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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와 재기

    이수열 판사(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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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6월 제너럴모터스(GM)가 뉴욕 남부 파산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당시 GM은 미국 내외에서 직원 23만 명을 고용한 자산 823억 달러의 회사로서, 역대 4번째로 큰 규모의 기업회생사건이었다. 이후 GM은 자산양수를 위해 설립된 회사에 핵심 영업과 자산, 상호를 양도하여 '새로운 GM'을 탄생시키는 방식으로 회생에 성공하였는데, 자산매각에 대한 이의, 변론과 매각을 거쳐 새로운 GM이 출범하기까지 40일이 소요되었다.

    기업은 실패할 수 있다. 저명한 도산전문가이자 힐러리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자신의 저서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던진 말이다.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활동을 하다 보면 뒤처진 기업이 나오는 것은 필연으로서, 그만큼 실패한 기업이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중요함을 표현한 것이다. 실패로부터 재기할 기회가 부여되지 않으면 창조적인 도전과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파산법원은 1978년 설립된 이래 실패한 기업의 재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전 세계 도산법제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GM, 크라이슬러(Chrysler)와 같은 대기업이 성공적으로 회생하여 수많은 일자리와 기업가치를 보전한 데에 파산법원의 역할이 컸음은 물론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도산제도를 연구하는 스튜어트 길슨(Stuart Gilson)교수는 최근 기고를 통해 미국과 유럽 간 금융위기 극복의 격차는 양자의 도산법제 차이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기업들은 우수한 도산법제와 도산전문가들 덕분에 신속하게 위기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회복한 반면, 유럽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차관제공의 조건으로 설립을 요구한 이래 국내에서도 파산법원 설립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최근 그 논의가 더욱 활발하다. 지난 1월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파산법원 설립을 건의했는가 하면, 7월에는 도산법연구회와 한국도산법학회 합동심포지엄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종래 법원은 도산사건의 특성에 걸맞은 다양한 제도와 실무개선 작업을 지속하여 왔으나, 전문성에 관한 논란 또한 거듭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도산절차의 전문성 제고 방안으로 파산법원 설립을 검토해볼 만하다. 파산법원이 설립되는 경우 도산절차의 전문성과 공정성,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기업과 개인은 더 신속하게 재기하고, 국가 경쟁력에 보탬이 되는 경제주체로 남게 될 것이다. 기업의 경영환경 악화와 1천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협하는 시점이어서, 최근의 파산법원 설립 논의는 더욱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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