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法臺에서

    좋은 판사

    김기영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지난 3일 고 한기택 판사 10주기를 맞아 '좋은 판사'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있었다. 그 자료에 의하면 판사에게는 공정, 성실, 청렴, 정의감, 인권감수성, 균형감각 등의 덕목이 필요하다. 이런 여러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니, 좋은 판사가 되기는 정말 힘든 일 같다.

    가인 김병로 대법원장 등 훌륭한 법관들의 삶은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그런데 사람이 다 다르듯 판사들도 서로 다르고, 과거와 현재 상황도 다르다. 그분들이 하신 일을 현재의 판사가 그대로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이 항상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훌륭한 법관들의 정신을 따르되, 각자 자신과 시대 상황에 맞는 판사의 모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예전에는 많은 판사가 경제적 어려움, 자존심에 입은 상처 등을 이유로 '적당한' 시기에 사직하였다. 요즘은 사회·경제적 여건, 제도의 변화 등과 더불어 평생 법관으로 일하려는 판사들이 늘고 있다. 예전 판사와 지금 판사의 삶의 방식이 같을 수 없는 이유이다.

    판사에게 필요한 '균형감각'만 해도 사건 처리에서의 균형만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일과 가정, 여가, 여러 관계에서의 균형도 요구되는 것은 아닐까. 살피지 않으면 멀어지는 것이 기록뿐만 아니라 건강, 가정과 사회 그리고 그 외 마땅히 관심이 필요한 많은 것이 있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평생법관제' 시대의 판사는 연식이 꽤 된 차를 타고 먼 길을 가는 운전자 같지 않을까. 적절한 속도 유지와 휴식이 필요하다. 때론 다른 차들처럼 과속하고 싶을 수도 있다. 아직도 이런 차를 타느냐, 왜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가지 않느냐, 좀 더 빨리 달려라, 그렇게 운전할 거면 그만두라고 하는 불만을 듣고, 그에 조금 또는 많이 흔들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운전하는 사람은 운전자 자신이니 어떻게 갈 것인가는 결국 그의 몫이다. 가끔 졸지 않는지 봐주고 말도 걸어주고 어깨도 두드려주는 동승자가 있으면 훨씬 행복하게 갈 수 있다는 바람은 있겠지만.

    어느 시대든 '좋은 판사'가 되기는 참으로 어려워 보인다. 누군가 했던 말을 약간 바꾸어, 현재의 나의 삶의 방식이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이해될 수 있고 좋은 예로서 참고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것일까.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