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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 새끼줄과 동전꾸러미

    탄 새끼줄과 동전꾸러미

    거상 임상옥을 다룬 드라마 상도가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다. 그 중 한 장면인데, 내 기억은 이렇다. 어느 날 부잣집 주인에게 남루한 행색의 사내가 독대를 요청했다. 주인이 그 청년을 만나자, 살기가 찬 그는 품속에서 시커멓게 탄 새끼줄을 조용히 꺼내어 내려놓는 것이 아닌가! 주인은 아무 말 없이 전대에서 동전꾸러미를 꺼내어 건넸고, 그 사내는 조용히 그 방을 나갔다. 이를 지켜보던 주인의 어린 딸이 물었다. “아버지, 왜 돈을 준 것입니까?” 아버지는 “사내가 내민 탄 새끼줄은 돈을 주지 않으면 이 집을 불사르겠다는 뜻이다. 그는 멍석말이로 목숨을 잃을 것을 각오하고 온 것이야. 사람을 대할 때 부딪혀야 할 때도 있으나 물러서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처음 검사가 되던

    최두천 과장 (법무부 인권조사과)
    독일군과 소련군

    독일군과 소련군

    1939년 9월 1일 폴란드를 침공하여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1941년 6월 22일 소련도 기습 공격하였다. 전격전으로 단기간에 소련을 붕괴시킬 계획이었던 독일은 300만 명의 병력으로 전체 전선에서 소련을 공격하였고, 이들 병력을 3300대의 전차와 2000대의 항공기가 지원하였다. 소련 전선에서도 독일군의 전격전은 성공을 거두었다. 독일 공군은 침공 첫날 소련의 항공기 1200대를 파괴하였고, 기갑사단은 신속히 진격하여 소련군을 고립시킨 후 포위하였다. 뒤따른 보병은 포위된 소련군을 손쉽게 격파하였다. 독일군은 1941년 9월 26일까지 약 300만 명의 소련군을 포로로 잡았다. 이에 대하여 소련은 지구전으로 대응하였다. 독일군의 빠른 진격 속도에도 불구하고 생산 시설

    정성민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변두리 변호사를 지향하며

    변두리 변호사를 지향하며

    우리는 기술이 가져다 주는 빠른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이 동시에 일어났던 '혁명의 시대(홉스봄)' 이상으로 현기증 나는, 또 다른 혁명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워낙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우리는 늘 트렌드에 민감하다. 얼리 어댑터가 부러움을 사고 있고, 어느 분야든 최신 트렌드를 전하는 포스팅은 인기가 높다. 변화에 함께 하지 않으면 곧 낙오될 것같은 불안감이 우리 안에 있다. 잠잘 시간 없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수시로 챙기는 이유기도 하다. 사회체제는 어떠한가? 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고, 계층 간의 이동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번 비주류로 밀려나면 주류에 다시 편입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사교육 열풍이나

    조원희 변호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시험, 평생 볼 수는 없나요?"

    "변호사시험, 평생 볼 수는 없나요?"

    변호사시험과 관련하여 다양한 민원이 있어 왔다. 외국인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느냐, 시험용 법전을 한글로 만들 수 없느냐 등 다양한 궁금증과 의견이 접수된다. 최근에는 응시제한 제도에 관한 민원이 많다.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5년간 5회 응시할 수 있는 응시제한 규정을 폐지하여 계속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1996년 사법시험령 하에서도 1차 시험 4회 응시 후 4년의 휴지기를 두는 방식으로 응시제한 제도를 잠시 도입한 적이 있었다. 이 제도는 합격률이 극도로 낮은 사법시험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고, 2001년 사법시험법을 제정하면서 폐지되었다. 그 후, 일정 수준의 합격률이 유지되는 변호사시험 제도가 도입되면서 응시제한 제도는 국가 인력 낭비를 막는 균형추 역할을 하게

    이영남 과장 (법무부 법조인력과)
    다름, 그 특별한 사정을 배려하는 사회

    다름, 그 특별한 사정을 배려하는 사회

    최근 종영한 드라마에서 ‘오로라는 원래 지구 밖에 있는 자기장이 어쩌다 보니 북극으로 흘러들어온 아름다운 에러, 작동오류’라는 대사가 나온다. 실수나 낙오에 너그럽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소소한 위로를 주었다.  우리는 정형화된 세계에 익숙하다. 주거지는 대부분 집합주택이고 대다수 직장은 유사한 조직체계와 업무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다르다’는 느낌을 ‘틀리다’고 정의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다름과 틀림은 참 어려운 문제이다. 다수의 합의로 보편적 질서의 테두리가 마련된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무심결에 받아들이는 고정관념이 위험한 것은 그것이 거짓이기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은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존재인데 사회가 규격화·체계화될수록 요구되

    김윤종 재판연구관 (대법원)
    한 품위 있는 삶

    한 품위 있는 삶

    며칠 전 한 눈에 봐도 행색이 남루하고 잔뜩 주눅 들어 사무실을 찾아 오신 할아버지가 억울한 사정을 털어 놓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도착을 알리는 전광판이 안 보여 앞 청년에게 손을 잡고 비켜 달라고 이야기하던 중 폭행 가해자로 몰려 벌금 70만원의 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억울한 사정은 잘 알겠으나 필자가 적는 정식재판청구서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고 이미 할아버지의 진술이 폭행 인정의 진술을 한 것 같으며 제가 아무리 잘 써도 반대되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한 이미 난 약식명령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너무 억울해서 잠을 못 잔다고 하면서 꼭 써 주면 좋겠다 합니다. 그러면서 돈을 꺼내는데 신문지에 싸져 있던 돈 얼마를 꺼내면서 "가진 돈이 이것밖에

