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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위사실과 사실왜곡

    황정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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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치소에 가보면 다들 억울하다고 한다. 필자가 변론한 사건 중에도 아쉽게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이 종종 있다. 여기서 아쉽다는 것은 피고인 입장에서도 그렇겠지만 변호사로서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는 억울한 판결이라는 뜻이다.

    상무대우, 상무보, 상무가 있는 K회사에서 '상무대우'까지 거친 국회의원 후보자가 선거운동용 명함과 선거공보에 '전 K회사 상무'라고 게재하였는데, 제1심, 항소심 및 상고심 모두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고 엄격하게 판결했다.

    필자의 무죄변론은 이러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상무, 상무보, 상무대우를 모두 '상무'라고 부르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다. 가령 조교수, 부교수, 교수를 교수로 통칭하는 것과 유사하다. 회사에서 상무대우나 상무보 직급자에게도 상무로 표시된 명함을 만들어 준다. 일반인들도 통상 상무님이라고 부르지 상무대우님, 상무보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다. 피고인이 상무대우가 아닌, 예컨대 부장이었음에도 상무라고 하였다면 이는 허위사실공표라고 하겠지만, 임원인 상무대우인 것이 사실인 이상 상무라고 표시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기업의 일반적인 관행에 따른 것으로서 전체적으로 보아 중요부분이 진실에 부합하고 선거인으로 하여금 피고인의 경력에 관하여 오인하게 할 우려도 없으므로, 이런 정도의 표시를 두고 허위사실공표라고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명예훼손, 허위광고, 업무방해, 허위사실공표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허위의 사실'에 관하여 대법원판례는 전달 또는 유포하는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지 여부를 가지고 허위 여부를 가린다. 주로 전달하려는 취지가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는 이상 세부적인 점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그 전체가 허위의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선거운동 자유의 원칙상 정치인이 자신의 업적·경력을 홍보함에 있어서 업적·경력 자체가 객관적인 사실인 이상 그 내용이나 표현 중에 다소의 과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교적 너그럽게 용인되어야 한다. 공표 사실이 1%라도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 허위사실공표로 처벌한다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고 말 것이다. 돈이 아니라 입으로 하는 선거운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물론 사실왜곡의 정도가 지나쳐서 허위사실과 마찬가지로 평가하여야 할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고유의 허위사실은 아니지만 사실왜곡(사실의 은닉, 부가, 분식, 과장, 윤색)이 어느 정도에 달하면 허위사실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재판실무에서 이점이 깊이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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