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리스트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신춘문예… 세상을 내다보는 창(窓)

    신춘문예… 세상을 내다보는 창(窓)

      새해 첫날 신문에는 신춘문예 당선작이 실린다. 새로 시인, 소설가, 평론가, 동화작가로 등단하는 문인들의 풋풋한 글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필자는 이 작품들을 찬찬히 읽는 일을 신년초의 장엄한 의식(儀式)처럼 수십 년 동안 해오고 있다. 언젠가 어느 소설가에게서 신춘문예 당선 체험을 듣고 문단 데뷔의 치열함을 실감했다. 문예창작과 대학원생인 그는 지도교수인 유명 소설가 P 선생에 의해 감금당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신춘문예 마감일 보름 전에 선생님의 전원주택 집필실에 거의 강제적으로 갇혀있었어요.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바깥으로 나오지 말라는 엄명을 받았죠. 그때는 황당하고 울화가 치밀었으나 그 덕분에 그해 당선이 됐답니다.”인본(人本)을 중시해야 할 문학인이 이런 목표지향적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미래를 보는 눈… 예측은 가능, 예언은 불가능

    미래를 보는 눈… 예측은 가능, 예언은 불가능

    새해가 밝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덕담이 오간다. 간지(干支)에 따른 동물이 으레 등장한다. 올해는 ‘검은 토끼’가 주인공이니 토끼의 총명한 정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리라.냉철하게 따지자면 토끼와 인간의 운명이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견강부회일 뿐이다. 달리기 선수는 말띠가 유리한가? 원숭이띠는 체조를 잘할까? 용은 전설상 동물일 뿐인데 사람들의 의식 속에 행세하고 있다. 허구가 실재를 지배하는 꼴이다.신년 벽두엔 역술인들이 나라의 운세를 예언하곤 하는데 한때 언론에서는 이를 큼직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21세기 초에 남북한이 통일된다고 큰소리 탕탕 치던 자칭 ‘주역(周易) 대가’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나? 띠별 일진(日辰)을 알려주는 ‘오늘의 운세’가 여전히 주류 신문에 실리는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소설은 거짓말인가

    소설은 거짓말인가

      요즘 여기저기서 툭하면 “소설 쓰시네!”라는 말이 들린다. “거짓말 하시네!”란 말과 동의어로….이는 소설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지 때문에 빚어진 발언이다. 물론 소설은 팩트가 아니라 허구(虛構)이긴 하다. 실제로 일어난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은 언론의 영역이다. 언론이 전하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노회(老獪)한 취재원은 자신에게 유리한 말을 내뱉는다. 거짓말쟁이는 기자에게도 천연덕스럽게 허언을 쏟아놓는다. 이 왜곡된 발언이 ‘사실’이라는 허울을 쓰고 보도된다.이게 어찌 언론보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랴. 법정에서 난무하는 피고인, 변호인, 검사의 진술에서 진실은 몇 퍼센트나 될까. 사랑 고백조차 액면대로 믿을 수 있을까. 신앙 간증이나 임사(臨死) 체험 고백은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몽테뉴 《수상록》,《에세》로 거듭나다

    몽테뉴 《수상록》,《에세》로 거듭나다

      ‘벤처 대부’라 불린 미래산업 창업자 정문술 회장의 자택 서재를 둘러보고 놀란 적이 있다. 서가에 동서고금의 다양한 양서가 꽂혀 있고 대부분의 책에는 손때가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유난히 두툼한 《수상록》이 눈에 띄기에 꺼내 펼쳐 봤다. 곳곳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미셸 드 몽테뉴(1533~1592)의 이 저서가 세월이 5백 년 가까이 흐른 오늘날까지 어떻게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한국 기업인의 독서 의욕을 자극했을까.“삶의 지혜가 그득한 책입니다. 치열한 사색의 결과물인데 여느 철학자의 공허한 이론과는 달리 일상생활에서의 지침을 제공하므로 수시로 들추어 보지요.”‘독서애호가’ 정 회장은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필자도 자극을 받아 1세대 불문학자 손우성 선생의 번역본을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영웅 손기정의 탄생 110주년…한국마라톤 부활을 기대한다

