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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해결사, 미래의 설계사

    황정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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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이 되어 2015년을 되돌아보니 올해도 많은 별이 스러졌다. 11월 10일에는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총리가 96세 장수를 누리고 사망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람은 8월 20일에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에곤 바'다. 에곤 바는 슈미트의 전임자 빌리 브란트 총리를 도와 동분서주하면서 통일을 설계하고 추진했다. 동방정책과 긴장완화정책으로 동서독 화해의 문을 연, 통일의 초석을 닦은 총 설계자요 브란트의 최고 참모였다.

    독일통일의 해법인 동방정책은 브란트, 슈미트, 콜 총리 때까지 20년 이상 이어져 결국 독일은 1990년에 통일을 이뤄냈다. '역사 속을 지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것이 정치가의 책무'라는 그들의 선배 비스마르크의 혜안을 실천한 사람들이다.

    에곤 바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끝까지 브란트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브란트가 베를린시장을 하던 시절부터 그를 보좌하면서 브란트가 '이것과 마찬가지로 저것도 또한'(not only but also)을 적용한 정치를 하도록 이끌었다. 브란트가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양자택일보다는 늘 대안을 찾도록 했다. 양자택일식 결정이야말로 대안이 없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고, 이는 정치적 무능의 증거라고 간주했다(에곤 바, 빌리 브란트를 기억하다). 여·야 정치권의 다툼과 사시 존폐 논쟁에서 보듯이, 사생결단·양자택일식 결정을 강요하는 우리 현실에 던져주는 교훈이다.

    놀랍게도 에곤 바는 생전에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도 여러 조언을 남겼다. 그는 개성공단에 대해 그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놀라운 상상력의 발로라고 극찬하면서 '접촉이 변화를 가져온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경색되더라도, 가능한 한 접촉의 장면과 횟수를 증대시키는 것이야말로 종국에는 변화를 가져오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남북통일은 고도의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가능하다. 세계 어디에도 우리를 도울 진정한 우방도 강대국도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지정학적 특수성과 냉엄한 국제정치의 틀 속에서 종국에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창조해낼 수 있는 역사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현실 여건과 미래 비전을 함께 고려하고 세계질서를 내다보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지난(至難)한 과업이다.

    2015년 한 해를 보내면서, 빌리 브란트, 에곤 바, 헬무트 슈미트를 닮은, 그 시대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이를 해결하고 미래의 활로를 뚫어나가는 한국판 '문제의 해결사, 미래의 설계사'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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