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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노예 사건은 왜 계속 일어나는가?

    염형국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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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에 전남 신안군에서 일어난 이른바 염전 노예 사건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염전 노예 사건은 지난 2013년 6월 7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섬에 팔려와 도망갈 수 없으니 구출해 달라"는 아들 김씨(시각장애 5급)의 편지를 들고 온 어머니의 제보로 시작되었다. 시각장애인 김씨는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중 2012년 7월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이모씨의 꾐에 빠져 전남 신안군의 홍모씨의 염전에 팔려간 이후, 2014년 1월 24일 경찰에 의해 구출될 때까지 1년 6개월 간 단 한 푼의 월급도 받지 못한 채 노예처럼 일했다. 함께 거주했던 지적장애인 채씨는 2008년에 직업소개소 직원에게 식사 두 끼를 얻어먹고 영문도 모른 채 홍모씨에게 팔려와 염전 일을 하면서 월급은 역시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들은 하루 5시간의 수면도 취하지 못한 채 소금 내는 일과 홍씨의 농사일·집 공사일에 동원되었고, 홍씨는 맘에 들지 않으면 욕설과 함께 이들을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내리쳤다. 김씨와 채씨는 이를 견디다 못해 3차례나 섬에서의 탈출을 시도했지만 동네 사람들의 신고로 모두 실패하였다. 강제 노역이 계속됐지만 섬에 있는 면사무소도, 파출소도 이를 외면했다.

    지옥 같은 노예생활에서 이들을 해방시킨 건 면사무소도 파출소도 아닌 단 한통의 편지였다. 시각장애인 김씨는 부모님에게 도와달라는 편지를 써서 홍씨와 이웃들의 감시를 피해 이발소를 다녀오는 길에 몰래 우체통에 넣어 보냈다. 경찰은 탐문수사에 나선 끝에 이들을 구출하여 김씨는 1년 6개월 만에, 채씨는 무려 5년 2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현재 전라남도와 신안군, 경찰청은 신안군 일대 염전 등에 대한 일제 점검을 하겠다고 밝히고, 조사 중에 있다. 또한 인권보호협의체를 구성하여 사회적 약자 보호 캠페인을 전개하고, 표준 근로계약서 작성하기·월급통장 만들어주기 등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이 노예 사건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인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도서지역이나 농촌지역에서 장애인 착취·학대는 왜 고질적으로 반복되고 있는가? 장애인 노예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정부와 경찰은 주먹구구식 수사와 일제 점검과 같은 사후약방문식 대응에 그쳤다. 경찰·검찰의 수사는 세밀하지 못했고, 법원은 이에 대해 무죄 또는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주었다. 오갈 데 없는 불쌍한 사람을 거둬서 먹여주고 재워주며 보살펴주는 선한 사람들이라는 기본인식이 강하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할 수도 있고, '오죽했으면 때렸을까'라는 생각에, 그러한 상황에서의 폭행은 훈계 내지 교육 차원으로 큰 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차고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자더라도, 머리를 삭발하고 도망가지 못하게 몸에 문신을 새기고 밖에서 문을 잠그더라도, 냄새가 진동하는 목장 옆의 가건물에서 생활하더라도, 새벽부터 밤까지 월급 한푼 받지 못한 채 일을 해도 이들을 '보호'하는 가운데 벌어진 불가피한 일일 뿐이다. 5년, 10년을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노예 같이 일했어도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임금청구시효가 지나지 않은 3년치 농촌 일용직 근로자 봉급에서 장애인이라고 일률적으로 노동상실률 50%를 감한 금액뿐이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수많은 장애인들이 인신매매·폭력·감금·학대·노동력 착취 등의 인권침해를 당하더라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버려진 채 아무런 법적보호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실은 장애인 노예 사건들은 장애인의 취약성을 노골적으로 이용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큰 사건이다. 이들은 장애인들을 인신매매 해 와서 '노예'로 부리고 폭행·감금·학대하면서 오갈 데 없는 장애인을 보호하는 선한 사람으로 행세해온 양의 탈을 쓴 늑대에 불과하다. 노예로 부린 장애인을 가족은커녕 한 인간으로라도 생각했다면 이렇게 대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학대당하고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아직 너무 많다. 제2·제3의 염전 노예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첫 걸음은 장애인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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