    영웅 손기정의 탄생 110주년…한국마라톤 부활을 기대한다

      2001년 4월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이봉주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맨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자 세계 언론은 ‘비(非)케냐 선수 우승!’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만큼 세계 마라톤대회에서 케냐 선수들이 우승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케냐, 에티오피아 마라톤 선수들의 활약상은 요즘도 여전하다. 1950년 4월 보스턴마라톤대회의 1, 2, 3위는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선수였다. 이에 앞서 1947년 이 대회에서도 서윤복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우승자를 조련한 감독은 ‘마라톤 영웅’ 손기정(1912~2002).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은 육상 지도자로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카리스마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한국가곡(K아트송), 세계무대 진출 갈망한다

    한국가곡(K아트송), 세계무대 진출 갈망한다

      ‘K Art Song’이 무엇일까. 9월 16일 미국 미시건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린 공연 포스터에 실린 문구이다. 알고 보니 ‘한국가곡’이다. 한국가곡 연구자 매튜 톰슨 교수가 주도한 이 음악회에서 성악가 잭 모린은 <봄처녀>와 <명태>를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불렀다. 유튜브로 검색해 이 공연을 보니 한국 가곡은 청중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예술의전당 마당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가 내한(來韓) 공연 때 부른 <그리운 금강산>이 가끔 나온다. 외국인이면서도 한국 정서를 절묘하게 표현한 절창이다. 조수미 소프라노도 해외 공연 때 자주 한국가곡을 부른다.한국가곡은 100년 역사를 맞았다. 1920년대 초에 홍난파, 박태준, 현제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역도산과 김일, 그리고 김기수...헝그리스포츠의 영웅들에 얽힌 사연

    역도산과 김일, 그리고 김기수...헝그리스포츠의 영웅들에 얽힌 사연

      ‘10·26’이라면 대부분 한국인들은 1979년 10월 26일 저녁에 벌어진 박정희 대통령의 피격 사건을 떠올리리라. 역사 인물 가운데 그날 사망한 또 다른 거물은 안중근 의사에 총격으로 쓰러진 이토 히로부미가 있다. 1909년 하얼빈에서다. 그날 별세한 인물 가운데 프로 레슬러 김일도 있다. ‘박치기 왕’ 김일은 1970년대 프로레슬링 전성시대에 ‘국민 영웅’이었다. 거구의 상대 선수를 박치기 한 방으로 쓰러뜨려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스포츠 스타의 생애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김일의 행적을 취재하던 중 일본 프로레슬링의 신화적 인물 역도산, 그의 제자인 김일, 한국 최초의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김기수, 이들 3인의 각별한 인연을 알게 되었다.1955년 추석날에 여수시민 씨름대회에서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박경리, 이병주… 양대 문호의 삶과 문학

    박경리, 이병주… 양대 문호의 삶과 문학

      대하소설 『토지』의 첫 장면은 1897년 추석 풍경이다. 조선의 국운이 기울어 일본이 집어삼키기 직전이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동 최 참판 일가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려 ‘국민 소설’ 반열에 올랐다. 주인공 최서희의 차남 최윤국이 학병으로 끌려가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지리산을 무대로 삼은 대하소설 『지리산』은 학병 징집을 피한 청년들의 항일 투쟁기를 시작으로 해서 광복 이후의 빨치산(파르티잔) 활동상을 다룬다. 실화를 바탕으로 썼기에 역사와 문학을 아우른다.문학평론계의 거목 김윤식(1936~2018) 교수는 “대하소설 계보는 『혼불』 『토지』 『지리산』으로 이어진다”면서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 『지리산』의 저자 이병주(1921~1992)를 한국 소설가

    “인간을 위한 법이라면 법과 문학은 사촌이고 본질은 모두 같다”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조각가 문신…노예처럼 작업하고 신처럼 창조하다

