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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바로쓰기] 22대손 보아라

    이홍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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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날을 앞두고 22대손이 보낸 편지 잘 받아 보았노라.

    나는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말과 글이 서로 맞지 않으니 이 때문에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나는 고작 중국의 한자를 우리 발음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한글을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말'을 위해서 짝으로 한글을 만들었다.

    한글이 내가 백성들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일진대 너희들이 그 보배를 귀히 여기지 않고 우리말과 한글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안타깝기 그지없구나.

    너희들은 삼사십년 전에는 '염통', '얼개'라는 말을 초등학교 책에서 쓰더니 이제는 아예 '심장', '구조'라는 말만 쓰더구나.

    갈수록 한자말은 우대하고 순 우리말은 천대하여 공문서나 공식 자리에서는 순 우리말이 발 디딜 틈새도 없게 만들어 버리니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20여 년 전 네가 단독판사 시절 민사판결 주문에 '피고는 ~ 000원을 주라', '피고는 ~ 00 건물을 비워주라', '피고는 ~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밟으라'라고 쓰는 것을 보고 너를 참 기특히 여겼다.

    그런데 네가 휴가 간 사이에 재판사무감사를 나온 대법관에게 '요새 판사 중에는 법률용어도 모르는 판사가 있다'는 꾸지람을 들었다는 소식에 네가 탄식하며 뜻을 꺾고 만 것을 보고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게다가 요사이는 우리말이 한자말뿐 아니라 무분별한 영어에 치이는 신세가 되니 정말 화가 난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아이들이 일기장에 '투데이 모닝에 스쿨에 고우했다. 잉글리시 티처가 미에게 굿이라면서 프라이즈를 주었다'라고 쓰는 날도 멀지않으리라.

    이번 골프에는 이순신 장군이 아직 머리를 얹지 못했다니 그 자리에 김하늘을 데려 오려무나.

    좋은 한글 이름을 가진 선수인데 '하늘'이 되지 못하고 올해 준우승만 다섯 번 하니 위로해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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