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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단테의 '신곡'을 보고

    진형혜 변호사(법무법인 지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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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어느해보다 무더웠던 올 여름, 문자 그대로 더위 탈출을 꿈꾸며 가까운 친구 가족들과 떠난 여름 휴가지. 숙소의 풀 사이드에 설치된 접의식 비치의자에 누워 탈출 하루 만에 무료해진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던 중 동료의 가방 한 귀퉁이에 비죽이 나와 있던 '인페르노' 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 표지에 시선이 멈추어졌다.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붉은 색 수도승 모자를 쓴 채 심한 매부리코를 하고 있는 한 남자의 얼굴이 다소 기괴하다고 느낀 순간, '댄 브라운'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확인하고 주저없이 휴가지 삼매경에 돌입했다〔댄 브라운은 몇해전부터 기호학(또는 도상학)이라는 다소 생경한 학문을 소위 가장 '핫'한 학문의 반열에 올려놓으며 나오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의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는 미국 출신 작가이다〕.

    그렇게 휴가지에서 '단테 알리기에르'를 만난 이후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11월 초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단테의 신곡'을 연극으로 만났다.



    판소리 등장시키고 상당수의 배역 창극 배우들에 맡겨
    음악도 뮤지컬처럼 연주… 국악·마임·클래식 넘나들어 


    총 3부작으로 이루어 진 단테의 신곡에서 단연 가장 충격적이고 기괴하며 지난 700년 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두려움을 자아낸 부분은 단연 '지옥(INFERNO)'편이다. 이번에 국립극장에 올려진 '단테의 신곡'(사진)에서도 연출가(한태숙)는 원작에 깊이 배어 있는 종교적 색채를 최대한 덜어내고 만물의 영장임을 자칭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야만성과 이기심, 그리고 그러한 야만성과 이기심이 빚어낸 참상과 그 참혹한 결과를 무자비한 지옥도 풍경으로 유감없이 담아내었다. 연출가는 전체 공연 시간 150분(휴식시간 20분 포함) 가운데 약 70분 이상을 지옥에 할애하며 100여편의 시로 구성된 원작에서 가장 강렬하고 충격적인 에피소드 10여개를 형상화하여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 서울의 관객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

    이번 공연을 보며 가장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은 바로 판소리의 등장이다. 700여년 전 기독교를 모태로 이탈리아어로 쓰여진 단테의 신곡이 21세기 초 대한민국의 서울이라는 전혀 이질적인 시공간에서 재창조되는 과정에서 연출가는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등 주인공을 제외한 상당수의 배역을 창극 배우들에게 맡겼다. 그 결과 판소리의 애조와 함께 한국적 정서를 관통하는 한스러운 정서가 단테의 신곡에서 펼쳐진 지옥도의 절망적 상황과 너무나 자연스럽고 일맥상통한 모습으로 어우러졌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 펼쳐진 음악 역시 녹음된 연주가 아니라 오페라나 뮤지컬의 경우에서처럼 무대 바로 아래에 위치한 오케스트라가 실제 연주를 담당하였는데 클래식이라는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판소리, 락, 일렉트로닉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고 그 결과 단순히 극의 배경음악에 그치지 않고 판소리, 마임 등이 절묘하게 배합된 배우의 연기와 지옥과, 연옥, 천국을 하나로 아우르는 무대장치와 더불어 극을 주도해 나가는 모습은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단테의 신곡'이라는 고전이 주는 무게감과 중압감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테라는 영원불멸의 작가가 신곡을 통해 700년 전 인류에게 말하고자 하였던 구원과 윤리, 정의, 그리고 그가 천국에서까지 찾고자 하였던 궁극의 사랑은 700년이 지난 현재에 와서도 여전히 낯설지 않은 주제이자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자 삶의 동기이다. 결국 인간의 본질은 동일하기에.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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