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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마라톤 즐기는 조휴옥 부장판사

    인간한계의 42.195㎞… "가장 극한 순간에 살아있음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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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달린다. 달리기를 할 때 비로소 내가 '두발 달린 생물'임을 느낀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다리가 아프고 온몸에 고통이 다가와 머릿속이 텅 비게 되었을 때,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게 되었을 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28일 열린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완주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뒷줄 왼쪽 첫 번째가 조휴옥(46·사법연수원 21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나의 주말은 달리기다. 달력에는 주말에 나갈 대회를 표시해둔다. 주말이 기다려진다. 대회당일 새벽 일어나자마자 3대 필수품인 운동화, 고글, 마라톤시계를 챙긴다. 출발점 맨 뒷자리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이것으로 '일주간 시달린 내 몸에 대한 관리의무'는 끝이다.

    마라톤에 입문한지 3년째이다. 2010년 10월 개최된 전국법원달리기대회 10km코스에 참가한 것이 계기다. 같이 뛴 동료들 덕분에 완주했지만 마지막 400m트랙을 돌 때는 마치 올림픽선수라도 된 기분이었다. 내친 김에 마라톤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마라톤완주가 평생소원이라던 처를 부추겨 도쿄마라톤대회에 부부동반으로 신청해버렸다. 2011년 2월 27일 참가한 도쿄마라톤대회는 3만5000명의 주자와 200만 시민의 길거리 응원으로 어우러진 장관이었다. 과연 42.195km를 뛸 수 있을까. 첫 마라톤의 두려움은 '그렇게 감동스러웠던 날이 인생에 얼마나 더 있을까'로 마무리됐다.

    첫 마라톤 다음날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출근하였다. 그곳에서 마라톤동호회에 가입했다. 잊을 수 없는 것이 동호회 차원에서 추진된 2012년 춘천마라톤이다. 당시 32명이 참가했는데, 풀코스만 18명이 신청하여 전원 완주했다. 대부분 처음 도전한 마라톤이었다. 마라톤 훈련의 전형인 마라토너 두 분과 여성 총무 등 3인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분들에게 어울림 마라톤을 배웠다.

    마라톤은 인생과 같다고들 한다. 처음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추월한다. 그래도 '오버페이스는 절대금물'. 진짜 마라톤은 30km부터이다. '마라톤의 벽'이 나타난다. 귀신이 내 다리를 꽉 붙잡는 형국. 내겐 '마(魔)의 구간'이 왜 이리 두껍고도 길까. 나는 한번도 '러너스 하이'를 느껴보지 못했다. 마라톤을 하는 내내 힘들었다. 수많은 생각이 오고 가지만, 결국 아무 생각도 없어진다. 무념무상이랄까. 이 순간을 위하여 마라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37km를 지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골인지점까지 힘차게 질주한다.

    가을은 마라톤의 계절이다. 사무실 벽에 '춘천을 달린다. 나는 가을의 전설이다'고 적힌 2013년 춘천마라톤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 의암호를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환상적인 코스이다.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중앙서울마라톤도 기대된다. 올해도 두 대회는 완주해볼 생각이다.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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