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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XI)-경험

    강신섭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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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사소송법은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 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제202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경험법칙이란 무엇일까? 강학상 동종의 사실 경험을 많이 한 결과 얻은 공통인식에 바탕을 둔 일반적인 결론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그리고 법률가가 사실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항상 경험법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미국 연방 대법관을 지낸 올리버 웬델 홈스 2세 (Oliver Wendell Holmes Jr, 1841~1935)는 그의 명저 보통법(Common Law)에서 '법의 생명은 논리에 있지 않고 경험에 있다. 시대의 요청, 시대의 도덕률과 정치이론, 공공 정책과 본능적 직감, 심지어 판사들과 소송 당사자들이 공유하는 편견조차도 삼단 논법에서 나오는 메마른 논리보다 낫다'는 취지로 설파하였다. 물론 학자에 따라서는 이와 같은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할 수는 없다고 이론을 제기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사실판단에 있어서 경험법칙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론을 제기할 수 없으리라고 본다.

    경험법칙이 법률가의 사실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겠는데, 과연 한 시대의 법률가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인식은 존재하는 것일까? 그런데 법원이 경험법칙에 입각하여 내렸다고 하는 사실판단이 가끔 소송당사자를 설득하지 못하는 경우를 본다. 사회가 전문화 되고 다분화 될수록 국민들이 함께 경험하지 못하는 영역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 시대의 법률가들 사이에서 조차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인식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법률가들의 사실판단이 소송당사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법률가들의 경험세계와 소송당사자들의 경험세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경험의 세계는 다양한데, 법률가들이 미리 그 다양한 경험의 세계를 다 이해하는 것이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쟁점이 되고 있는 사실관계가 전문 분야나 전문 기술에 관한 것일 경우에는 법조인들이 그 경험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러한 경우 법률가들은 절차 통제의 이론이나 법률요건 또는 입증책임 이론 등에 의하여 메마른 논리적 결론을 내기 쉽다. 이러한 메마른 논리적 결론이 당사자나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다. 이러한 판단이 성행할수록 법률가들은 국민들로부터 유리될 것이다.

    이제 법률가들은 더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듣고 배워야 한다. 세상 모든 분야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있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한 전문가들의 경험의 세계를 공유하기 위하여는 낮은 자세로 배워야 한다. 법정에서 전문가 증언을 자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증인은 과거 경험한 사실에 관하여 법원에 보고하는 사람이라고 엄격히 해석하여, 감정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전문가를 법정에 불러 물어 볼 수 없다고 해석한다면 전문가들의 경험의 세계를 공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경험법칙은 법조인들이 각고의 노력을 통하여서만 얻을 수 있는 공통 상식이다. 상식은 선험적으로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공동의 노력으로 공유할 수 있는 인식을 확대하여 가야만 한다. 그러한 노력 없이는 경험법칙은 편견과 자의를 포장하는 수단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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