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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겨울

    임선지 판사(서울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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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하기로 치면 봄과 다툴 수 없겠지만, '따뜻한'이라는 형용사가 가장 흐뭇하게 어울리는 계절은 겨울일 것이다. 바야흐로 송년회의 달이자 묵은 미제사건들을 다시금 챙겨보는 계절이 왔다. 혹자는 나이 듦을 쓸쓸하게 생각하며, 하얗게 세어가는 귀밑 머리카락을 들추어 보거나 예전 같지 않게 침침해진 눈을 비빌지도 모르겠다.

    엄동설한의 추위를 녹여낼 온기와 세월의 무상함을 견뎌낼 초연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선은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정이 있다. 12월 일정표를 빼곡히 채우는 각종 송년회, 연찬회, 연말 특별강연회와 지인들과의 연말 모임…. 우리는 거기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고, 앞으로의 희망과 격려를 주고받으며 또 한 해를 살아갈 지혜와 용기를 얻는다.

    다음으로, 자신보다 덜 편안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하여 자신이 가진 것들을 기꺼이 나누는 사람들도 있다. 나눔을 실천하는 자세가 비단 이 계절에 한정되랴만, 삭풍이 옷깃을 파고들고 쓸쓸함이 마음을 잠식하는 지금이야말로 사랑의 위력이 필요한 때다. 사계절 내내 크고 작은 모임을 통하여 봉사활동을 하거나 정기적으로 기부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이 계절에 특히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연탄 나눔 행사, 식사제공 등 봉사활동이 많은 이유다.

    한편, 캐비닛 가득 채운 사건 기록들을 불러내어 차가운 형광등 불빛 아래 뻑뻑한 눈 문질러가며 기록을 넘기면서 겨울밤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사건 기록 속의 상처받고 빼앗기고 억울한 사람들이 자기 한 사람의 성실과 지혜에 의존하며, 마음 졸이고 걱정하는 것을 되새기면서, 정작 본인의 외로움과 추위를 아예 잊어버리는 사람들이다. 필자의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다.

    이제 달력이 한 장 남았다. 문병란 시인의 말처럼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는 것이 가능하려면, 누구에게나 추위를 견뎌내고 세월을 넘어서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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