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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 선생님께

    최기식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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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동안 잘 지냈는지요? 몇 년 만에 서울중앙지검에 돌아오니 유달리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 때가 2006년 11월이었던가요. 선생님은 피조사자로, 저는 조사자로 만났던 날이…. 첫날 가족관계를 묻는 제게 선생님은 구속이 되자 아내와 아이들이 미국으로 떠났다고 말했지요.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선생님의 어머니는 2~3일에 한 번씩 누님과 같이 면회를 왔었고, 저는 제 어머니를 모시듯 손수 차를 대접하고 엘리베이터까지 배웅도 해 드린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제 마음 안에는 늘 안타까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지하주차장에서 선생님과 가족들을 위해 기도할 때면 이상하게도 눈물이 났었습니다.

    동료들 때문에 진술을 망설이는 상황에서 살아온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지요. 제가 어린 시절 가정불화와 가난 등으로 설움에 복받쳐 교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한 없이 울었던 이야기를 꺼내었지요. 그러자 선생님은 점심 때 수돗물을 마시는데, 이를 본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매일 도시락을 싸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그리고 제 명함 뒷면에 있던 천지 사진을 보고 "검사 명함에 웬 천지냐?"고 물어 제가 "선생님과 방법이 다를 뿐 저도 일생 통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 미국, 중국 등 한반도 주변정세와 통일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지요.

    변호인들은 매일 번갈아 접견을 왔고, 선생님의 침묵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렇게 2주가 지났을까요. 저는 더 이상 시간을 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이제는 답을 달라고 했지요. 선생님은 그날 저녁 한참을 고민하시더니 "검사님… 이제 시작하시지요"라고 운을 떼었고, 저는 그날부터 10일 동안 1000여 쪽에 달하는 조서를 받았지요.

    그 후 법정에서 만나고, 1년간의 재판이 끝나 선생님이 대전으로 이감되기 며칠 전 뵌 게 마지막 기억인 것 같습니다. 2013년 가을,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국생활은 어떤지요? 가족들과 다시 만났는지요? 언젠가 다시 만나 통일한국에 대해 대화를 나눌 날을 기다려봅니다.

    늘 평안하세요.
    서초동에서 최기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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