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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그림감상을 즐기는 채다은 변호사

    타임머신 타고 그림 속 時代 여행하는 듯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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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다은(33·변호사시험4회)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가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모딜리아니展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시간여행을 하여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상상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도 대부분 풍부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어린 시절의 즐거움이어서 어른이 되고부터는 타임머신에 대해 생각할 일이 거의 없어졌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타임머신을 떠올리는 계기가 생겼다. 다름이 아니라 '그림 앞에 선 순간'에 그렇다.

    프랑스의 어느 작은 미술관에서 그림 전시를 보고 있을 때였다. 전시관을 돌아 문득 한 그림을 마주했을 때, 나는 순간 내가 서있는 그 곳이 19세기의 프랑스라고 느껴버렸다.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아니어서 화가의 이름과 그림의 제목을 잊어버린 게 조금 아쉽지만, 아직도 나는 그때의 강렬한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것은 19세기 후반의 프랑스의 어느 골목을 그린 작품이었는데, 중앙에는 골목을 걸어가는 여인의 뒷모습이 있었다. 모자를 쓰고 거리를 걷는 그 여인은 나에게 길을 안내하는 듯 우아한 걸음으로 앞장을 섰고 나는 생소한 거리를 두리번거리면서도 그녀를 놓칠세라 집중하여 뒤를 따랐다. 그때부터 나는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림 속의 시대와 공간으로 들어가 여행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모네의 '디에프 부근의 절벽' 그림을 실제로 보았을 때 바닷가에 막 도착한 사람처럼 가슴이 탁 트였다. 화가가 서 있었을 절벽에 서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주하며 얼마간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 전시는 경이로울 정도였는데 곡선의 벽면에 수련 작품을 둘러놓고 가운데 의자에 앉아서 관람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파리에서 지베르니로 순간이동을 하여 그의 집 정원 한 켠에 자리한 잔잔한 연못가에 앉아 수련을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모네의 '디에프 부근의 절벽' 마주하면
    바닷가에 막 들어선 것처럼 가슴트여
    그림 속 인물 탐색… 대화 시도 재미도

    그림 앞에 서면 그곳이 어디든 그림 속에 존재할 수 있으며 또 누구든 만날 수 있다. 모딜리아니의 초상화의 앞에 서서 주인공들과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때로는 팔짱을 끼거나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들을 응시하기도 한다. 가끔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며 마주한 이를 공감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이런 저런 대화도 시도해보기도 한다. 만남의 기적을 선사한다는 주제에서는 역시 벨라스케스를 빠뜨릴 수 없다.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시녀들'을 만나면 이 작품이 왜 걸작인지에 대해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림의 액자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게 만드는 틀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그들이 날 보는 것인지 내가 그들을 보는 것인지 내가 있는 여기는 대체 어디인지 지금이 혹시 17세기는 아닌지 여러 가지로 혼란스럽게 한다. 그림 한 장이 이렇듯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환상적인 체험을 하게 한다.

    그림을 보는 동안 순간순간의 몰입은 모든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게 해주어 결국 나에겐 타임머신과 같은 효과를 안겨주곤 한다. 올 봄에는 주말마다 타임머신 티켓을 손에 쥐고 서울 곳곳에 있는 미술관에 그림을 보러 다녔다. 역설적이지만 그리 멀리까지 가지 않고도 가장 멀리까지 갈 수 있는 흥미진진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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