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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인공지능 판사

    서민석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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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강의 프로 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화제이다. 바둑을 인간이 개발한 최고의 두뇌스포츠라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의 기대대로 인간이 이긴다면 컴퓨터의 이진법이 인간의 이성과 종합적인 판단능력을 모방할 수 없다고 안도하겠지만 만일 컴퓨터가 이긴다면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인간의 두뇌와 비슷하거나 더 우수한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은 자명하고, 심지어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것처럼 인공지능 '스카이넷'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특히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하여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의 등장은 호기심만이 아니라 두려움까지 느끼게 만든다.

    인지, 계산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상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와 같은 불확정개념까지 이해하고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 재판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법률비용은 아주 낮아지고 법조브로커나 전관예우 의혹 같은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재판은 불과 몇 초 만에 종결될 것이고 심급제는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직접 경험하지 않은 과거의 일을 판단하기에 앞서 오판의 가능성에 잠 못 들며 괴로워하는 판사라는 인간집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세상은 오지 않으리라. 그러한 세상이 온다는 것은 영화 이퀼리브리엄에서 보는 것처럼 인공지능 그 자체 또는 그것을 작동시키는 소수의 사람이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모든 것을 통제하는 세상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세상에서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조화롭게 조정하고 힘 있는 특정세력이 독주하는 것을 견제하는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가치는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종종 많은 일에 쫓기다 보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재판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잊고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때가 있다. 반성한다. 이세돌 9단이 꼭 알파고를 이겼으면 좋겠다.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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