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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빨리

    임수현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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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서 짧게나마 생활해 본 외국인들이 어김없이 주워듣는 표현이 하나 있다면 아마도 '빨리빨리'가 아닌가 싶다. '한국사람'과 '빨리빨리'를 연결시키는 그들의 기억 속에는 활기차면서도 성질 급한 한국인의 모습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행동이 빠른 것은 상황파악이 빠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숙고와 기다림이 필요한 부분까지 '빨리빨리' 처리하는 것은 곤란하다.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사람의 두뇌는 지름길을 찾게 되는데 이 때 자칫하면 막연한 인상으로 쉽게 결론을 내리고, 근거 없는 편견까지 더하여 실상과 다른 오판을 내릴 위험이 있다.

    소위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에 해당하는 젊은 변호사들의 업무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간혹 듣는다. '예전 같지 않다는'의 상세 내용은, '치밀하지 않다', '인생을 너무 편하게 살려 한다', '시키는 일만 최소한으로 하고 일찍 퇴근한다' 등이다. 심지어 '요새 변호사들의 자질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와 관련된 언급도 있다. 그런데 그런 평가가 과연 공정할까. 일이 서투르고, 실수를 반복한다면 선배들이 제대로 본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닌지, 업무 밀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충분한 동기부여가 없기 때문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피평가자들에게만 탓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의 법조인들은 엘리트 집단의 자부심을 갖고 혼신을 다해 노력하면 더 많은 인정을 받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으니 고달픈 업무도 감내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팍팍하게 변하는 지금의 환경 속에서 그런 자부심이나 믿음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자부심이나 믿음이 약해진 것이 삐딱한 마음가짐 때문이라고 단순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는 데는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누구든지 시간, 기회 그리고 신뢰를 주면 변하게 되어 있다. 새로 배출되는 법조인들이 우리 법조의 미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두 번 기회를 주지 않은 교육제도, 한 번 찍히면 끝나는 조직문화에 생존하느라 우리는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남을 재단하는 성향이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과거의 기준에 따라 누구는 인재이고, 누구는 낙오자라고 쉽게 속단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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