    오종규 법무사 (서울중앙회)
    변호사가 배워야 할 것

    변호사가 배워야 할 것

    변호사라는 직업의 장점이자 단점은 계속 배워야 한다는 거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은 편이어서 뭐든 새로운 게 나오면 사는 편이었다. 새로운 과자나 아이스크림이 나오면 꼭 사먹어야 직성이 풀렸고 돈을 아껴 쓰지 않는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그래서인지 변호사가 되면서 기술이나 지식재산권을 주로 했다. 늘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이나 콘텐츠 등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재미 있었고 최신 트렌드에 맞추어 사는 삶이 즐거웠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게 힘에 부친다. 특히나 스타트업 분야의 업무를 하며 보게 되는 빠른 변화에 정신이 없다. 그 중에서 특히나 변화가 빠른 분야가 콘텐츠·미디어 분야다. 이제 긴 글, 딱딱한 글은 외면받기 십상이다. 최근 법률분야 기고를 하면서 아예 작가를 섭외했다. 변호사는 법률적인

    조원희 변호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시험 합격률 논란을 바라보며

    변호사시험 합격률 논란을 바라보며

    해마다 이맘때면 합격률 논란이 뜨겁다. 이에 관한 발전적 논의를 위해서는 법전원의 입학정원과 합격자 결정 방법이 결정된 경위, 여러 합격률 지표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2007년 교육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2021년까지 법조인 1인당 인구 수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법전원에서의 중도탈락률 10%, 졸업자의 시험 합격률 80%를 적용하여 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결정하였다. 제도 설계 당시 '유급 등 중도탈락자를 제외한 졸업자의 80% 정도가 합격'하는 것이 정상 교육을 위한 적정 비율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합격자 결정 방법은 '엄정한 학사관리를 전제로 입학정원의 75% 이상'을 원칙으로 탄력적으로 결정하기로 정해진 것이다. 이는 최소합

    이영남 과장 (법무부 법조인력과)
    균형의 재발견

    균형의 재발견

    움직이는 조각, 키네틱 아트의 하나인 모빌의 창시자로서 받침대와 양각으로부터 조각을 해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알렉산더 칼더는 모빌을 만드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한쪽 끝부분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지지점(支持點)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균형을 잡아간다. 지지점은 단 한 군데만 존재하기 때문에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작품이 공중에서 자유롭게 떠있거나 회전할 수 있으려면 이 지점을 정확히 찾아야 한다.” 움직이다 멈추는 것이 균형이라 여기던 기존의 관념을 깨드리고 움직임 속에서 균형을 찾아낸 그의 예술세계는 우리에게도 균형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 올바른 균형감각은 법률가에게 가장 중시되는 덕목 중 하나이다. 중심을 잡는다고 할 때 우리는 먼저 생각의 틀을

    김윤종 재판연구관 (대법원)
    마음

    마음

    1. 말이 자꾸 바뀌는 의뢰인을 만나면 난처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자기가 유리한 대로 사건을 이해하고, 원하는 대로 결말이 나지 않으면 사건을 맡아서 진행하는 저같은 사람을 원망하고, 사건 자체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생각하기 보다 마치 제가 잘 못해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식으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2. 얼마전 이혼소장 작성을 의뢰받아서 진행하였던 이 분도 몇 번이나 설명을 해도 말이 자꾸 바뀌고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면 자꾸 저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 같아 몇 번이나 화를 내었습니다. 최근에 비용 문제로 다시 한 번 언성을 높이게 되었는데, 예민해져서 그런지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었습니다. 환불해 줄 테니 다른 데 가서 하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

    오종규 법무사 (서울중앙회)
    변화와 혁신을 대하는 변호사의 자세

    변화와 혁신을 대하는 변호사의 자세

    요즘 많은 고민거리 중 하나는 법률서비스의 혁신이다. 대단한 법률서비스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법률분야에서는 그럴듯한 혁신이 없는지, 어디서 막혀 있는 건지 늘 조바심이 있다. 그 조바심의 근저에는 혁신도 때가 있고 신속히 진행되지 않으면 좌절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구정 연휴를 껴서 네팔에 다녀왔다. 히말라야를 직접 밟아보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현지에서 우연히 한국에서 오신 특수교육 전공 교수님들 그룹을 만났고, 그 교수님들이 네팔의 장애인 시설을 둘러보는 이틀의 일정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내 눈에 보기에는 열악하기 그지없는 시설이었지만, 막상 얘기를 들어 보니 눈물 날 만한 사연이 있었다. 한 교수님께서 20여년간을 방학 때마다 열악한 네팔에 오셔서 특수교육 분야 선생님들

    조원희 변호사 (법무법인 디라이트)
    리걸 마인드(legal mind)에 관하여

    리걸 마인드(legal mind)에 관하여

    대학 시절 법학을 처음 공부할 때 가장 생소했던 말이 ‘리걸 마인드(legal mind)’였다. 법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사례에 엉뚱한 결론을 내리면 ‘리걸 마인드가 없다’거나 법학에 적성이 없는 것처럼 취급되었다. 그러다 보니 법학 수업을 듣거나 법서를 읽을 때면 리걸 마인드가 무엇인지 어디에 있다는 것인지 항상 궁금하였다. 검사가 되어 수많은 형사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학창시절 고민하였던 리걸 마인드를 되돌아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확정 과정부터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확정 사실에 법률을 적용할 때에도 견해차가 드러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기소와 무죄, 불기소와 재기수사 등 결론이 뒤집히고 번복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리걸 마인드를 시험받는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영남 과장 (법무부 법조인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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