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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동 변호사가 본 일본 법조] 형사고소장 수리에 지나치게 신중한 일본경찰

    법무법인 화우 일본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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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최근 한국의 A기업으로부터 의뢰 받은 사건과 관련하여 일본의 경찰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겠다.

    일본인 B는 일본인 C에게 우리나라 돈 5억원 가량을 빌려주었는데, C가 변제 기일이 되어도 갚지 못하자 독촉을 하게 된다. 그러자 C는 자신이 지금 지방의 리조트 개발사업을 하는데, 한국의 A기업이 이 개발사업에 투자를 하기로 하였다면서 이 돈이 들어오면 변제하겠다고 하며, A기업 대표이사의 인감이 날인된 투자의향서를 B에게 제시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변제가 없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B가 한국인 지인을 통하여 A기업에게 확인을 하여보니, A기업에서는 전혀 모르는 것이었다. 투자의향서의 인감도 달랐고 그 내용도 전혀 모르는 것이었다. 즉, 위 투자의향서는 위조된 것이었다. 이에 A기업에서 사실조사를 더 하여 보니, C는 이 투자의향서를 자신의 지인인 D로부터 받아 B에게 제시하였다고 한다. 이에 A기업으로부터 C, D를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로 형사고소를 하여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었다.

    위와 같은 사안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C와 D를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로 고소장을 내게 되고, 그러면 이를 접수한 경찰이 이들을 조사하여 실제로 그 사문서를 누가, 어떻게, 왜 위조하였는지 밝히고, 범죄행위라면 유죄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게 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어떨까?

    먼저 일본경찰은 일반적으로 형사 고소장을 수리하여 주지 않는다. 즉, 형사 고소장을 제출하여도 원본을 수리하여 주지 않고 복사본만 받아 자기들이 이를 검토한 후, 자신들이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고서 범죄가 분명히 입증되고 자신들이 움직일만하면 그때서야 고소장을 제출한 사람에게 연락하여 정식으로 고소장을 수리하여 준다. 고소장을 정식 수리하여 준다는 것은 그때부터 경찰의 사건으로서 입건하여 조사하여 주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고소장을 정식 수리한다고 연락해 주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빠르면 2주일 늦으면 몇 달 걸리기도 한다.

    위 사안의 경우도 역시 고소장을 수리하여 주지 않았다. 그리고 상담을 하면서 조사에 착수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였다. 그 이유로 드는 것이, D가 위 투자의향서를 위조하였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어 경찰이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D가 그것을 위조하였는지 아닌지는 C와 D를 불러 조사하여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인데, D가 이를 위조하였다는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조사를 하여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이를 지적하며 항의를 하여도 경찰은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럼, C가 위조사문서를 행사한 부분에 대해서라도 조사하여 달라고 하니, 이것 역시 위조된 투자의향서 원본이 없어서 힘들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B도 C로부터 제시 받은 투자의향서의 복사본을 가지고 있었으나 원본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왜 원본이 없으면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인가? 투자의향서의 원본이 없다고 하더라도 B가 C로부터 제시 받은 투자의향서의 복사본을 가지고 있었고, 그 투자의향서가 위조가 되었다면 당연히 사문서위조 동행사가 될 것인데, 왜 원본이 없어 조사 자체를 못해준다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하여 일본의 아는 검사에게 이야기하며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느냐고 하자, 그 검사도 일본에서는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지고 있기에 경찰이 그렇게 하는데 대하여 검찰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푸념을 하였다. 일본변호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자 다들, 그래서 일본에서는 형사고소를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경찰은 재산범죄와 관련하여서는 전혀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형사고소를 하여 경찰을 움직이려면 지방의회 의원 등 지방유지들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여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일본의 경찰은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수사를 할지 안 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있다. 그러다 보니 행정편의적으로 흘러, 증거 등이 명확하여 자기들이 움직여야 하는 사건, 움직이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을 만한 사건 등이 아니면 움직여 주지 않는다. 그들이 조금만 조사하여 보면 알 수 있는 것도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오라고 요구하며, 그것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조사 자체를 하여 주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일본 경찰의 태도는, 민사재판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하여 또는 민사적 해결책보다 더 빠른 해결책을 찾기 위하여 형사고소를 남발하는 행태를 근본적으로 저지하는 효과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너무 관료적, 행정편의적으로 흘러, 국민의 건강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경찰의 기본적인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위 사안으로 돌아가자. 일본경찰의 이러한 안이한 태도를 바꾸려고 여러 가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C, D로부터 피해를 받았다는 다른 피해자들도 만나게 되었다. 이에 이러한 정보들을 수집하여 경찰을 설득하여 드디어 경찰이 움직여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긴 하였다. 그러나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여 줄 것인지는 아직 조금 미심쩍다.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하게 하는 일본 경찰을 보며, 한국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 태도가 고맙게 느껴진다.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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