    조각가 문신…노예처럼 작업하고 신처럼 창조하다

      1961년 2월, 39세 한국인 화가가 프랑스 파리에 단돈 50달러를 지니고 도착했다. 지인의 집을 찾아갔으나 문이 잠겨 그 부근에서 닷새나 노숙을 했다. 배가 너무 고파 센 강에 빠져 죽을 마음도 품었다. 그러다 이응노, 김흥수 화백을 만나 이들의 소개로 부유한 조각가의 고성(古城) 저택을 수리하는 일자리를 얻었다. 거기서 석공, 목수 일을 맡았다. 험한 중노동을 하면서 화가는 오히려 새로운 인생 변곡점을 맞는다. 딱딱한 돌덩이가 어느 순간 아기 살갗처럼 부드럽게 느껴지면서 조각품을 만들고 싶은 충동이 생긴 것이다. 망치와 끌을 잡고 돌을 쫄 때 나오는 경쾌한 소리는 시원(始原)의 음향처럼 들렸다. 고성 주인도 화가의 실력을 간파하고 ‘미술아카데미 뒤페’의 데생 교수직을 주선해주었다. 훗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이어령, 정명환… 두 거목의 잔향

    이어령, 정명환… 두 거목의 잔향

      한국 문화예술계 곳곳에 큼직한 족적을 남긴 이어령(1933~2022) 선생이 타계한 지 여섯 달이 지났다. 그런데도 고인의 신간 저서들이 여전히 잇달아 출간되며 대형 서점엔 ‘이어령 코너’가 별도로 마련될 정도이다. 어느 시사 월간지는 선생의 인터뷰를 생전에 연재했는데 녹음 분량이 많아서인지 사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9월호에도 실렸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르겠다.이어령 선생에 이어 20여 일 후에 불문학계의 거목 정명환(1929~2022) 교수가 별세했다. 대중적 지명도가 높지 않은 정 교수의 부음은 언론에서도 크게 다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 지성사 계보를 꿰뚫는 지식인이라면 정 교수의 학문적 내공이 얼마나 심오한지 알 것이리라. 그는 불문학을 바탕으로 문학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언어 놀이…이름에서 받침을 빼면 어떻게 읽힐까

    언어 놀이…이름에서 받침을 빼면 어떻게 읽힐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거꾸로 읽어도 같은 발음인 ‘우영우’라는 이름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극중 우영우 변호사가 말하는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역삼역이란 단어에 새삼 관심을 갖는다.필자는 2018년에 펴낸 《춘추전국시대》라는 시집에서 ‘우병우’라는 시를 발표했는데 전문은 다음과 같다. 나윤나 박영박 선상선 우병우 윤시윤 이선이 정유정/ 앞뒤로 읽어도/ 돌고 돌아 같은 이름/ 운율 맞아 좋을시고!이런 말을 회문(回文)이라는군/ 영어로는 palindrome/ 인터넷 찾아보니 재밌는 회문 많네여보 안경 안 보여/ 다시 합창합시다/ 자꾸만 꿈만 꾸자/ 아들 딸이 다 컸다 이 딸들아Nurses run. / Was it a car o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예술과 수학

    예술과 수학

      허경회, 허명회 소년 형제는 아틀리에 한 구석에 앉아 외삼촌이 흙을 빚어 조형물을 만드는 작업을 지켜봤다. 처자식이 없는 외삼촌은 조카들과 함께 기거하며 아침에 눈만 뜨면 작업실로 향했다. 소년들은 외삼촌이 그렇게 유명한 조각가인 줄 몰랐다. 훗날 세인들은 ‘비운(悲運)의 천재 조각가’라 불렀다. 조카들의 눈에는 외삼촌이 타고 난 천재라기보다는 작품 하나를 완성하려 온몸을 던지는 구도자(求道者)로 보였다. 외삼촌은 권진규(1922~1973) 각백(刻伯)이다. 대가급 화가를 화백(畵伯)이라 부르듯 훌륭한 조각가는 ‘각백’으로 불린다. 소년들의 어머니(권경숙)는 외롭고 가난한 오빠를 서울 동선동 집에서 오래 뒷바라지했다.올봄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권진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1. 1
    2. 2
  •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