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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바로쓰기

    [우리말 바로쓰기] 착한 가격

    이홍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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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교 때 유명한 수학 선생님이 있었다.

    서울대 수학과를 나온 분인데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어 인기가 대단했다.

    그 분은 칠판에 문제를 풀면서 꼭 엑스(x)를 '너'라고 했다.

    엑스를 엑스라 하지 않고 더구나 사람도 아닌 것을 '너'라고 하니 처음에는 다들 웃음을 참느라고 혼이 났다.

    그 선생님이 왜 그렇게 부르는지 아무도 감히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나는 참 못마땅했다.

    이렇게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을 사람 아닌 것에 쓰면 어색한 말이 된다.

    인터넷에서 애완동물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올리는 글을 보면 암컷을 '여자', '여아'로, 수컷을 '남자', '남아'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이 동물을 사람만큼 사랑해서 그런 건지, 한자말의 뜻을 잘 몰라 그런 건지 알 수 없지만 그 어느 쪽이라 해도 잘못 쓴 말이다.
    사람에게 쓰는 말을 동물도 아닌 무생물에게까지 쓰는 것은 더욱 큰 잘못이다.

    가게에 가서 물건을 고를 때 '얘는 얼마에요?'라거나 '얘로 주세요' 라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얘'는 '이 아이'의 준말이므로 그런 말을 쓰는 사람들은 뜻하지도 않게 아이를 사고파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사물을 가리키는 '것'을 써서 '이것'이라 해야 마땅하다. '것' 대신 '놈'을 쓰는 것은 원래 잘못이지만 이제 어느 정도 일상생활에서 굳었다고 할 수 있어 크게 잘못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요새 툭하면 '착한'을 아무 데나 쓰는 것도 참 못마땅하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부쩍 착해진 금값'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착하다'는 '말이나 마음씨가 바르고 어질다'라는 뜻으로 사람에게만 쓰는 말이다.

    가치에 비해 가격이 싸다고 해서 그것이 '착한' 것이 될 수는 없다.

    정 가격이 마음에 든다면 '좋은 가격', '산뜻한 가격'이라고 할 일이다.

    한자의 원조인 중국어에서는 사람, 동물, 무생물에 쓰는 단어가 엄격히 구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단어가 한자 자체의 뜻만 가지고는 어떻게 해서 그리 구분되는지 우리는 알기 어려운데도 그들은 절대로 구분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구분되는 말을 아무렇게나 섞어 쓰는 사람들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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