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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와인즐기는 진형혜 변호사

    빈티지별 와인 차이점 느껴보려 음미하다 '탐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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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일 오후 5시. 앞선 사건의 증인신문이 한이 없다. 상대방측의 변호사의 날선 반대신문에 연신 땀을 뻘뻘 흘리며 기억을 더듬고 있는 죄 없는(?) 증인이 안쓰럽다. 4시 30분으로 예정되었던 나의 사건은 이미 시작 시간을 넘긴지 오래. 늦어도 6시까지는 끝나야 오늘 저녁 예정된 와인시음회에 늦지 않는데... 짐짓 시계를 흘낏거리며 판사님을 바라보지만 돌부처가 따로 없다.

    진형혜(45·사법연수원 31기) 법무법인 지엘 변호사가 자신이 좋아하는 보르도의 5대 샤또들에서 생산한 대표 와인들을 선보이고 있다.

    몇년 전인가.. 와인을 소재로 한 일본 작가의 만화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와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그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와인이란 외국 사절들과의 공식적인 외교만찬이나 조금은 격식을 갖춘 사교 모임에서 분위기를 살리는 건배주로 그 존재감을 발휘하였거나 데이트를 하는 남녀 간에 분위기를 내는 도구로 사용되곤 했었다.

    그때로부터 불과 10여년이 흘렀을까. 지금은 웬만한 기업이나 기관에서 와인 동호회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와인 동호회는 더 이상 와인마니아들의 모임이 아니다. 참가비만 수십만원에서 심지어 백만원이 넘어가는 와인시음회도 드물지 않고 유명 와인들이 직접 생산되는 현지 와이너리를 방문하여 제조자들을 만나고 현장에서 그 제조자의 와인을 빈티지별로 시음해 보는 여행 상품 역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필자가 와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는, 몇년 전 우연히 초대받아 간 와인시음회에서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내게는 다 그게 그거인 와인들이구만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표현과 향으로 그 와인을 음미하였고 상대방의 평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필자는 저건 뭐하자는 것인지, 나에게는 그저 시큼하고 텁텁한 맛과 알코올이 가미된 포도향 밖에는 느껴지지 않는데 이 음료수 어디에서 산뜻한 베리와 다크초콜릿 향이 난다는 것인지, 각 생산 연도별로 전혀 다른 맛을 보인다는 빈티지별 와인의 차이가 과연 뭐란 말인지(당시 필자의 빈티지 식별력은 발렌타인 12년산과 30년산을 목넘김으로 구별하는 수준이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당시 시음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태도를 단순히 와인을 마시면서 부리는 허세라고 볼 여지도 있겠으나 그들의 태도는 요새말로 상당히 진정성이 있었고 진지했다. 그 시음회에 참석한 후 필자는 그 자리에 있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고 안다는 것을 나만 모른다는 상황을 참을 수 없어 그 이후 와인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마셔보면서 와인을 느껴보고자 했고 그 결과 풋풋하고 생기발랄한 봄처녀 같은 보졸레 누보(이 편하고도 유명한 와인의 이름은 거의 대부분 들어보았을 듯하다)에서부터 보르도 5대 샤또와 부르고뉴의 DRC까지, 생산지와 생산자, 품종, 빈티지, 토양, 가격이 서로 다른 다양한 와인들을 꽤 많이 마셔본 듯 하다.

    필자가 본격적으로 와인에 탐닉한 기간은 이제 3~4년 정도이니 와인에 비교하자면 아직 한참 숙성되어야 하는 유아기 와인이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와인과 함께 했던 위 3~4년을 거치며 필자는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좋은 친구를 얻었다고 자부한다. 아마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필자의 와인도락은 평생에 걸쳐 계속될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필자에게 당신이 맛본 와인 중 어떤 와인이 가장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치열했던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늦은 저녁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모여앉은 다음 그날 있었던 일을 묻고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면서 마시는 한잔의 와인이라고. 그 와인이 만원짜리 보졸레 누보이든 1,000만원이 넘는다는 로마네 콩티이든 나에게는 그 시간의, 그 한잔의 와인이 가장 좋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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