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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광장

    화려한 패자부활전 있는 사회가 그립다

    이창현 교수(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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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3월부터 변호사 업무를 휴업하고 교수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교수로서 아직 초년병이기에 지난 1년여간 로스쿨이나 법대 학부 학생들과 함께 보내면서 80년대 초반의 대학생활, 사법연수원과 검사 그리고 변호사생활을 회상 내지 비교하며 지금의 로스쿨과 대학생활을 살펴보게 된다.

    대학의 분위기는 80년대 초반과 너무나 다르다. 1년 내내 시위하는 모습이 전혀 없고 그냥 천천히 흘러가는 강물과 같이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것 같다. 학생들은 과연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찾고 있을까. 모두 다른 것 같고 직접 묻기 전에는 통 짐작할 수도 없다. 물론 공통점을 찾는다면 '좋은 직장 취업'임은 분명하고 그러다보니 별로 여유도 없고 솔직히 좀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다수의 법조인과 같이 로스쿨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그래도 법대로 진학하지 않았다가 법학에 흥미를 느끼고 고시학원이나 독학으로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대학에서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공부를 해보려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하게 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학진학으로 인생이 '거의' 결정되는 학벌사회에 새로운 변화가 있을 수도 있을 것으로 '순진하게' 기대했었다.

    사법시험 합격생수를 1,000명으로 늘린 후에 서울대 출신의 합격률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였고 로스쿨 총 정원 2,000명 중에서 서울대 로스쿨의 정원이 150명이어서 서울대 출신의 비중이 더 줄어들고 지방대 출신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서울대 학부 출신이 전국 로스쿨로 대거 진학하는 바람에 서울대 출신의 비중은 오리려 높아지고 있다. 이를 막을 도리는 없으며 그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로스쿨의 인기가 대폭 떨어지는 것뿐이다.

    이것보다도 더 중요하고 심각한 현상은 소위 비명문대 출신은 전교 1등으로 졸업을 해도 로스쿨 진학이 사실상 봉쇄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로스쿨은 자기 대학의 학부 수준보다 낮은 대학 출신자들을 거의 외면하고 있으며, 상당수 지방대 로스쿨의 경우에는 자기 대학 출신자들까지도 별로 합격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일수록 소위 명문대 로스쿨 출신이나 최소한 소위 명문대 학부 출신을 선호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결정적인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대입 재수, 반수뿐만 아니라 로스쿨 재수, 반수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로스쿨 출신 법조인을 평가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준이 로스쿨과 그 학점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로스쿨의 학점은 기본적으로 상대평가이지만 원어강의과목 등은 제외될 뿐만 아니라 재수강을 통해 학점을 세탁할 수가 있으며 일부 로스쿨의 경우에는 갖가지 편법을 허용하여 결과적으로 학점차이는 별로 의미가 없게 된다. 상당수 로스쿨이 LEET(법학적성시험) 시험일에 자체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미 응시자는 장학금 선정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로스쿨 학생들이 반수를 위하여 LEET 시험장에 가고 있다. 심지어 로스쿨 면접시험에서 당당하게 다른 로스쿨 재학생임을 밝히는 응시자도 있다.

    로스쿨 학생들이 왜 재수, 반수까지 고민하고 있을까. 결국 취업이 문제이고 그 취업에는 로스쿨에서 무엇을, 얼마나 배웠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로스쿨 출신이냐가 관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험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으로 바꾸는 것이 로스쿨이라고 하였는데, 지금 펼쳐지는 모습은 '학벌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되고 말았다. 공정한 사회를 지향한다면서 가장 공정하였다고 인정받아온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거의 대부분을 합격시키면서 성적도 공개하지 않는 변호사시험의 가치는 과연 무엇으로 평가될 수 있겠는가.

    지난 겨울방학 중에 외대에서 대학 편입학 시험 감독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날 출근길에 전철역에 내려서 학교 정문에 이르기 까지 상당한 거리를 거의 줄을 지어 걸어가면서 수많은 편입학 학원측이 배부하는 전단지와 격려 선물을 받기도 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경쟁률이 84.2:1이었다. 서울의 소위 주요대학들이 편입학 시험 일자를 달리하면서 학생들은 여러 대학의 시험을 계속 치면서 귀한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게 과연 교육인가. '대학세탁'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젊은 청춘들은 멍들고 있다. 누가 이렇게 만드는가. 이 사회가 학벌을 최고의 가치로 보고 최고의 평가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두가 여기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며 깨어 나오질 못하는 것이다. 황우석 전 서울대교수가 경기고가 아닌 대전고를, 서울대 의대가 아닌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였기에 그동안 많이 힘들어서 더욱 성공하고 싶었다는 인터뷰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도대체 학벌 콤플렉스에서 자신 있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정말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전과자 낙인'보다 심한 이 학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시험 감독을 하는 1시간 동안 참 씁쓸한 느낌으로 학생들과 눈이 마주치는 것이 괜히 죄스러웠다. 따지고 보면 나도 피해자이고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이 피해자이므로 여기에서도 1% 내지 0.1%의 가해자와 대립구도를 잡고 싸울 수밖에 없단 말인가.

    화려한 패자부활전이 있는 사회가 정말 그립다. 해결책은 영영 없는가. 우선 법조인들부터 '학벌이 부족하지만 잠재력이 있는 인물'을 찾아내어 열심히 키우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 주시면 얼마나 고마울까. 그래서 이 땅의 청춘들이 학벌에 기죽거나 목숨걸지 않고 희망을 키울 수 있다면 그 법조인이 정말 최고의 멋쟁이인 것이다. 나는 그 법조인께 지금 이 시대의 "진정한 참 애국자"라 부르고 싶다.

    화려한 패자부활전이 반드시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법조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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