 소비자들이 어떠한 동기에 의해 제품을 선택하는지가 회복 불가능한 손해와 관련된다 할지라도 애플이 제시한 증거들에 의해 이미 침해와 애플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소명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항소법원은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침해가 손해를 야기하였다는 사실을 우선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하였다(Voda v. Cordis Corp., 536 F.3d 1311 (Fed.Cir. 2008)). 만약 소비자들이 특허받은 사항(patented feature)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하여 그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라면, 침해제품으로 인한 판매의 손실이 특허권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침해행위와 무관하게 판매가 감소될 것이라면 회복 불가능한 손해의 개연성은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i4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송(i4i Limited Partnership v. Microsoft Corp., 598 F.3d 831 (Fed.Cir. 2010))을 근거로 임시적 금지명령의 발령에 있어 인과관계가 필요하지 않다는 애플의 주장에 대해서는 판례를 잘못 인용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삼성의 판매가 관련 시장에 또는 애플의 시장 점유율에 극적인 영향을 줄 만큼 위협적이지 않으므로, 인과관계의 문제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애플이 제시한 증거에 의해 인과관계가 소명되는지와 관련하여,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금지명령을 구하는 당사자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의 위험에 처해 있음을 명확하게 소명해야 함("a clear showing")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위 Winter 판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삼성의 판매로 인하여 애플의 약간의(insubstantial)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다는 정도의 소명만 있었는데, 이것만으로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수천억원의 배상판결을 수시로 선고하는 미국 법원이 임시적 금지명령은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이 사건에서 결론은 2:1로 나뉘었다. 실체 판단에 있어서는 같은 의견이었으나, 자판을 할 것인지 아니면 환송을 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의견이 갈렸다. 오말리(O'Malley) 판사는 다수 의견과 달리 889 특허에 대한 임시적 금지명령을 항소법원이 직접 선고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시 원심에 환송하여 심리하도록 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는 지연을 초래하기 때문에 긴급을 요하는 임시적 금지명령의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비록 원심이 889 특허와 관련해서는 이익형량이나 공익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으나, 381 특허와 관련하여 스마트폰 분야에서의 이익형량이나 공익에 대한 요건을 검토하였으므로 태블릿 분야에서 이를 원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브라이슨(Bryson) 판사와 프로스트(Prost) 판사는 소수 의견대로 스마트폰 분야에서의 판단을 쉽게 원용할 수 있다면 원심에서의 판결이 지체되지 않을 것이고, 만약 쉽게 원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심리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므로 이는 원심의 판단에 맡겨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아무튼 소수 의견이 밝혀지고 재판부 내에서 논쟁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은 미국 판결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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