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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클라리넷 연주 즐기는 김재승 변호사

    마흔 넘어 새로운 도전… 처음엔 무대공포증에 절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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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교 선배가 소집한 번개 모임을 마칠 무렵 제주에 있는 댁에 꼭 한 번 내려와 연주를 해 달라신다. 그 순간 서귀포 앞 바다를 바라보고 오롯하게 자리잡은 목조 주택의 바깥사랑채에 연주를 듣기 위해 숨 죽여 앉아 있는 관객들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진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2010년 부산법원 '클라리넷 앙상블' 정기연주회 때 단원들이  베토벤 트리오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이 김재승(49·사법연수원 22기) 태평양 변호사.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막연히 악기 하나 배워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어느 날 '3개월에 10만원'이란 백화점 문화센터 광고 전단을 보고 '언제 그만두어도 돈은 아깝지 않겠다'는 저렴한 마음이 들어 클라리넷 배우기를 감행하였다. 마흔 넘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만큼 성급히 욕심부리다가 넘어지지 말고 가늘고 길게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세운 원칙이 '매일 10분 연습하기'였다. 그렇게 나의 무한도전은 시작되었다.

    두 달 후쯤 선생님께서 유포닉클라리넷앙상블을 창단하였고, 입단을 권유하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주단체의 일원이 되었고, 법관이 클라리넷을 연주한다는 것이 신기했는지 가끔 연주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연주는 참으로 이상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 때문에 연습할 때 기량의 60%도 잘 안 나온다. 절망 그 자체. 그런데 치솟았던 혈중 아드레날린 수치가 뚝 떨어지고 나면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또 다시 연주를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오기가 생겼다. 무대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관련 서적을 찾아 읽고, 전공생들이 먹는다는 약도 먹어 보았다. 그러나 점차 무대에서의 긴장감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수용해야 하는 나의 일부임을 깨닫게 되었다.

     악기 하나 배울까 하다 광고 보고 무작정 시작
     숨죽여 연주 기다리는 관객 생각에 가슴 설레
     법관·직원에 메일 보내 부산법원 연주단 창단도

    2008년 2월경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로 부임하게 되어 합주 연습에 참여할 수가 없게 되었다. 지역 연주 단체를 찾아보았으나 마땅치가 않았다. 업무 파악이 어느 정도 끝나갈 무렵 부산법원에 근무하는 8백여명 전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법원클라리넷앙상블 단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희망자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일부 우려가 있었으나 7명이 참여 의사를 밝혀왔고 마침내 2008년 5월 19일 나를 포함 8명으로 구성된 법원 최초의 클라리넷앙상블이 탄생하였다. 나는 아쉽게도 1년 만에 부산을 떠나게 되었지만 부산법원클라리넷앙상블은 현재 이십여 명으로 늘어나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한 클라리넷이 지금은 삶의 또 다른 한 축이 되었다. 음악은 학문적으로도 흥미롭고 무궁무진한 공부거리다. 왜 우리는 특정한 진동수를 가진 소리들의 조합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 조합은 즉흥적 영감으로 탄생한 것 같지만 실은 그 뒤에는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설계도가 놓여 있다. 이면에 질서정연한 설계도가 없다면 그것은 소음일 뿐이다. 그렇다고 논리적으로 구성된 모든 소리가 아름다운 음악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음악의 이면에는 반드시 논리적인 설계도가 있다. 이러한 음악에 대한 이해는 법률가로서의 업무에 대한 생각과도 상통하는 것이었다.

    음악이 법률가에게 잘 어울리는 취미라는 믿음이 생기고 나자 주위에 음악을 전도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 때마다 많이 듣는 이야기가 '하고는 싶은데 재능이 없어서…'라는 말이다. 나는 이렇게 답하곤 한다. "재능이란, 무엇인가를 남들보다 더 좋아하는 마음을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정말로 원한다면 지금 시작하세요. 10년 후의 당신은 틀림없이 10년 전에 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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