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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수기] 대한변협-영국법정변호사회 교환연수 다녀와서

    전우정 변호사 (법무법인 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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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15일까지 3주동안 대한변호사협회와 영국 Bar Council 간 변호사 교환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보고 느낀 점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과거에도 영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서 법정변호사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비로소 영국 법정변호사와 사무변호사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Bar Council은 영국 법정변호사(barrister)들의 단체이다.
    필자는 이 과정 동안 첫 주에는 BPP Law School에서 영국법 전반에 대하여 강의를 듣고, 영국 대법원, 추밀원(Privy Council), Royal Courts of Justice, 상사법원(Commercial Court),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 런던국제중재법원(London Court of International Arbitration, 'LCIA') 등 기관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2~3주에는 각 챔버에 배치되어 실제로 영국 법정변호사들과 같은 방에서 일을 하고 법정에 따라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마다 각 챔버에서 리셉션을 개최하여 여러 다양한 챔버들을 방문해 볼 수 있었다.

    영국 법정변호사(barrister)
    잉글랜드와 웨일즈에는 2014년 기준으로 등록한 법정변호사가 1만5716명이고, 개업한 법정변호사가 1만2709명이다. 법정변호사 중에 사내변호사(in-house counsel)도 있지만, 대부분 각자 독립적으로 개업한다. 사무실을 임차한 건물에 따라서 각 챔버(chamber)에 소속된다. 런던에 있는 챔버에는 보통 50명 내외의 법정변호사들이 있다. 각 챔버에는 행정, 영업 등 우리나라의 사무장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클럭(clerk)들이 있다. 필자는 Essex Court 챔버와 11 Stone Buildings 챔버에 1주씩 배치되어 법정변호사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퀸즈카운슬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법정변호사 중에 가장 우수하고 명망이 있는 사람은 퀸즈카운슬(Queen's Counsel, 약칭 'QC')이 된다. 2014년 현재 1625명의 퀸즈카운슬이 있다. 퀸즈카운슬은 '실크(silk)'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상당한 명예와 존경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수임료도 높다. 퀸즈카운슬은 법률가가 아닌 일반인, 법정변호사, 사무변호사, 퇴직한 판사 9명 이상으로 구성된 선정단(Selection Panel)에 의하여 선정된다. 항상 법률가가 아닌 일반인이 선정단의 의장이 된다. 법률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정변호사로 인정 받아야 퀸즈카운슬이 될 수 있다.

    법정에서 법정변호사들이 변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법정변호사와 사무변호사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영국에서 원칙적으로 법정변호사만 법정에서 변론(advocacy)를 할 수 있다. 법정변호사가 제일 앞 줄에 서서 판사 앞에서 변론을 하며, 그 다음 줄에 사무변호사들이 앉아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줄에는 일반인 의뢰인이 앉아 있다. 법정변호사들이 판사 앞에서 변론 중 상대방 법정변호사의 주장을 반박할 때 직설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법정변호사를 "my learned friend"라고 지칭하면서, "My learned friend는 . . . 라고 주장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my learned friend가 . . . 한 부분을 실수로 간과한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변론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법정변호사들은 변론 중 판사를 "My Lord" 또는 "My Lady"(High Court, 항소심 법원, 대법원), "Your Honour"(형사법원)라고 부른다. 영국에서 대부분의 판사는 법정변호사 출신이다.

    법정변호사의 고객은 사무변호사이다. 법정변호사는 사무변호사로부터 수임료를 받는다. 법정변호사는 사무변호사와 함께 의뢰인과 회의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의뢰인과 직접 소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2004년부터는 법정변호사도 사무변호사를 통하지 않고 소송사건을 수임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되었다. 이에 따라 법정변호사들이 소속된 챔버들도 별도로 마케팅 활동을 하는 등 영국 변호사업계의 판도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대한변협-영국 법정변호사회 변호사교환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4월 29일 영국 런던에 있는 영국 대법원(UK supreme Court)을 견학하고 심리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연수 참여자들. 사진 맨 왼쪽이 전우정 변호사.

