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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스 기타 즐기는 이현곤 변호사

    판사 퇴임 변호사의 길로… 마음 보듬는 힐링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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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곤(법무법인 지우·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가  사무실에서 바쁜 업무에도 틈틈이 짬을 내 베이스 기타를 연주 하며 즐기고 있는 모습.

     변화 선택… 인생 전환점, 처음이라 긴장… 힘들어
     밴드 멤버 연주 들으면 마음 편안… 힘 솟아나

    주말이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절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취미활동을 하면서 법원 생활에서 찾지 못한 감성적인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나름 행복하고 안정된 삶이었고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여가활동에서나 특별한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생활은 내가 개업을 결심하면서 깨어졌다. 하루하루가 긴장과 고민의 연속인 날들이 되었다. 주말 역시 마찬가지였다. 꼭 바빠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다면 쉬어도 휴식이 아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고 이런 과정들을 거쳐야 한다는 것 또한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고 나니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후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 결정한 것은 돌이킬 수 없고 그대로 가야할 일만 남았다. 법원 생활이 불과 얼마 전인데 벌써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다니 그 동안의 변화가 놀랍다. 왜 개업을 결심했는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도 지금은 잘 모르겠다. 사람은 안정되면 변화를 원하고 변화가 오면 또 안정을 원하는가 보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다.

    퇴임식을 하고 처음 맞이하는 주말에 가족들과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 강원도에는 정말 많은 눈이 내렸다. 요즘의 내 마음처럼 풍경도 비현실적이었다. 경포대 앞 백사장에는 모래는 보이지 않고 온통 하얀 눈이 덮혀 있었다. 아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신나서 가장 큰 눈사람을 만들어보겠다고 오래 오래 눈 덮힌 백사장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이 아이들도 자라면서 앞으로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텐데, 그때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는 현명함과 자신의 선택을 밀고 나갈 끈기와 좋은 결과를 맞게 될 행운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주말에는 평소 함께 하는 합주 모임에 나갔다. 그전에는 몇 개의 밴드활동을 한꺼번에 했는데 공연을 다 마치고 지금은 6월에 있을 '샘'이라는 밴드의 공연준비를 하고 있다. 이 날은 특별히 분위기 전환을 위해 홍대에 있는 클럽을 빌려 합주를 했다. 나는 그동안 피로가 쌓인 데다가 이날 따라 앰프가 잘 먹지 않아 짜증이 났다. 특히 내가 연주하는 기타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내 파트가 없을 때 소파에 누워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피로가 좀 풀리니 음악소리가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멤버들이 연주하는 음악과 노래 소리가 간질간질 귀를 자극해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이렇게 우리가 주말에 힘들게 모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모두들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노래를 편곡하고 자기 파트를 미리 연습한다. 합주를 하는 날이면 누구는 멀리 지방에서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다. 힘들지만 그만큼 하고 싶은 일이고 보람을 느끼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음 속에 눌러져 있던 어떤 열정이 우리를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들어도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그 자체로 즐겁다. 새로 시작하는 변호사 업무도 힘들지만 계속 하고 싶어지는 그런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선택한 일이지만 모든 것을 알고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두렵기는 하지만 다른 것을 떠나 일 자체가 보람되었으면 한다.

    합주를 마친 저녁에 새로 출근하는 법무법인 사무실에 들러 한 구석 안 보이는 곳에 기타를 조심스럽게 모셔 놓았다. 이런 것들이 의뢰인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아직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법인 구성원들은 새 식구인 나를 환영하고 조금 특이한 스타일과 취미활동까지 격려해주니 고맙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려면 한동안 주말에도 맘이 편하기는 어렵겠지만 중요한 것은 긴장 속에서도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결과를 길게 보고 조급해하지 않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아닐까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처음에는 다 어려웠다. 취미활동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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