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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판 음서제

    강신섭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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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 주일 전 일간신문에서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이나 대형로펌의 입사에 있어서, 집안 배경이나 부모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결과 유력자의 자제들이 법조인이 되기 쉽고 법조인이라는 직업이 세습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사회 불신을 촉발시키고 사회 유동성을 크게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실었다. 필자의 학창시절 6년제의 의과대학에 유독 의사의 자제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소회를 느낀 적이 있다. 물론 훌륭한 음악가의 가문에 음악가가 많고, 뛰어난 화가의 집안에 화가가 많이 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의사 집안에서 의사가 많이 나고, 법조인 집안에서 법조인이 많이 난다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위 기사가 실증적인 통계를 실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유력자의 자제나 법조인의 자제가 법학전문대학원에 많이 입학하고 대형로펌에 많이 입사하는지는 실제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그러한 지적이 있다는 것은 매우 유념하여 볼 필요가 있다. 이제 법조인의 직역은 법률서비스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정부기관이나 기업의 중요 직위에서 막중한 영향력을 수행하고 있다. 즉, 법조인의 사회적 영향력은 음악가나 화가에 비할 바가 아니다. 따라서 혹시라도 법조인의 직업이 세습되는 경향이 있다면, 이는 사회통합에 상당한 저해요소가 되고 사회의 유동성을 떨어뜨리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회 유동성의 저하는 사회갈등과 사회불안의 원인이 된다.

    법학전문대학원 설립 당시, 장학제도 등을 통하여 취약계층의 자녀들에게도 법학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정부 책임자의 설명을 들은 기억이 난다. 그러한 사회적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의 3년 동안 교육비와 기회비용은 중산층의 부모들에게도 상당한 짐이 된다. 더욱이 혼인 적령기에 있는 학생들에게도 3년이라는 기간은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된다. 장기저리의 대출 등으로 이러한 부담을 덜어주지 않는 한, 사회는 법률가양성제도에 대하여 재검토를 시도할 것이다. 즉, 사회 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를 법학전문대학원의 내부에 마련하여 주지 않는 한, 사회는 '개천에서 나는 용'이 나는 제도를 법학전문대학원의 밖에 설치하려는 움직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대형로펌의 입사는 로스쿨 졸업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있다. 대형로펌은 부지불식간에 사회적 공기(公器)가 되어 있다. 때로는 대형로펌의 작은 결정도 여과 없이 공개되어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된다. 대형로펌의 신입 변호사의 선발 기준과 선발결과는 로스쿨생들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어 있다. 로스쿨생들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로펌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입사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얼마 전 어느 대기업이 나름 합리적인 입사 요강을 만들었지만, 사회 일각의 거센 비판을 받고 철회한 적도 있다. 이렇듯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관리가 로펌의 사회적 책임의 첫걸음이다.

    대형로펌이 많은 돈을 투자하여 사회의 소외계층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로펌이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관리를 하여, 새로운 세대들에게 공정한 사회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첫걸음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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