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고미술 이야기

    (23) 양교영매첩

    김영복 KBS 진품명품 감정위원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양교영매첩은 연안이씨 집안에 전해오는 매화서첩이다. 연안이씨 집안에는 월사 이정구(月沙 李廷龜: 1564-1635)가 명나라 말에 중국으로 사신 갔을 때 가지고 온 단엽 홍매가 전해져 오고 있었다. 이름하여 월사매(月沙梅), 또는 대명매(大明梅)라 불린다. 이 매화는 창덕궁 안에 한 그루 심고 월사의 산소가 있는 가평 선영 앞에도 한 그루 서 있다. 집안에서 이 매화는 분재를 하거나 옮겨 심어서 여기저기 많이 전해지는데 필자도 묘목을 가져왔으나 잘 살려내지를 못해 현재는 기르고 있지 않다. 이 매화는 조선 후기로 내려오면서 집안뿐만 아니라 많은 문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다. 이 첩 또한 그 중 하나다.

    어느 날 춘소 이연익(春沼 李淵翼: ?-1891)이 집안 형님인 송석 이교익(松石 李敎翼: 1807-?)이 살던 집을 지나가게 되었다. 송석은 월사매를 특히 좋아하여 분매를 만들어 집안에 두고 있으면서 그것을 그린 문인화가이자 그림을 좋아하는 분이었다. 아마도 빈집이었던지 들어가 보니, 마당에 살아서 아끼던 매화 화분이 깨져 뒹굴고 있었다. 살아생전 송석의 사랑을 받았던 춘소는 이 깨진 화분 속의 월사매를 집으로 가지고 와서 새로 화분을 갈고 정성껏 길러 꽃을 피우게 된다. 이때 다리건너 가까이 살던 인척이자 친구인 추거 홍종우를 불러 이를 감상하고, 매화가 피고 질 때까지의 여러 모습을 각각 100여수의 시로 서로 화답하였다. 이 화답한 시를 한 책으로 만들어 양교영매첩이라 이름을 붙였다.

    이 시첩을 조그맣게 꾸미고 나서 친구인 운양 김윤식(雲養 金允植: 1835-1922)의 서문을 받고, 첩을 하나 더 꾸며 두 첩을 하나씩 서로 나누어 가졌다. 그러나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어 당대에 매화그림으로 이름을 떨치던 집안 아저씨이자 문인화가인 석련 이공우(石蓮 李公愚: 1805- ?)에게 이 첩을 가지고 가서, 맨 앞면에 두 폭씩 첩에 맞게 월사매 그림을 받는다. 그리고 그림뿐 아니라 화제까지도 써서 그 운치를 더했다.

    특별한 종류의 기이한 인연을 만리 먼 곳을 생각게 하거니와, (別種奇緣萬里思)
    한 그루 매화는 명나라 시대(명말 북경)에 옮겨 왔네. (孤根移自聖明時)
    붉은 단장 홑 꽃술의 어여쁜 자태, (紅粧單蘂嬋娟態)
    아직도 홍매각(紅梅閣)에 쓴 당시의 시를 기억하네()

    이러한 사연이 깃든 매화첩이 바로 이 첩인데, 무슨 인연인지 필자가 두 첩을 다 갖게 되었다. 이 중 한 첩은 필자의 스승이신 노촌 이구영(老村 李九榮: 1920-2006) 선생이 집안 전래로 가지고 계신 것이었는데, 살아 계실 때 앞의 이야기를 하시면서 주신 것이다. 그리고 한 첩은 그 전에 가까운 친구인 연민 이가원(淵民 李家源: 1917-2000) 선생께 주셨다. 연민 선생이 유달리 매화 좋아하는 벽이 있어서 주신 것인데, 연민 선생이 돌아가시고 그 아드님이 그 한 첩을 필자에게 다시 주셨다.

    어떤 운명인지 이 두 첩은 여러 번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인연인가 보다. 이 첩을 어루만지다 보면 월사선생부터 노촌 선생까지 옛 사람의 매화 완상과 다양한 매화시, 진한 우정 등등 그 인연이 자꾸 떠오른다.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