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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법조산책

    5. 미국 로스쿨생의 졸업 후 진로

    박영선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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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쿨제도가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중 하나는 과연 그 많은 로스쿨 인력을 어떻게 사회에서 흡수할 것인가이다. 미국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도 변호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다. 재벌이나 대기업이 아닌 일반인에게 변호사란 문제 발생 후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대세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문제가 생긴 후 뒷북치기 보다는 돈이 좀 들더라도 미리 변호사를 참여시켜 일을 추진하는 것이 통상적 관례이다. 하다못해 조그만 동네식당을 열더라도 건물 임대인과 철저하게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을 시작하며, 계약서를 검토하는 일은 변호사에 맡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덕택에 미국에서 로스쿨 자격증은 굳이 변호사로 일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로 쓸 수 있는 전천후 자격증이다. 과연 미국의 로스쿨생들이 졸업 후 어떤 진로를 택하게 되는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사립대학인 채퍼먼 대학교(Chapman University) 로스쿨에서 취업담당부서를 맡고 있는 멜리사 베리 부학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다. 다음은 멜리사 베리 부학장과의 일문일답


    -채프먼 대학교 로스쿨에 대해 소개하면?

    =채프먼 대학교는 1861년에 설립된 일반학교이고, 로스쿨이 더하여진 것은 2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US News and World Report'에 의하면 미국서부지역에서 7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학생과 남학생의 비율은 50.5%와 49.5%로 여학생의 숫자가 약간 더 많습니다. 2015년 캘리포니아 변호사시험의 전체 합격률은 46.6%로 과거 29년을 돌이켜 가장 낮았습니다. 채프먼 대학교 로스쿨 학생들 중 처음으로 변호사 시험에 응시해서 합격한 비율은 71.2%였습니다. 채프먼 대학 로스쿨에는 오렌지카운티의 가정적이고 안정된 분위기를 찾아서 단기연수를 오는 한국변호사들이 있어 한국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커리어 서비스에서 일하게 되었나?

    =저도 로스쿨을 나오고, 변호사시험 합격 후 로펌에서 소송법 변호사로 5년 정도 일하다가 이렇게 로스쿨에서 학생들의 진학상담을 하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제가 있던 로펌에 로스쿨 학생들을 위한 여름인턴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우연히 그 인턴프로그램을 도와주다가 변호사의 길을 그만두고 이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저처럼 변호사자격증을 가지고도 변호사로 일하기보다, 법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로스쿨 학생들은 언제부터 진로에 대한 상담을 시작하는가?

    =미국의 로스쿨은 삼년과정입니다. 과거 미국변호사협회에서는 일학년 로스쿨생이 진로상담 하는 것을 금하였습니다. (필자 주석: 미국변호사협회, American Bar Association은 사십만 명 정도의 멤버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가장 큰 변호사협회이다. 여기에는 미국 대부분의 로스쿨과 많은 변호사협회들이 소속되어 있다.) 미국로스쿨에서 일학년은 공부에 전념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규정이 조금 느슨해진 경향이 있고, 일학년 때 첫 학기가 지나면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서서히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미국 로스쿨 졸업생들의 진로 선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채프먼대 베리 부학장

    -미국로스쿨 학생들은 어떻게 스펙을 쌓는가?

    =여름인턴 프로그램이 아주 중요합니다. 인턴프로그램의 종류는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법원에서 판사들의 클럭으로 일하는 경로와 로펌이나 비영리단체 등에서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인턴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로펌이나 법원에서 오퍼를 받게 됩니다. 삼학년이 끝나고 졸업을 하면 바로 변호사시험을 봐야 하는데, 그전에 미리 오퍼를 받아놓게 되면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명망 있는 로펌에서 여름에 인턴사원으로 일하기 위해선 일학년 때 성적이 아주 중요합니다.
    인턴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요즘은 대형 로펌에서 소수계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펠로쉽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우수한 소수계 변호사를 키워서 파트너를 만들려는 일종의 장기 투자입니다. 로스쿨 학생으로 이런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다면 성공적으로 진로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졸업 후 로스쿨 학생이 어떻게 진로를 잡는지 통계가 있는가?

