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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헌법상 전통문화의 개념과 범위

    곽영철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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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들어가는 말 - 놀라운 발견(두 번의 놀라움)

    최근 필자는 헌법전을 펴놓고 헌법조문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특이한 조문 하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다름 아닌 「헌법 제9조(전통문화의 계승 발전, 민족문화의 창달)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였다.

    놀란 이유는 우선 필자가 헌법을 공부하던 학창시절에는 위와 같은 조문이 없었고 그런 조문이 있었다면 분명히 기억이 날 텐데 어떻게 이런 조문이 우리 헌법조항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헌법 제9조는 필자가 법과대학을 졸업한 해로부터 훨씬 뒤 1980. 10. 27 제8차 헌법 개정 때 지금과 똑같은 내용으로 헌법 제8조로 규정되었고 그 뒤 1987. 10. 29 제9차 헌법 개정 때 제9조로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평소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도대체 무슨 연유로 누구에 의해서 이런 조문이 우리 헌법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회 입법 자료집 등을 통해 헌법 개정이유를 알아보려고 하였으나 불행하게도 그런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냥 조문만 있고 그런 조문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이유는 공식적인 자료가 없는 실정이다.
    필자가 한 번 더 놀라게 된 것은 헌법 제9조 이 조문에 대한 해설이 우리 헌법학계에 전무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우리 헌법 제1장 총강 편에 제9조로 당당히 편입되어 있는 이 조문에 대한 해설이 왜 없는가. 우리나라 헌법학 교과서를 다 훑어보았는데 이 조문에 대한 설명이 있는 교과서는 단 한권도 발견할 수 없었다. 관련논문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헌법교과서에 전혀 설명이 없는데 무슨 논문이 있겠는가.
    그래서 헌법 제1장 총강 편에 등장하고 있는 헌법 제9조 전통문화의 개념과 범위에 대하여 헌법학계의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이 글을 쓴다.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을 국가의 의무라고 분명히 헌법이 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아무런 논의가 없는 것이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2. 한국에는 전통문화가 없다(미국 교과서)?

    미국의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는 "한국에는 전통문화가 없으며 만약에 있다면 그것은 일본문화와 중국문화의 아류일 뿐이다"라고 되어 있다고 한다.
    미국의 교과서에 한국은 전통문화가 없다고 기술되어 있는 것은 우리의 기분이 좋고 나쁨을 떠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의 교과서에 그렇게 기술되어 있다고 해서 미국을 나무랄 일도 아니다.
    그 동안 우리는 한국의 전통문화라고 하여 해외에 홍보한 것이 유교문화와 불교문화이니 외국인들은 당연히 우리 문화를 중국과 일본의 아류정도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여름에 모국을 찾아 연수를 오는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려줄 때 '샤머니즘'을 교육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재외동포 자녀들은 고국의 전통문화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지도 못한 채 한국 사람들을 '샤머니즘'을 신봉하는 무슨 원시인집단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

    어쨌든 전통문화에 대한 우리자신의 역사의식과 인식의 수준이 위와 같은 실정이므로 외국인들의 눈에는 당연히 한국에는 전통문화가 없다고 보일 것이고 더욱이 스스로 '샤머니즘'을 전통문화로 교육하고 있으니 그런 잘못된 시각을 우리 자신이 굳히게 한 셈이다.


    3. 유교문화, 불교문화가 우리의 전통문화인가

    헌법 제9조에서 말하는 전통문화가 무엇인지 개념규정을 하기 전에 먼저 유교문화와 불교문화가 우리의 전통문화인지 여부부터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실제로 우리의 전통문화는 유교문화 또는 불교문화라고 또 반대로 유교문화 또는 불교문화가 우리의 전통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고 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 동안 우리 스스로 유교문화와 불교문화를 한국의 전통문화라고 해외에 홍보를 해왔기 때문에 과연 그러한지 개념정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금방 답이 나온다. 중학교 정도의 학력수중만 되어도 누가나 다 알고 있듯이 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하여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유교는 중국에서 수입되었다. 우리나라에 아무리 불교유물이 많고 또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유교전통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하더라도 불교와 유교는 외국에서 수입된 외래 사상이지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가 될 수 없다.

