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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호(號)의 과적과 선원 부족

    이영진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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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탄에 젖어 있다. 화물 과적, 초동대처 미흡 등 여러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개조론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사법시스템은 어떠한가? 세계은행(World Bank)은 대한민국의 사법제도를 세계에서 2번째로 우수하다고 평가하지만, 우리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차제에 우리 사법제도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도 필요하다.

    우선 법원에 오는 민사사건이 너무 많다. 매년 전국 법원에 100만 건 이상 접수되는 상황에서는 판사들이 열심히 일한다 하더라도 부실이 생길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소액담당 판사는 1인당 5000여 건을 담당하고 있다.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 없겠지만,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모든 사건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 법원을 선박에 비유한다면, 현재의 상황은 과적상태이며, 선원인 판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판사를 늘리는 것이지만 국가의 예산이 허락지 않는다. 그렇다면 판사가 하는 일의 일부를 다른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사법보좌관, 법원직원 등과 협업하는 체제를 강화하여야 하고, 민간 전문가를 기간제(part time) 판사로 임명하여 예산을 절감하여야 한다. 영국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일반인도 기간제 판사로 근무하게 하고 있다. 판사 권한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이양하고, 판사는 선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법과 정의가 무엇인가를 선언하여야 하는 중요 사건에 전념하여야 한다.

    배(법원)에 고객이 맡긴 물건(사건)을 싣기 전에 검색하여, 그 내용과 목적지에 따라 육상운송이 더 빠르고 저렴하다고 판단되면 선적을 보류하여야 한다. 분쟁을 법원에 가져 오기 전에 민간 조정기구에서 먼저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뜻이다. 변호사회나 법무사회,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이 육상의 분쟁해결기관이다. 기관마다 자체적인 분쟁해결기구를 만들어 국민이 쉽게 이용하게 하여야 한다. 중국에서는 전국의 농촌과 도시마다 분쟁해결기구가 있어 무료로 민간 분쟁을 해결하고, 일본에는 100개 이상의 민간 조정기구가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모든 민사사건의 2%만이 판사의 최종 판결로 종결되고, 나머지는 비법관에 의한 다양한 조정·화해방식으로 종결된다. 현재의 법원조정센터에도 더 많은 변호사 등을 조정위원으로 위촉하여 소액사건 등 서민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분쟁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게 할 필요가 있다. 법원호(號)의 과적과 선원 부족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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