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나의 주말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공연을 보고

    진형혜 변호사(법무법인 지엘)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어느 시인이 봄은 고양이라고 말했던가. 좋아서, 반가워서 다가가면 관심없다는 듯 딴청피우며 저 멀리 떨어져 있고, 아닌가 단념하면 어느새 곁에 와서 제 몸을 부비며 갸르릉거리는 고양이처럼… 다가올듯 하면서도 여전히 완전히는 곁을 허용하지 않는 새 봄과 함께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가 하늘하늘한 몸짓으로 내게 왔다.

    이슬람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신녀이자 무희 니키아와 용맹한 전사 솔로르, 그러한 솔로르를 사랑하는 공주 감자티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과 배신, 속죄를 그린 작품으로 인도를 배경으로 한 신비로운 분위기가 전 작품을 휘감고 도는 3막 5장의 발레로 전설적 안무가인 마리우스 쁘띠빠(Marius Petipa)가 안무를 담당하였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사실 작년에도 같은 무대에서 공연되었는데 당시 발레공연으로는 거금인 15억원이라는 돈을 들였기에 발레 공연의 블록버스터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기도 한 작품이다. 그러한 '라 바야데르'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수십년간 부동의 프리마돈나였던 강수진이 올해 초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이자 단장으로 취임한 후 무대에 올리는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작년과는 또 다르게 관객들의 기대와 관심이 모아졌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공연을 본 평론가와 관객들의 평은 대체적으로 우리 국립발레단의 수준과 수석 무용수들의 기량이 이제 세계적인 발레단의 수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에 모아지는 듯 하다.


    프리마돈나 강수진 단장 취임 이후 첫 작품… 관심 모아
    완성도 높아진 '망령의 왕국' 群舞 압권… 커튼콜 이어져


    '라 바야데르'의 백미는 단연 3막의 시작 장면. 2막의 마지막에서 주인공 니키아는 감자티 공주가 노예를 시켜 전달한 꽃다발 속에 숨어 있던 독사에 물려 세상을 떠나고 이후 3막에서 순백색의 클래식 튀튀를 입은 무용수 32명이 한명씩 등장하여 경사진 면을 천천히 내려오는 '망령의 왕국'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이 장면은 백조의 호수, 지젤과 더불어 3대 발레 블랑('백색 발레')으로 불리우는 명장면인데 위 장면의 군무가 발레단 전체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 날 펼쳐진 국립발레단의 군무 장면은 나 같은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더라도 작년보다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아졌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발레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그 발레단을 이끄는 솔로이스트들의 출중한 기량과 다양한 표현력을 자랑하며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다채로운 솔로 공연들인데 나를 포함한 모든 관객들은 매 공연이 끝날 때마다 환호와 탄성, 진심어린 박수로 국립발레단의 앞날을 축복했다. 끊임없는 커튼콜 내내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며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예술감독이자 우리나라가 배출한 최고의 프리마돈나인 강수진이 무대에 올라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강수진은 모든 박수와 환호를 오로지 단원들에게 돌리기 위함인지 끝까지 무대에서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겸손한 단장 강수진을 보지못한 아쉬운 마음은 다음번 공연에 대한 기대로 이어질 듯.

    어렸을 때 발레리나들의 중력을 거스르는 동작과 춤을 대하며 인간이라기보다는 요정이나 정령에 가까워보이는 발레리나를 동경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수해 전 우연히 접한 프리마돈나 강수진의 문드러진 발 사진은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였고 이후 그 사진은 발레리나들의 아름다운 무대 뒤에서 그들이 참아내고 쏟아야 했던 고통과 피땀의 응결체로 내 뇌리에 아로새겨져 있다.

    "No Pain, No Gain." 이 평범하고도 분명한 진리를 나는 왜 자꾸 잊고 사는걸까…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