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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세계성년후견학술대회를 다녀와서

    제철웅 교수(한양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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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협약 가입국, 성년후견제 운영 등에 협약 준수" 공감

    지난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호주 멜버른에서 제2회 세계성년후견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호주 신상후견 및 재산후견 위원회(AGAC)가 국제 후견네트워크(IGN)와 협조해 주최하고, 빅토리아주 공공후견인청(OPA)이 후원하였다. 총 14개국에서 400 여명이 참가해서, 이틀간의 학술대회와 17일 workshop을 가졌다. 2010년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제1회 세계성년후견학술대회의 성과는 단연 요코하마 선언에 있다. 이번 대회는 "성년후견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주제로 하였다. 



    첫 날 개회식에 이어 오전 및 오후에 각각 5개의 소주제세션에서 각 세션별 4명의 발표자가 다양한 주제로 발표하였다. 하이라이트는 오후의 종합세션 발표였다. 헝가리의 국제인권단체인 정신장애인 권리옹호센터 책임자이자 영국변호사인 Lewis의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한정후견인이 정신분열증을 앓던 피후견인 Stanev를 그의 의사에 반하여 정신요양시설에 입소시켰는데, 불가리아 법에 따르면 피후견인이 한정후견인 선임을 다투거나 정신요양시설 입소를 다툴 수 없었다. 이 사건을 심의한 유럽인권재판소 전원부는 2012년 1월 17일 불가리아가 Stanev의 인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Lewis는 또 체코 청년이 정신병치료약을 과다복용해 소란을 일으키자 제3자에 대한 위험이 없었음에도 일시적으로 벨트로 결박해 감금한 사안을 유럽인권재판소에서 심리했다고 보고하였다. 대회가 끝난 후인 10월 18일, 유럽인권재판소는 체코가 그 청년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하였다. Lewis는 이 두 사건이 정신장애인의 인권보호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하였다. 

    16일 오전의 종합세션에서는 장애인권리협약 위원회 의장인 McCallum 교수의 발표도 인상적이었다. 의사결정능력상의 장애를 겪는 모든 사람(피후견인을 포함)은 장애협약상의 장애인 개념에 포섭될 수 있는데, 그는 장애협약의 가입국은 성년후견제의 형성과 운영에서 협약 제12조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즉 의사결정능력상의 장애를 겪더라도 이들은 타인과 동일한 기반 위에서 법적 능력(legal capacity)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하며(협약 제12조 제2항), 그 법적 능력의 행사에 지원이 필요하다면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령 후견제도)가 제공되어야 하며(제12조 제3항), 그 조치는 본인의 의사, 선호도를 반영해야 하고, 그 조치는  개인의 상황에 맞춘 것이어야 하며(개별적 특성의 고려), 가장 단기간 동안이어야 하고, 사법기관 등이 그 조치를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제12조 제4항). 그는 행위능력을 포괄적, 일률적으로 박탈 내지 제한하는 것은 배제해야 하며, 오히려 피성년후견인을 조력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McSherry 교수의 발표도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요보호성인의 정신능력이 있다거나, 부족하다거나, 없다는 등으로 판단하는 상태적 접근(Status Approach)은 의사결정능력을 고정적으로 파악함으로써 피후견인의 잔존능력을 무시한다면서, 정신장애를 앓았지만 밝은 삶을 살았던 자신의 이모의 예를 들어 이 접근방식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였다. 의사결정능력은 시간에 따라, 사안에 따라, 환경에 따라 가변적임을 고려하여 기능적으로 파악(functional approach)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새로운 성년후견제 하에서, 가정법원은 의사결정능력에 가변성이 있는지, 따라서 조력이 필요한지 여부(기능적 접근)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 본인의 정신감정을 의뢰해야 할 것이고, 또 필요한 보호조치(후견인의 선임 기타 필요한 조치)의 수위와 내용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기능적 접근방법은 더 나아가 후견인에게도 활동모델을 제시한다. 즉 후견인은 피후견인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조력하되, 그에게 의사결정능력이 없을 때 비로소 그를 대신하여 의사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피후견인에게 의사결정능력이 없을 때 후견인(또는 가정법원)은 무엇이 피후견인의 최선의 이익인지를 숙고해서 그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16일 오전의 종합세션에서 영국 보호법원의 Lush 판사가 이 문제를 다루었다. 그는 영국 보호법원이 활용하는 대차대조표 방식을 설명하였다. 어떤 결정을 할 때 본인에게 유익한 부분과 불이익한 부분으로 나눈 후 각 항목을 나열하고 양자를 비교해서 본인에게 더 유익한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반(半)식물인간상태에 빠진 한 여성의 생명유지장치 제거 사건을 보호법원이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그 예로 들었다. 

    그 밖에 15일 오후의 종합세션에서는 빅토리아 주의 성년후견제도의 개혁안을 준비한 법률위원회(Law Commission)의 활동을 Rees 교수가 설명하였다. 빅토리아 주는 영국법의 영향을 받음직한데, 영국과 다른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영국도 공공후견인청(OPG)이 있는데, 빅토리아 주는 다른 명칭의 공공후견인청을 두고, 그 기능에도 차이가 있다. 성년후견법 개혁안도 영국의 정신능력법(the Mental Capacity Act)과는 그 초점이 상당히 달랐다.

    필자는 15일 오전의 제1세션에서 한국의 성년후견제도가 장애인권리협약 제3조의 원칙에 부합될 수 있으려면 어떤 일을 더 해야 할지를 발표하였다. 17일의 workshop에서는 새로운 성년후견제도의 장·단점을 발표하였다. 두 발표를 통해 필자는 다음의 내용을 설명하였다. 첫째, 행위무능력자제도는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의 행위능력을 일률적으로 박탈 내지 제한하는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너무 커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새로운 성년후견제도의 장점은  신상보호의 영역에서 피후견인의 자율성,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에 있다. 즉 피후견인 스스로 신상관련 의사결정을 하되, 의사결정능력이 없을 때 비로소 보충적으로, 법원으로부터 신상관련 결정권한을 부여받은 후견인이 대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데, 이는 장애협약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셋째, 이런 보충성 원칙은 재산후견의 영역에서는 관철되지 않았고, 피후견인의 행위능력을 박탈 내지 제한하는 제도도 존속된다. 그러나 새로운 성년후견제도 하에서는 피후견인의 의사결정능력의 쇠퇴 정도에 따라 후견의 유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일본이 그러하다), 피후견인의 생활상의 수요를 반영한 후견이 가능하도록 하였다는 점(특정후견이 그 예이다)은 다행스럽다. 넷째, 피성년후견 또는 피한정후견인이 되면 공법상, 사법상의 자격 내지 권리가 박탈되는 현행 제도(관련 법률이 300여개가 넘는다)가 새로운 성년후견제도 하에서도 존속될 가능성이 있고, 이런 법률규정들이 모두 폐지되지 않는 한 성년후견제도는 종이상의 인권존중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다섯째, 그러나 법무부, 대법원, 보건복지부 등이 새로운 성년후견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설명하였다. 그것이 성공적일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국제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다른 세션에서도 흥미로운 주제들이 발표되었다. 실제 상황에서 의사결정능력을 어떻게 판정할지, 의사결정에 피후견인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방법, 시민후견인의 역할, 양성에 관한 것, 피후견인의 성적 자기결정 문제, 생명연장치료의 거부 문제 등이 여러 세션에서 다루어졌다.   

    이렇게 제2회대회는 끝났고, 제3회대회는 2014년 미국 워싱톤에서 개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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