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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의 재판소 대 희망의 사법부

    이영진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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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2월 말, 일본에서 사법부와 판사들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책, '절망의 재판소'가 발간되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재판소의 문을 두드리는 자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표지의 문구도 충격적이다. 저자 세키히로시는 33년간 법관생활을 하고, 최고재판소 사무총국에서 2번이나 근무한 엘리트 법관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파장이 컸다.

    저자는 일본의 재판소가 권력과 사회적 강자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지키고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큰 정의'를 수호하는 역할에 매우 미흡하며, 최고재판소는 사법부를 비난하는 단체인 청법회(靑法會)에 가입한 판사들을 탄압하고, 국가에 패소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었다고 고발한다. 또한 관료화된 판사를 위만 바라보는 '가자미'에 비유하고, 폐쇄된 공간 안에 있는 '정신적 수용소군도'의 죄수로 비하하기도 한다. 일례로, 판사의 판단의 추는 처음부터 검찰에 기울어져 무죄 선고가 나기 어렵고, 판사들의 주된 관심은 '사건처리'에 있을 뿐이며, 일방 당사자만 있는 밀실에서 조정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판사들의 능력 저하 문제가 심각하며, 이러한 무능을 개선하는 길은 영미식 법조일원화 실현에 있다고 주창한다.

    과거 일본 유학과 재판소 연수의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책 내용에 과장된 면이 있다고 느끼기도 하였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와 일본의 사법부를 비교해 보게 되었다. 우리 판사들은 출세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를 패소시키는 판결도 즐비할 정도로 소신있게 판결한다. 행정·입법, 대기업이 관련된 사건에서도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며, 영장기각률이나 무죄선고비율도 우리가 훨씬 높다. 대법원은 판사가 특정 단체에 가입하였다거나 국가를 패소시켰다고 좌천 인사를 하지도 않는다. 판사들의 수준은 여전히 최상위이고, 변호사 경력자 중에서 판사로 임관시키는 제도도 이미 실시하고 있다. 판사가 아닌 조정위원에 의한 조정으로 소송 패러다임이 바뀐 지 오래다. '국민을 섬기는 열린 법원'이라는 모토 아래 법원장과 판사들이 다른 판사의 법정을 방청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각종 행사를 여는 등 사법과 국민의 거리를 계속 좁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 평가에서 우리 사법제도는 2년 연속 세계 2위인 반면 일본은 36위에 머무르고 있다. 일본 사법부의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의가 실현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희망의 사법부'를 만드는 데 모두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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