    이것은 상식이다. 불교문화는 인도의 전통문화이고 유교문화는 중국의 전통문화이다. 헌법 제9조의 입법의도를 유추하더라도 헌법 제9조가 규정하고 있는 전통문화를 유교문화 또는 불교문화라고 주장하는 학자는 없으리라고 본다.


    4. 헌법상 전통문화란 민족문화를 의미한다.

    그러면 도대체 헌법 제9조의 전통문화란 무엇인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통문화는 어떤 의미인가. 전통문화 전통문화 하지만 그 뜻이 너무 추상적이고 내용도 광범위할 수 밖에 없어 개념정립이 쉽지 않다. 전통문화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그 나라에서 발생하여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적 의미만 가지고는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충분하지 않다.

    결국 이 문제는 헌법 안에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헌법 중의 헌법이요 헌법의 최고 원리라고 할 수 있는 헌법전문에 의하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라고 시작이 되고 바로 이어서 제1장 총강 제9조에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으니 일단 우리 헌법상의 전통문화란 바로 민족문화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5. 외래문화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와 사상이 있었다.

    그러면 또 민족문화란 무엇인가. 전통문화 보다는 구체화된 개념이지만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여 딱한 마디로 요약해내기가 역시 쉽지 않다.
    그런데 민족문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 우리 한민족의 역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

    우리의 역사, 우리 한민족의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개개인의 사관에 따라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으나 우리 헌법을 기준으로 생각해 볼 때 앞서 본 헌법전문의 규정 즉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 '라는 규정을 근거로 삼아야 하고 또 그럴 수 밖에 없다.
    헌법 규정 말고 그 이상의 무슨 합당한 근거가 있을 수 있겠는가.

    헌법전문의 규정에 의하면 우리 민족 즉 우리 대한국민은 유구한 역사와 우리 고유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외래사상, 외래종교, 외래문화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와 사상이 있었던 것이다. 비록 불교와 유교 같은 외래사상을 받아들이기는 하였으나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에 바탕을 두고 외래사상을 받아들였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외래사상을 받아들인 게 아니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역사에서 우리가 불교를 받아들일 때 이차돈의 순교가 왜 일어났겠는가. 이차돈의 순교는 본래 우리의 고유한 문화와 사상체계가 있었기 때문에 불교가 들어올 때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이와 같이 외래사상이 들어오기 전의 고유한 사상이 있었음을 천명하기 위하여 우리 헌법은 그 전문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 이라고 당당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민족문화란 불교와 유교 같은 외래사상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에게 형성되어 있었던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와 사상체계라고 정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6.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는 한민족 고유의 선도문화에 있다.

    헌법 제9조의 전통문화는 민족문화이고 민족문화는 우리의 역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에 대하여 고찰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는 외래문화가 들어오기 전, 바로 단군왕검의 고조선과 그 이전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우리 한민족 고유의 선도문화仙道文化에 있다. 신라의 석학이었으며 천부경天符經을 발견하고 해독하여 우리에게 전한 고운 최치원崔致遠 선생 또한 일찍이 난랑비鸞郞碑 서문<신라의 화랑 난랑을 위하여 만들어진 비석의 해설부분>에서 밝힌 바 있다.


