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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은 묶고, 입은 풀고

    황정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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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방 후 70년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의 경제적 성취는 두 말 할 것도 없지만, 우리나라는 2014년 이코노미스트의 '민주주의 지수' 평가에서 167개국 중 21위다. 아시아 국가 중 20위 일본과 더불어 '완전 민주주의' 등급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북한은 167위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모두 성공했다. 우수하고 근면한 국민이 대외 지향적 발전 전략과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세워 우리에게 유리한 국제환경을 잘 활용하였고, 게다가 운까지 좋았다.

    '혼(魂), 운(運), 진인사대천명'의 결과다.(송병락, '전략의 신')

    건물이 높아지면 그만큼 그늘도 늘어나고, 만사에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이다. 2015년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언론자유 지수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199개국 중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공동 67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0위다. 2011년부터 '언론자유국'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내려앉았다. 언론자유국 63개국에 못 낀다. 명예훼손 관련 범죄에 대한 과도·과중한 처벌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가 명예훼손죄, 모욕죄, 후보자비방죄,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처벌해온 것이 문제였다. 선거과정에서 수준 높은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과 판단에 맡겨도 될 사소한 실수까지 처벌하고 있다.

    명예훼손의 비범죄화는 세계적 추세다. UN 인권위원회는 2011년 자유권규약 '일반권고 34호'에서 "모든 당사국들은 명예훼손의 비형사화를 고려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라도 형사법의 적용은 가장 심각한 경우로만 한정해야 하며, 자유형은 절대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악의적인 명예훼손이 아닌 한 형사처벌은 이제 자제되어야 한다. 형벌은 국가적 제재의 최후수단이어야 한다(헌재 2002헌가14 결정).

    우리나라의 현실 여건상 명예훼손 관련 범죄를 당장 폐지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프랑스처럼 자유형만이라도 폐지하는 방향이 옳다. 이제 국제적 수준에 맞추어, 수준 높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수준 높은 법제를 갖추고 형사사법을 보다 엄정하게 운용해야 할 때가 되었다. 다가오는 10~11월에 우리 정부가 자유권규약 이행 상황과 관련하여 UN 인권위원회에 답을 해야 하는 주요 사항도 바로 명예훼손의 비범죄화 문제다.

    명예훼손 내지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에 대한 광범위한 처벌은 자칫 '과잉사법'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 공직선거 후보자와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을 명예훼손으로 엄하게 처벌한다고 나섰다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 내지 선거운동의 자유를 훼손하고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돈은 묶되 입은 풀어 주어야 한다. 우리 형사사법이 돈도 묶고 입도 묶는 쪽으로 잘못 운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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