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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법조산책

    2.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을 통해 보는 징벌적 손해배상

    박영선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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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영국법을 따르는 미국에선 오랫동안 적용되어온 제도이다. 배심원들의 마음을 짠하게 해서 한몫 잡으려는 사람들의 타깃이 되는 미국의 대기업들은 로비를 통해서 이 제도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이것은 형사적 처벌이나 민사소송에서 경제적 보상금으로도 메꿀 수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해내는 아주 독특한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과 김도희 승무원이 미국 뉴욕주 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사건자체가 뉴욕의 JFK공항에서 발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한국에는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아마도 이것은 바른 추측인 것 같다.

    일단, 땅콩회항사건은 징벌적 손해배상금의 프로필에 꼭 맞는 사건이다.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원고와 피고의 관계가 다윗과 골리앗의 경우에 많이 쓰인다. 고용 차별 (employment discrimination), 제조물 책임 (product liability),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medical malpractice),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 보험회사를 상대로 한 사건 등, 피고가 경제적 능력이 있어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맞아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이라면 아주 좋은 케이스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국적기인 대한항공 오너의 딸이자 회사의 중역과 직원간의 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면 이런 프로필에 맞는 전형적 케이스인 셈이다.
    고용차별법을 전문으로 하는 캘리포니아의 한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고용인이 정부기관이거나 영세한 비즈니스의 경우를 빼고 고용 차별 케이스에선 무조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한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해서 반드시 청구한 금액을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피고의 행동이 단순한 고의성을 넘어 악의성이 있었는지를 고도의 증명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을 통해 밝혀야 한다. 이 변호사에 의하면, 조현아 전부사장의 위협적인 언행, 신체적인 폭력, 사건을 은닉하고 증거를 없애려고 했던 대한항공의 후속행동이 그런 악의성을 보이는데 아주 좋은 증거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피고가 악의적인 행동을 했다고 형사적 처벌이외에 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 다시 말하면,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미 1년이라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고, 이것으로 그녀의 죄에 대한 응분의 벌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말이다.

    여기에 바로 징벌적 손해보상제도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형사적 처벌이란 사회가 범법적 행위를 한 개인을 응징한 것이다. 이런 형사처벌을 통해선 실제 사건으로 피해를 본 사무장과 승무원이 온전히 보상받을 수 없다. 민사소송으로 가면, 사무장과 승무원이 받을 수 있는 경제적 보상금이 있고, 그것은 일하지 못해 받지 못한 월급, 얼굴이 방방곡곡에 알려져서 일자리를 구할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 받지 못할 월급, 정신적 피해보상금, 병원비등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런 경제적 피해금액은 반드시 정확하게 증명할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한다.

    무턱대고 붙이는 금액이 통과할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아무리 증명할 수 있어도 이런 금액은 한정적이다.

    그래서 원고가 증명할 수 있는 경제적 보상금이외에, 징벌적 손해보상제도는 문자적 의미 그대로 피고인 대기업에게 회초리를 들어 엄중히 훈육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감내하기 힘든 금액을 내게 해야, 앞으로 피고나 비슷한 위치에 놓여있는 다른 기업이 비슷한 행동을 하지 않게 되므로 사회적 억제 (Deterrence)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제2의 땅콩회항, 삼풍아파트 혹은 세월호 같은 사건을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로 징벌적 손해보상제도가 쓰이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에선 불편의 법정원칙 (Forum Non Convenience)을 내세워, 한국으로 싸움터를 옮기려 하겠지만 과연 뉴욕법원이 그것을 허락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문제이고, 만일 케이스가 뉴욕에서 진행된다면 얼마의 징벌적 손해보상금이 주어질지가 아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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