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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무자의 눈물

    이수열 판사(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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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회생사건의 채권자집회를 진행하던 중에 있었던 일이다. 집회에 참석한 채권자가 채무자의 변제계획안에 이의를 제기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직접 답변하도록 했다. "남편은 병으로 누워있고, 수입도 변변치 못해 먹고살기 너무 힘듭니다. 이것도 안 되면 정말…." 요구르트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년의 여성 채무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개인회생은 채무를 전부 변제할 수 없는 개인채무자가 채무를 일부만 변제하고 나머지는 면제받는 채무조정절차이다. 짧은 역사적 배경 탓인지 국가마다 제도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 미국은 매우 관대한 반면 유럽은 면책에 비교적 엄격한 편이다. 사건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음은 물론이다.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있거나 더 많이 변제할 수 있는데도 절차를 남용하여 면책의 혜택을 누린다는 것이다. 이른바 도덕적 해이 논란이다.

    사건을 다뤄본 경험에 의하면 사업에 실패하거나, 과다한 치료비로 빚을 지거나 단지 생활비가 없어 빚더미에 앉은 생계형 채무자 등 당사자들의 사연은 다양하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다한 채무로 밤낮없이 독촉에 시달리고, 벌어들이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채무변제에 사용하며, 그러고도 원금은 줄지 않고 이자는 계속 불어나는 절망적 상황에서 법원의 문을 두드린다는 점이다. 개인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실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한번의 실패로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현 상황에서 개인회생절차는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편으로 우리가 도덕적 해이 위험이 있어도 보험제도를 유지·발전시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개인도산절차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용상담기관에 따르면 이 절차를 이용하는 채무자들 대부분은 가능하면 제도의 이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날 채무자가 흘린 눈물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서러움과 채권자에 대한 미안함, 좀 더 잘하지 못한 과거에 대한 회한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의 표현일 것이다. 적어도 절차를 악용하는 사람의 반응으로는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제도의 취지를 살리되 남용을 막아 건전한 제도로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이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점을 잘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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