    國有玄妙之道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曰風流 이를 일러 풍류도라 한다.
    設敎之源 이 가르침의 연원은
    備詳仙史 선사仙史에 상세히 실려 있거니와,
    實乃包含三敎 근본적으로 유?불?선 儒彿仙 3교를 이미 자체 내에 지니어
    接化群生 모든 생명이 가까이 하면 저절로 감화한다.
    -《삼국사기》<신라본기 제4 진흥왕 편> -

    최치원 선생은 이 비문에서 유?불?선 3교는 인류시원의 가르침인 풍류도에서부터 갈라져 나가 유?불?선으로 발전 했으며, 유?불?선의 사상을 포괄하고 그 모체가 된 철학이 우리 한민족에게 예로부터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적어서 전했던 것이다. 최치원 선생이 말한 풍류도가 바로 신선도이다.
    여기서 '선사仙史'는 '선가仙家'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역사서로 이해하기도 하고, 18대 한웅천황을 배출한 신시배달국의 역사서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 해석은 결국 한가지인 것으로 보이고 그것은, 우리 한민족의 고유문화가 바로 선도문화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선도는 수련을 통해 자기 실체를 깨닫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있다. 개인의 깨달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평화에 기여하는 삶을 살자는 성통공완性通功完의 정신이 선도문화의 핵심이다. 우리의 국조 단군이 나라를 열며 건국이념으로 세운 뜻이 홍익인간 이화세계였던 이유는 우리 한민족 고유의 문화가 선도였기 때문이다. 단군시대의 홍익인간 이화세계는 건국이념인 동시에 정치, 종교, 문화, 생활의 철학이었다(一指 이승헌 저, 「국민이 신이다」90~92쪽).

    그리고 우리는 흔히 선비정신, 선비문화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이 선비라는 말은 어디에서 유래된 말인가. 이 선비는 한자어가 아니고 고대로부터 우리 민족이 사용해 온 순수 우리 말로서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 선도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고대이후로 우리는 무사들을 '선비'로 불러왔고 삼국시대 이후에는 중국인들이 삼국의 선비=무사들을 '선인'(仙人) 또는 '선인'(先人)으로 기록하기 시작하고 삼국 스스로도 중국식표현을 따라 '선인'(仙人) 또는 '선랑'(仙郞)으로 기록했다 한다.

    특히 고구려에는 '조의선인'(?衣仙人)이라는 벼슬이 있었는데, 이들이 검은 옷을 입거나 흰 옷에 검은 띠를 두르고 있어서 조의(?衣)라는 호칭을 붙인 것이라 한다. 그리고 신라는 화랑도를 '선랑'이라 지칭하였지만 순수한 우리 말로는 이들을 '선비'로 불렀다 한다(한영우 저, 「미래와 만나는 한국의 선비문화」 21쪽).


    7. 우리 전통문화의 핵은 '홍익'이라는 정신문화이다.

    미국의 교과서에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정말 우리에게 전통문화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훌륭한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 헌법도 제9조에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전통문화는 그 핵심 내용이 무엇인가?
    전통문화라고 하면 유, 무형 문화재를 떠올리겠지만, 그것은 전통문화의 핵인 '정신문화'의 발현이다. 그래서 전통문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정신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지난 2천 년간 외세의 침략과 외래문화가 주를 이루면서 많이 사라지고 잊혀졌지만,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이름과 '한'이라는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한'의 정신은 '천지인天地人'사상과 맥이 닿아 있고, 천지인 사상을 사지고 실천하는 인간상을 홍익인간이라 하며, 그러한 홍익인간이 모여 이치에 맞게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이화세계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놀랍게도 우리 전통문화의 핵인 홍익인간에 대하여 당당하게 천명하고 있다. 헌법전문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 국민은 …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라고 규정하여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을 선언하고 있다. 홍익인간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없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으나 본래 '인류공영'이라는 말은 홍익인간을 표현할 때 쓰는 용어이다. 우리 교육기본법도 제2조 (교육이념)에서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홍익인간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인류공영'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의 교육이념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1949년 제정된 교육법 제1조에 명시되었는데 이것은 정부 수립 시부터 우리나라는 단군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으로 정하고 이를 법에 명시한 것이다. 이후 1997년 교육법이 교육기본법으로 대체되면서 교육이념은 교육기본법 제2조에 규정하였다. 당시 대한민국의 볍령 거의 대부분이 서구의 법을 받아들여 만들어졌지만, 교육이념만큼은 우리 교유의 철학인 '홍익인간'을 채택한 것이다. 홍익인간이 교육이념으로 채택된 배경에 대하여 1958년 문교부에서 발간한 자료집 <문교개관>에서는 "홍익인간은 우리나라 건국이념이기는 하나 결코 편협하고 고루한 민족주의 이념의 표현이 아니라 인류공영이라는 뜻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정신과 부합되는 이념이다. 홍익인간은 우리 민족정신의 정수이며 일면 기독교의 박애정신, 유교의 인 그리고 불교의 자비심과도 상통되는 전 인류의 이상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산大山 김석진金奭鎭이 펴낸 《하늘·땅·사람 이야기-대산의 천부경》에 따르면, 홍익인간이 교육이념으로 문제가 제기된 것은 미군정 때이다. 1949년 조선교육심의회 제1분과 위원이었던 백낙준白樂濬(1895~1985)은 미국에서 역사학과 신학을 공부했는데, 미군정이 '홍익인간'이라는 말이 민족주의적 색채가 심하다고 하면서 꺼렸지만 이를 영어로 '인간에 대한 최대한의 봉사'(Maximum Service to Humanity)'로 번역해 미군정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이상一指 이승헌 저, 「국민이 신이다」115쪽 참조).

