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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북한 자녀와 상속

    정소민 교수 (한양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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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는 최근 2년 동안 북한 주민이 상속권을 가지는 한국 내 재산의 규모가 약 6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남북한 주민 간의 가족관계와 상속·유증 등의 법률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2012년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었지만, 아직도 북한의 자녀가 한국의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받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A씨는 2012년 상당한 재산을 남기고 유언 없이 사망하였다. A씨의 아들인 북한에 거주하는 B씨는 상속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는다는 내용으로 동영상을 촬영하였다. 이 동영상과 B씨의 머리카락은 B씨의 대리인(중국 동포)을 통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다시 대한민국으로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 법원에 제출되었다. 법원은 B씨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소송'에서 이 동영상을 근거로 B씨의 머리카락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B씨가 A씨의 친생자임을 인정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B씨의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는 확정되었지만 남과 북이 정치적으로 분단되어 있고 재산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탓에 B씨가 현실적으로 상속재산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북한의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유언과 신탁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서울고등법원 2013. 10. 2. 선고 2013나69189 판결을 살펴보면 남한의 아버지가 사망하기 직전에 북한의 자녀들에게 재산을 상속시키기 위해서 많은 법적 고심을 한 흔적이 역력한 유언이 나온다. 남한의 아버지는 사망하기 전 북한 자녀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중환자실에서 "(ⅰ) 북한에 두고 온 자녀 4명을 인지하고, (ⅱ) 자신의 부동산을 팔아 그 매각대금을 증권회사를 수탁자로, 위 자녀 4명들을 수익자로 하여 10년간 신탁하며, 10년이 지나도 위 자녀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거나 신탁재산에 대한 수익의 명시적인 의사확인이 안 되는 경우에는 종손자에게 유증한다…."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유언을 남겼다.

    위 사건에서 유언자인 아버지는 북한의 자녀들에게 실제로 재산이 승계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망 이후 장기간 재산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유언신탁을 설정하였다. 유언집행자 등 일반 개인에게 재산관리를 장기간 맡기는 경우 권한 남용이나 횡령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유언신탁을 설정하여 신탁재산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유증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신탁법상 신탁의 존속기간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지만 영구신탁(永久信託)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다수의 주(州)가 영구신탁을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북한 주민의 상속을 위한 신탁의 경우에 한하여 명문으로 영구신탁을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북한 주민이 상속권을 가지는 한국 내 재산이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주민의 상속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의 개선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소민 교수 (한양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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