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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말

    하늘과 맞닿아 끝없이, 펼쳐진 만년설… 장대함에 넉 잃어

    정인진 변호사 (바른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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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과 맞닿을 듯 펼쳐진 캐나다 로키산맥의 고봉준령들 위에 만년설이 쌓여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모습. 하늘 높이 치솟은 침엽수림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캐나다 로키는 크다. 그 북쪽의 한 지점인 재스퍼에서 남향하여 밴프까지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차로 달릴 때 보이는 풍광을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

    1997년 여름에 그곳을 지나면서 보이던 것은 파란 하늘, 흰 구름, 회색 바위산, 그 위에 얹힌 빙하 또는 만년설, 푸른 침엽수 숲, 터키색 물빛을 담은 호수와 개울이었다. 그런 풍경이 잠깐 보이는 게 아니라 네 시간 넘어 계속 이어진다는 것 ㅡ 지구별은 이런 곳이 있어서 더욱 특별할 것이었다.

    언제고 한 번은 다시 그 길을 달려보겠다고 생각했었다. 십팔 년전 차안에 길게 누워 바라보았던 구름은 천천히 흘러가며 세사의 뜻없음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레이크루이스에 닿았을 때 나는 동행했던 이에게 말했다. 나 그냥 여기 남을 테니까, 너 서울에 돌아가면 일이 그렇게 되었다고 말이나 전해줘. 사십대 중반, 그나마 아직 나이가 덜 들었기에 할 수 있었던 반쪽의 농담이었다. 물론 나는 서울로 돌아갔다. 어쩌면 단순성과 수직성을 체화하여 솟아 있던 침엽수 덕이었을지도 모른다. 흰소리 말고 열심히 살라는 또다른 가르침. 이제 다시 떠나와 이곳을 찾았으나, 구름은 말이 없고 세사는 본디 뜻과 무관하여 그저 불가해할 뿐이다. 로키의 무변장대함도 그렇다. 저 산은 왜 저리 펼쳐져 있는 것일까. 그저 그러할(自然)뿐이리라.

    양 방향을 달리며 다시 보니 이렇다. 참말이지 혼자 보기 아깝다. 사진을 찍다가 찍다가 지쳐서 이제 그만 찍자 싶으면 또 나타나고, 이것만 찍고 이제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또 나타나고......

    이것은 대륙에서만 볼 수 있는 류의 풍경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반도에 사는 사람의 답답하고 옹색한 처지와 이를 두고 다산이 그의 시에서 내 보인 탄식을 생각하게 한다.

    멀리 보이는 크로우풋 빙하(Crowfoot Glacier). 까마귀의 발톱처럼 세 갈래로 뻗은 모양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시인 이만하는 이렇게 말했다. 풍경은 자기 표현의 완성을 위하여 단 하나의 토포스를 가진다고. 그리하여 한 가지 궁금한 것은 그가 말한 토포스가 이 풍경에서 과연 어디쯤인가이다. 그 탐색은 쉽지 않다. 세사의 뜬구름 같음을 말하기 위해서는, 보라, 우선 돈으로 기름을 사 넣은 자동차가 이렇게 달려줘야 하는데, 그렇다면 이 어쩔 수 없는 현실과 저 쉬르레알한 풍경 속에 내가 시선을 세워야 할 지점은 어디인가.

    다시 이만하의 말을 빌어 보면, 길 위에 선다는 것은 영원한 과정에 대한 헌신이다. 돌아가고 또 떠나오는 여정이 있을 것이로되 아마 어디에도 머무를 곳은 없을 것이다. 다만 삶이든 풍경이든 사람에게는 그것을 내면화하여 완성할 하나의 고유한 시선이 필요할 따름이다.

    길이 크로우풋 빙하가 보이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감탄하기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그 토포스의 위치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로키가 영원히 가르쳐주지 않을 듯한, 오직 하나의 시선을 세울 만한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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