    홍익인간 정신은 그 보편성으로 인해 이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외국인들이 눈여겨보고 있다. 하버드 대학에서 동아시아 언어문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는 그의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홍익인간 정신은 인종이나 민족, 종족을 차별하지 않는 보편적인 성격의 개념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로 확장시킬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위 저서 249쪽).


    8. 맺는말 - 국가의 의무

    이상 헌법 제9조가 규정하고 있는 전통문화의 개념과 범위에 대하여 기술하여 보았는데 결론으로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은 국가의 의무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난 2천 년간 외세의 침략과 외래문화가 주를 이루면서 우리들 자신이 전통문화를 잊고 살아 왔으나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에게는 훌륭한 전통문화가 있고 헌법에서도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으니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제대로 역할을 하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국가가 나서지 않으니 민간에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자면 충남 천안시 목천읍에 있는 사단법인 국학원이 그 일례이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퇴계로에 한국국학진흥원이 있는데 이는 국학이란 용어를 쓰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여 퇴계선생의 학문을 중심으로 한 유교문화를 연구 보급하는 단체이지 우리의 고유사상을 연구하는 단체는 아니다) 국학원은 2002년 7월 민간인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문화인 선도문화를 복원하고 오늘의 현실에 맞게 재창조하여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국가의 도움 없이 순수 민간의 힘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국학원 관계자들은 평소 자조 섞인 목소리로 "국가에서 도와주지 않아도 좋다. 방해만이라도 안 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전통문화의 현주소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해두고자 하는 것은 정부 개천절 행사에 관한 문제이다.
    10월3일 개천절은 1949년부터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삼일절, 광복절, 제헌절과 함께 4대 국경일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시행해 오고 있다.
    아시다시피 개천절은 우리민족의 시원과 건국을 함께 기념하는 날로서 전통문화의 원천이요 민족의 큰 생일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소중한 날을 요즘 우리는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 개천절은 단지 하루 쉴 수 있는 휴일에 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공식행사는 대폭 축소되었고 개별기관이나 지방 행정기관, 학교 차원의 행사는 생략되는 추세다. 몇 년 전부터 정부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썰렁한 기념행사를 하는 것으로 끝내고 만다. 여느 국경일 행사와는 달리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 대통령 명의의 경축사를 국무총리가 대독을 해 왔는데 2011년부터는 이마저도 국무총리 경축사로 격하시켰다. 뜬금없이 국무총리 경축사란 또 무엇인가. 당연히 국가의 대표인 대통령이 참석하여 경축을 해야 마땅하다.

    헌법은 제69조에서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할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하도록 취임선서문을 미리 정해놓고 있다. 대통령은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할 헌법상의 책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러한 헌법정신에 따라 당연히 개천절 행사에 참석하여 국민과 함께 기뻐하고 이 날을 기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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