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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주영 판사(서울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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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지난주 종영했다. 우연히 한 번 보았다가 푹 빠져 버렸고, 결국 인터넷으로 지난 회까지 모두 찾아보는 극성을 부리게 되었다. 사실 재판을 하는 입장에서 법정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편안하게 보기는 어렵다. 과장되거나 희화된 장면에 민망하기도 하고, 왜곡된 묘사에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조금 달랐다. 한 예로 드라마 속 살인마 민준국에 대한 재판을 보자. 결론만 놓고 보면 두말할 것 없이 오판이다. 민준국은 주인공 장혜성의 어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질렀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살인도 아니다. 검사도, 판사도 그를 의심한다. 그런데도 그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유히 풀려나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한다. '정의가 죽었다'며 모든 이들의 분노를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여기에서 법의 허점, 제도의 한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시 원칙을 이야기한다. 누구든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 누구든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받지 않으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원칙, 유죄는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야 하고,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하여야 한다는 바로 그 원칙. 그리고 이 원칙들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소중한 사람을 보호해 주게 된다.

    이 드라마의 거의 모든 재판을 맡아 주셨던 김공숙 판사. 소탈이 지나쳐 다소 방정맞은들 어떠랴. 피곤하면 졸기도 하고, 어려우면 투덜거리는 그는, 그러나 원칙에 충실하고 솔직하게 소통한다. 사건 관계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성실하게 응답한다. 그의 재판 결과가 비록 진실과 일치하지 않았던 경우에도, 그래서 우리는 납득할 수 있었다.

    신의 법정이 아닌 인간의 법정에 완벽이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 믿을 수 있게 해 주는 그 최소한의 것이 무엇일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 인기가 함께 반가웠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 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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