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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종 변호사가 본 미국법조] 미국 FCPA의 특징과 대응 방안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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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달 26일 글로벌 유전 회사인 웨더포드(Weatherford)가 미국의 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위반 혐의로 미국 사법당국에 1억 53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하였다. 미국 텍사스에서 설립되었고, 지금은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웨더포드는 전 세계 100여국에 약 6만5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세계 수위의 유전회사이다. 웨더포드의 해외 지사 수 곳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석유 사업을 수행하면서 수년에 걸쳐 현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이 문제되었다.

    웨더포드는 이러한 혐의를 인정하고, 미국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 (DPA, Deferred Prosecution Agreement)하였다. 8720만 달러의 벌금을 내고, 향후 최소18개월간 독립적인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를 받고, FCPA위반 사항을 예방, 적발할 수 있는 내부 통제 및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처분이다(DPA는 검찰이 법원에 일종의 공소장을 제출함과 동시에 공판의 진행을 연기하고, 피의자 회사가 DPA 의무사항을 모두 이행한 경우 공소를 취소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수사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불기소처분의 하나인 우리나라의 기소유예와는 차이가 있다). 아울러 웨더포드는 같은 컴플라이언스 실시 조건 하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도 6560만 달러의 몰수 및 벌금(civil penalty)을 내기로 합의하였다. 미국 법무부는 위 사건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느슨한 내부 통제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컴플라이언스 환경이 해외 자회사들의 부패 행위를 얼마나 조장할 수 있는지 증명하는 사안이라고 논평하였다.

    해외부패방지법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FCPA는 더 이상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법이다. 이 법은 크게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 공여 행위를 처벌하는 뇌물 금지 규정(anti-bribery provision)과 내부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제 장치로서 장부 기입 및 회계를 규제하는 회계 규정(accounting provision)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양 규정의 위반 시 막대한 금액의 벌금과 몰수, 징역 등 민형사적 책임이 뒤따른다.

    그러나 제정된 지 30년도 넘은 이 법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이 법의 집행 주체인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가 위 혐의를 적용하여 다수의 기업들에게 거액의 벌금을 물리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FCPA는 인적, 장소적, 행위적으로 광범위한 관할권을 갖는 까닭에 외국 기업들도 조사의 대상이 됨은 물론 실제로 특히 외국 기업들에 대하여 거액의 벌금이 부과되어 왔다. 2010년 정점을 이루었던 FCPA위반 행위에 대한 수사 및 집행은 2012년 주춤하는 듯 보였으나 2013년 들어 다시 예년의 기세를 회복하고 있다.

    미국의 FCPA 관할권은 매우 광범위하다. 모든 행위가 미국 영토 밖에서 일어나고 행위 주체 역시 외국 기업이더라도 미국을 경유하는 텍스트 메시지, 이메일이나 송금 행위 하나만 있어도 미국 정부는 수사권을 발동할 수 있다. 방조, 음모 등 형사소송의 공모이론을 적용할 경우 처벌 범위는 더욱 넓어질 수 있다.

    FCPA가 경제 분야에 대한 강력한 형사 사법적 규제의 중심에 서면서, 불과 최근 몇 년 사이에 FCPA는 필자가 수학한 뉴욕대학교를 비롯하여 미국의 주요 로스쿨들에서도 화이트칼라 크라임의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였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FCPA 규제와 관련하여 주목할 특징 중의 하나는 대부분의 사건들이 DPA 또는 유사한 NPA(Non-Prosecution Agreement) 등 법무부의 조건부 기소 처분 또는 기소 유예 약정으로 종결된다는 점이다. 이 처분들은 앞서 본 웨더포드의 사례와 같이 거액의 벌금 부과 외에 향후 FCPA 위반 행위를 방지, 적발할 수 있도록 외부 모니터링을 받거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미국의 연방 검찰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면 기소에 이르지만 사안에 따라 위법성의 정도와 죄질, 피의자의 전력과 비난 가능성, 범행 후 피의자의 태도, 피해자의 범위와 피해 정도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불기소 처분을 하기도 한다. 특히 피의자가 기업인 경우, 위와 같은 고려 사항 외에도 해당 기업이 위법 사항을 인지한 후 신속히 자발적으로 인정하고 수사에 협력하였는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였는지 여부가 검찰이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이러한 일반원칙은 FCPA위반 사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아울러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가 FCPA위반 사안의 처분에 있어 고려하는 사항은 대상 기업이 사전에 FCPA 위반 행위를 방지, 적발하는데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는지, 그 프로그램을 실제 효과적으로 운용해 왔는지다. 자사의 기업활동과 시장환경에 맞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를 성실히 집행하여 실제로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를 수행해 왔다는 것을 보인다면 조건 없는 불기소도 가능하다.

    결국FCPA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활동의 리스크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기초한 내부통제방안으로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사전에 수립하는 것이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해당 기업의 기업활동의 구체적 특징에 따른 리스크를 고려한 철저한 맞춤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여 위법 행위를 적발하고 방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렇게 적발된 위법 행위를 방지할 수 있도록 다시 보완해 나가야 한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규제 환경, 새로운 리스크에 따라 계속 진화하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한 노력과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결국은 기업 전반에 준법경영이라는 문화를 형성하는 일이다.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여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으려면, 우선 준법경영이 기업활동의 기본이라는 인식이 모든 임직원들에게 형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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