    =미국 변호사협회에서 2014년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계를 낸 적이 있습니다.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시험 합격 비율은 64.1%였습니다. 이 가운데 로펌에 고용된 사람은 40.7%, 회사 법무팀에 고용된 사람은 15.3%, 검사·관선변호사 등 정부에 고용된 사람은 11.6%, 비영리단체 5%, 법원에서 판사를 보조하는 법원 클럭 7.7%, 개인변호사사무실을 개업한 숫자는 2.1%, 그리고 교육 쪽에서 일하는 졸업생은 1.8%로 나타났습니다.
    아직도 졸업 후 로펌에 고용돼 변호사로 일하는 숫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졸업 후 변호사로 일하지 않고 법률관련 직종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수가 14.5%나 된다는 것입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변호사로 일하지 않거나, 혹은 로스쿨 자격증을 가지고 법률관련 직종으로 진출하는 사람들입니다.

    -변호사로 일하지 않고 로스쿨 자격증을 쓸 수 있는 방법은?

    =로스쿨 자격증이 도움이 되는 직업분야를 신용어로 '법학박사 어드벤티지(J.D. Advantage)'라고 부릅니다. 즉, 로스쿨 교육자체가 도움이 되는 직업들입니다. (필자 주석: 미국의 로스쿨은 논문 제출 과정 없이 법학 박사의 학위를 주는데,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은 졸업 후 보게 되는 변호사시험이 그것을 대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보통 대학의 Ph.D.과정에 비하면 학술적이기 보다는 실무적인 점을 강조하고, 일반적인 박사과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통적으로는 로스쿨 교수, 로스쿨의 입학사정관 등을 꼽을 수 있었는데, 이런 분야에도 새로운 트렌드가 생기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 디스커버리(E Discovery) 분야입니다. 재판을 위해 증거발견절차(Discovery) 동안 피고와 원고사이에 오간 이메일, 재판에 필요한 증거를 찾기 위해 증인들의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에 소송 경험을 가진 전직 변호사, 혹은 로스쿨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고용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로펌에서 컴퓨터 전문가를 고용하여 재판을 준비하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소송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는 변호사나 로스쿨 졸업생들이 직접 증거발견 및 검증 절차에 E Discovery 컨설턴트로 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증거법을 아는 사람이 유리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또, 언론에서도 로스쿨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전문기자로 일하며 법률기사를 쓰기도 합니다.

    병원, 방위산업체등에는 병원이나 회사에서 맺는 모든 계약서들을 전문적으로 리뷰 하는 직종도 있는데 이런 분야들에 로스쿨 졸업생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로스쿨 교육자체가 다른 대학원 과정에서는 얻을 수 없는 실용적인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로스쿨 졸업생의 진로결정에 있어 또 다른 트렌드가 있는가?

    =과거엔 회사법무팀에 들어가려면 로펌경력이 필요했는데, 요즘은 회사법무팀이 경력 없는 변호사를 고용하기도 합니다. 회사법무팀은 로펌에 비해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새 변호사를 고용해서 트레이닝 시키기보다, 경력직 변호사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추세는 조금 다릅니다.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 업 회사나 혹은 아예 구글이나 애플처럼 큰 회사에서는 경험이 없는 새내기 변호사들을 고용합니다. 새로 시작하는 회사는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변호사를 쓰고, 변호사입장에서는 벤처회사와 함께 커갈 수 있기 때문에 회사법무팀에 들어갑니다. 아주 큰 회사는 회사 내 법무팀을 로펌처럼 구성하기 때문에 새내기 변호사를 싸게 고용해서 사내의 시니어 변호사가 트레이닝을 시켜줍니다.

    -로스쿨에서는 어떻게 학생들을 준비시키나?

    =많은 로스쿨들이 이제는 JD/MBA, JD/Entertainment Law등 로스쿨 과정의 일부로 법과 비즈니스, 법과 영화 등의 타 분야를 접목시켜 로스쿨 졸업생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용하는 로펌 쪽에서도 이제는 로스쿨 졸업증뿐 아니라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했다던가, 대학 졸업 후 회계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원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변호사의 성격을 크게 소송과 거래 (litigation 혹은 transaction)변호사로 나누는데, 저희 로스쿨의 경우 2학년 학생들에게 변호사로 비즈니스 거래를 위한 실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전 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학교의 수업들이 단순히 법을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실무에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지 문제해결능력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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