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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영화 '광해'를 보고

    조대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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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참신한 소재와 스토리로 세대와 연령을 초월해 단기간에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폭풍 흥행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 왕권다툼과 정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해 독살위기에 놓인 광해군을 대신해 보름간 왕 노릇을 하게 된 광대 '하선'의 이야기를 코믹, 스릴러, 멜로,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엮어 수많은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1인 2역을 맡아 광대에서 왕으로 변해가며 코믹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친 이병헌을 비롯해, 전설의 카사노바에서 진지한 킹메이커가 된 류승룡, 광해의 우직한 호위무사 김인권, 어린 수라간 궁녀 사월이 심은경 등의 탁월한 연기 내공이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외모가 꼭 닮은 왕자와 거지가 신분을 뒤바꾸어 다양한 사건으로 상대의 체험을 하며 권력자의 횡포와 민중의 현실을 깨닫게 된다는 미국의 문호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소설 '왕자와 거지(The Prince and the Pauper)'처럼, 한낱 천민이 왕이 되어가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흥미와 정서적 쾌감을 안겨준다. 자기 백성을 귀하게 여기고, 인간을 돌볼 줄 아는 지도자 '하선'을 통해 광해, 허균 등의 실존인물이나, 대동법, 등거리외교, 호패법 등 실제 역사 속 사건들을 현대의 정치사회적 관점으로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대역왕에서 진정한 왕의 면모를 나타내기 시작한 하선이 사리사욕에 찬 대신들을 꾸짖으면서 한 '부끄러운 줄 아시오', '임금이라면, 백성들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하선을 통해 진정한 왕의 모습을 깨달은 킹메이커 허균이 하선에게 한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 정녕 그것이 그대가 꿈꾸는 왕이라면 그 꿈 내가 이뤄드리리다' 등의 명대사들은 혼란스러운 현실 정치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좌표를 제시하는 듯해, 뮤지컬의 주옥 같은 넘버 못지않은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사극의 형태를 빌어 현실사회와 정치를 풍자하는 작품들은 그 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조선 중종시대 폐비 윤씨의 폐위사건 당시 궁중 암투에 휘말려 부모를 잃고 수라간 궁녀로 최초 어의녀가 되는 장금의 삶을 재구성해 한류드라마를 이끈 '대장금', 소설 동의보감을 바탕으로 조선 최고의 명의 허준의 삶을 그린 드라마 '허준'도 있다. 스승 유의태와의 극적 만남과 역병 든 자들을 극진히 보살피는 뜨거운 인간애를 느끼게 한 '허준'의 휴머니즘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밖에, 조선 건국의 마키아벨리스트라 할 수 있는 태종 이방원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용의 눈물', 후삼국과 고려건국의 역사를 다룬 드라마 '태조왕건', 한민족 최초의 여왕 신라 선덕여왕을 소재로 각색한 드라마 '선덕여왕', 그리고 '동이', '이산', '추노', '최종병기활'까지 시청률 50%대를 훌쩍 넘기거나 기록적 관객을 모은 사극들이 많다. 역사극은 현대극과 달리, 역사라는 소재의 특이성 이외에, 과거의 역사를 빌어 현실사회를 비판하거나 당시의 인물을 통해 우리가 바라는 영웅의 모습이나 리더십을 이야기 하며, 사회적 이슈를 함께 논의할 수 있게 한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지 않은 사극의 경우 역사를 오도한다고도 하지만, 그 시대의 등장인물이나 사회상황의 제약에 따라, 더 많은 극적인 요소를 담아내어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 같다.

    요즈음 사극의 경우 단순히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전통적인 사극만이 아니라,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닥터진', '아랑사또전'과 같이 역사적 내용을 다루기 보다는, 퓨전, 판타지 등 현대극과 결합하거나 역사적 사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로 구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극들은 현대극과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설정 등으로 기대한 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유롭지 못하거나 이상을 꿈꾸는 사극의 스토리와 배경은 오히려 현실의 규범과 구속을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의 모습을 그려내게 하는 힘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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