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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해야 따른다

    이수열 판사(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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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흥미롭게 본 방송프로그램이 있다. 연예인들이 육군부사관학교에 입교해서 부사관 자격을 취득하는 병영체험 과정을 담은 예능프로인데, 인상적인 부분은 학교 내에서 후보생들 간에 경례를 주고받을 때 '정통해야 따른다'는 구호를 외친다는 점이다. 부사관은 병사들의 상급자로서 병사들을 제대로 통솔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경례구호는 부사관이 직급에 걸맞은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해당 분야에 정통하는 것임을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재판은 당사자와 증인, 감정인 등 소송관계인들이 판결이라는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상호 작용하는 절차로서, 이를 주재하는 법관의 각종 조치는 리더십을 발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육군부사관학교와 같은 차원에 놓고 보면, 당사자들이 재판 결과를 따르고 승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정통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관은 어떻게 정통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법이론과 판례뿐만 아니라 전문분야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에는 해당 분야 지식도 숙지해야 할 것이다. 재판절차의 진행에 능숙해 짐으로써, 당사자와 적절히 소통하면서 재판을 원만히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부단한 연구와 자기개발 노력은 필수일 것이다. 다만 당사자가 처한 사정을 이해하고, 때론 판결이 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직무의 특성상 그와 같은 노력만으로 '정통'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영미권 국가에서는 오랜 법조 경력을 통해 자질을 검증받은 사람이 법관에 임명됨으로써 국민의 남다른 존경을 받고 있다. 저명한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에 의하면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데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작용한다고 한다. 하루 3시간, 1주일 20시간씩 훈련하는 것을 가정할 경우 10년의 세월이 필요한 시간이다. 이렇게 보면 법관이 정통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다양한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쌓이는 경험과 경륜이 특히 중요하다고 하겠다. 최근 대법원은 사실심 충실화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단독판사의 절반을 부장판사로 배치하고, 고등법원은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경륜 있는 법관으로 채운다. 경력 20년 이상의 소액·중액 전담법관 임용도 확대한다고 한다. 평생법관제와 결합된 이번 마스터플랜은 법관을 보다 '정통하게' 함으로써 재판에 대한 국민의 승복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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