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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카약 즐기는 장석조 부장판사

    '一葉片舟'에 몸 싣고 미끄러지듯 秘境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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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주말, 나는 카약에 몸을 싣고 아름다운 소양호 수면을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호반을 연이어 에워싼 산과 미풍에 찰랑거리는 수면 모두가 한여름의 태양 아래 초록색으로 깊이 물들어 있다. 그 초록의 자연이 나의 눈과 머리, 그리고 가슴 깊숙이 배어 들어온다.

    의사의 오진에 대하여는 환자도 진실을 알 수 없는 반면, 판사의 오판에 대하여 소송당사자는 진실을 알고 있다. 참으로 비극적인 상황인데, 판사는 진실을 가리기 위하여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다. 업무의 양도 양이지만, 업무의 질도 여간 큰 스트레스가 아니다. 업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가에는 다른 일에 몰두하면서 머리를 비울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 봄부터 시작한 카약킹은 지난 주말처럼 나의 주말을 멋지게 채워 주었고, 내 삶의 작은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

    장석조(52·사법연수원 15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의 하조대 해변에서 딸과 함께 카약을 즐기고 있는 모습.

    카약에는 투어링카약, 급류카약, 피싱카약, 서핑카약 및 씨카약 등 여러 종류와 분야가 있다. 현재 운용하는 카약은 투어링카약 또는 레크레이션카약으로서 안전성과 편의성이 강한 1, 2인승 겸용 공기주입식카약이다. 아파트에서 4, 5미터가 넘는 고형카약을 관리할 길이 없으니, 속도와 직진성을 양보하고 접어 보관할 수 있는 카약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안정성이 뛰어난 카약이기에 충남 독산해변에서 30분 정도 지도받고 무난히 입문에 성공하였다. 이후 동해안의 하조대해변, 감포해변 등 바다에서 파도와 맞서면서 해안절벽의 절경을 즐겼고, 충주호, 청평호 및 파로호 등 호수에서 가족과 함께 맑고 아름다운 산수에 취해 보기도 했다. 동강, 평창강, 홍천강은 물론 가까운 한강에서도 카약과 함께 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체험은, 제주 신양해변에서 출발하여 성산일출봉을 돌아 복귀한 약 13km의 카약킹이었다. 만만치 않은 풍속과 파고를 극복하면서 섭지코지 해안절벽의 경치를 감상하고, 거대한 성벽과 같은 느낌으로 압도해 오는 일출봉 동쪽 끝 부분까지 탐사한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가족, 친구 또는 동료와 더불어 하는 카약킹은 공동운명체로 함께 노력하는 과정에서 관계를 돈독히 하고 멋진 추억을 공유케 한다. 지난해 청평호 카약킹에 참여하였던 두 분 판사님도 그 직후 카약을 구입, 입문하였다. 동강의 아찔한 급류를 체험하면서 어라연의 비경을 함께 했던 박석근 판사님에게는 충분히 예상되는 선택이었다. 또한, 사춘기를 앞둔 자녀들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염우영 판사님은 가족들의 전폭적 지지와 참여 아래 두 척의 카약을 매개로 화목한 시간을 보낸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상체운동을 통하여 어깨 통증의 예방, 체중 조절 등 균형 있는 건강 관리에 도움을 받았는데, 저렴한 비용으로 큰 효용을 얻은 셈이다. 장점이 어디 이것들뿐이랴! 여가활동으로 카약킹을 적극 권해드리고 싶지만, 생래적으로 물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분들이 있으니 본인의 취향을 가벼이 볼 수도 없어 안타깝다.

    그동안 카약활동의 백미로는 사룡리 카약킹을 들고 싶다. 초가을 청평호로 진입하는 좁은 물길에 인적은 없고 간간이 새소리만 들린다. 나도 조용히 조심스레 노를 저어 서서히 앞으로 나아간다. 맑은 날씨에 가을의 색조로 물들기 시작하는 산은, 쏟아지는 가을볕을 받아 수면 위에 투영되고, 카약은 그 산 속으로, 물 위의 낙엽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물 위에 쉬던 새들이 다가오는 카약을 감지하고 푸드덕 날갯짓하며 날아오른다.

    나는 이때 철학자 박이문이 노장(老莊)의 이념을 빌어 설파한 소요(逍遙)의 경지를 떠올렸다. 자연 속에서, 이에 동화되어 천천히 거닐며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이러한 관점의 전환이 나의 평상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라며…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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