    런던 상사법원(Commercial Court)
    챔버에 배치되어 있는 동안 법정변호사들을 따라서 주로 상사법원(Commercial Court)에서 열리는 변론을 많이 참관하였다. 런던 상사법원 사건의 80% 이상이 한 쪽 당사자 또는 쌍방 당사자가 영국인이 아닌 국제사건이라고 한다. 영국 법률가들은 국제중재뿐만 아니라 소송에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유럽연합(EU)에서는 관할 및 민상사 판결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규정(Council Regulation (EC) No 44/2001 of 22 December 2000 on jurisdiction and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judgments in civil and commercial matters)에 따라서 유럽연합 각 회원국의 국내 법원의 판결문을 유럽연합 회원국 어느 나라에서도 강제집행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 회원국 간의 국제계약에서 당사자들이 영국인이 아니라도 재판관할을 영국 런던의 상사법원으로 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영국법원의 공정성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영국 재판제도의 특징
    영국 민사소송법에는 'Case Management Conference' 라고 하여 판사와 각 당사자들이 소송 진행 절차에 대하여 미리 정하는 절차가 있다(Civil Procedure Rules 제29.2조 제1항).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규칙 제15조는 중재판정부는 당사자들과 협의한 후 중재 진행을 위한 잠정적인 일정표를 작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이와 같은 절차일정표를 소송에서도 미리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법원에서도 당사자들에게 조정(mediation)을 많이 권유하고 있다. 승소한 당사자가 판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조정을 거부했던 경우에, 판사는 그 승소한 당사자가 패소한 당사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소송비용 금액을 감액할 수 있다(Civil Procedure Rules 제44.4조 제3항 제a호). 이렇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당사자들이 조정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런던국제중재법원(London Court of International Arbitration, 'LCIA')
    연수프로그램 일정 중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방문하였다. 영국 중재법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LCIA 중재에서도 당사자들의 자치가 보장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영국 중재법(Arbitration Act 1996) 제69조 제1항에 의하면, 중재판정의 법률적인 쟁점에 대하여 법원에 항소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임의규정이다. LCIA 중재규칙(1998 LCIA Arbitration Rules) 제26.9조에 의하면 중재판정은 최종적이고 당사자들은 법원에 항소할 권한을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LCIA 중재를 하는 경우에도, 우리나라와 같이, 당사자들은 실체적인 법률적 쟁점을 이유로는 영국 법원에 항소를 할 수 없게 된다.

    LCIA 중재를 하는 경우에도 중재지(seat of arbitration)를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LCIA 중재규칙 제16.1조). 따라서 반드시 런던이 중재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LCIA 중재규칙 제5조에 따르면 LCIA Court 가 중재판정부를 선임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당사자들이 선정한 중재인으로 중재판정부를 구성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영국 사무변호사(solicitor)
    연수프로그램 일정 중 영한법률협회(British Korean Law Association)에서 주최하는 리셉션에서 런던에서 사무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분을 만나서 사무변호사의 세계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사무변호사의 숫자는 법정변호사보다 10배 정도 많다. 잉글랜드와 웨일즈에는 2014년 기준 16만 394명의 사무변호사가 등록되어 있고, 이 중 13만 382명이 개업 중이다. 영국에서 사무변호사는 주로 계약, 거래 등의 분야에서 자문 업무를 한다. 영국 사무변호사들은 큰 조직의 로펌을 만들고 전세계 곳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매직 서클(magic circle) 로펌의 경우 지분파트너 1인당 수입(Profit per Equity Partner, PEP)이 연 백만 파운드(한화 약 17억 정도) 이상이다. 한-EU FTA에 따라서 내년 7월 1일부터 한국로펌과 영국로펌의 합작투자기업 설립이 가능해 진다.

    마치며
    영국 법률가들은 영어로 이루어지는 국제계약, 국제중재, 국제소송 등 분야에서 전세계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변호사들도 영어 실력을 향상시킨다면 영국 변호사들 못지 않게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최근 싱가폴이 아시아의 중재(仲裁)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데, 서울에도 대한변협의 주도하에 2013년 서울국제중재센터가 개소하여 서울을 국제중재의 중심지로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의 법률시장을 세계로 확대해야 하는 시점이므로 영국 변호사들의 해외진출 노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법률가들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여 FTA 법률시장 개방 등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대한상사중재원, 서울국제중재센터 등을 잘 활용하면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아시아의 중재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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