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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갈등이 갈등을 지배한다

    장창국 판사 (고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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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는 부정적인 것만 보고 기억하며, 긍정적 감정 상태에서는 긍정적인 것만 보고 기억하려 한다. 갈등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과 편견에 일치하는 것만 보고 기억하며 같은 상황도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당연히 두 사람의 기억은 다를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처음 한 행동에 대해서도 "저 사람은 '항상' 그렇다"고 일반화시키기도 한다. 갈등의 원인은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게 있다고 단정하고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상대방의 감정도 이해해 달라,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라는 조언은 이들에게 사치다. 자신의 공격적인 행동은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서만 자신을 피해자로 여기고 피해자인 자신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로 평가한다. 갈등 상황이 깊어지면 퇴행행동(반항, 충동 등)도 나타나 자제력을 상실하면서 극단적인 행동(폭력, 살인 등)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가족에서 더 뚜렷이 나타난다. 남녀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호기심을 갖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 양육을 거치면서 사랑 호르몬은 급격히 감소한다. 점점 배우자의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이 틀리다고 평가한다. 배우자를 변화시키려고 하고, 배우자가 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벌을 주며 갈등 수준이 점점 높아진다. 점점 인간이 갈등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갈등을 지배하는 상황이 된다.

    부정적 정서가 가족을 지배한다면 타협보다는 대립으로 치닫는다. 갈등회피의 방법으로 그냥 참고 지내다 마침내 폭발한다. 그것이 가정폭력일수도, 이혼 요구일수도, 가출일수도 있다. 부부에게 결혼기간 중 기대했던 것을 물어보면 '배우자로서 대우받기,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나와 상의하기, 양육 도와주기, 내가 힘들 때 위로해주기, 나의 행동을 이해해주기' 등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많다. 그러나 자신은 배우자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갈등이 심한 부부는 대화법부터 다르다. 재판 내내 비난하고 경멸하며 비꼰다. 자녀에게도 똑같은 대화법을 사용할 것이다. 판사가 "나는~"이라고 말을 시작해보라고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부부의 대화법을 보고 갈등 수준을 판단하기도 한다. 다행스럽게 가사상담을 잘 받은 사람은 대화법 수정과 자기 모습 수용하기 등을 통하여 갈등이 완화되고 자녀에 대한 공격적인 대화도 포용적인 대화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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