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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바로쓰기

    [우리말 바로쓰기] '완전'

    이홍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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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새는 '완전'이라는 말이 넘친다. 원래 '완전히'라는 말은 '모자람이 없게'라는 뜻에서 출발했다. '이번 시험 완전히 망쳤다', '그는 완전히 회복했다', '그 사람 완전히 사기꾼이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전형적인 보기다.

    이처럼 '완전히'는 ①'거의', '전적으로', '심하게'의 뜻을 지니고 있고 ② 부사로서 뒤에 변화를 뜻하는 동사가 오는 경우가 많으며 ③ 뒤에 형용사나 '명사+~이다'가 오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

    그런데 불과 1,2 년 전 반란이 일어났다.

    '아주, 매우, 정말'을 아예 없애고 그 대신에 '완전'을 쓰면서 이 말을 아무 데나 쓰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 요리는 완전 맛있다', '그 여자는 완전 미인이다', '이것은 완전 싸다'라는 식이다. 사람들은 어딘가 어색하다고 느끼면서도 남이 하니까 멋모르고 따라 하고 있다.

    그들은 부사형 어미 '히'를 함부로 떼어낸 것도 잘못이려니와 이 부사를 무턱대고 써서는 안 된다는 집단적 약속을 한순간에 깨버린 것이다.

    말이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변화는 반드시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말과 글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장 소중한 유산이며 그것을 통해 우리는 조상과 그리고 후손과 대화한다.

    그러하기에 아무 명분도 없이 오랜 세월 멀쩡하게 살아 숨쉬던 고운 말을 사라지게 하여 말 생태계를 교란하고 겨레가 함께 호흡해온 공공재를 멋대로 망가뜨리는 것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 그런 말은 품격을 지닐 수 없다.

    영국에서는 같은 연극을 한 극장에서 100년 이상 공연하고 그 사이에 주연배우만 수십 번 변하는 일도 허다한데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한 자동차를 20년 이상, 심지어 일생 동안 타며 새 차보다 돈이 더 드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하물며 조상이 물려 준 자랑스러운 보배인 우리말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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