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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다름

    김기영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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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에서 다른 판사들과 얘기를 하거나 일을 하다 보면 적잖이 놀랄 때가 있다.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각자의 환경, 성격과 일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고 때로는 다른 정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학교와 과를 나와 같은 시험에 합격하고 같은 방식으로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판사 중에는 일을 빨리하는 사람이 있고 천천히 하는 사람이 있다. 사건을 판결로 종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조정이나 화해로 분쟁이 끝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논리적인지에 관계없이 참을성 있게 잘 듣는 사람과 논리적으로 쓰인 글을 읽고 스스로 요점을 이야기하며 정리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말을 할 때 결론부터 말하고 그 근거를 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근거를 먼저 얘기하고 그에 따른 결론을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글을 씀에 있어 뼈대만 간단하게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구체적인 사실을 하나하나 자세히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감성적인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군더더기 없이 논리적인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아침에 일하는 것이 효율적인 사람과 오후나 밤에 일하는 것이 효율적인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혼자 식사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술을 잘 마시고 다른 사람에게 잘 권하는 사람과 술을 못 마시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법원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모든 판사가 똑같은 모습과 속도로 일하기는 어렵다. 종래 해오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반드시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고, 장문의 준비서면이나 증인에 대한 다수의 반대신문사항이 항상 좋은 것이 아니듯이. 또 사건이나 문제 자체가 복잡해져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도맡아서 처리할 수도 없다. 판사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얘기하면서 함께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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