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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ssion. Connected.

    Passion. Connected.

    필자는 원주에서 태어나 정선에서 학창시절 대부분을 보낸 감자바우다. 그래서 이번에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은 가급적 챙겨 보고 있다. 감동적이었던 퀸연아의 등장, 정성과 배려가 느껴졌던 바흐 IOC위원장의 개회사, 설산과 멋진 조화를 이뤘던 드론 오륜, 충격적 비주얼의 인면조 등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 선수가 넘어졌다. 메달은 고사하고 17살 어린 선수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남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해설자들은 넘어질 때 "괜찮다,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월드컵 때마다 속아 왔던 해설자들의 말은 믿지 않은 지 오래다. 그런데 왠걸, 선수들은 포

    임형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습설

    습설

    습기를 머금은 눈은 보통 눈보다 3배 정도 무겁다. 습설(濕雪)이다. 난분분 난분분 팔랑이는 눈발은 보기와 달리 조용하지만, 젖은 눈은 소란스럽다. 챠르륵 챠르륵 우산을 두드리며 이야기를 건넨다. 습설은 사연 많은 눈이다. 큰 눈 내린 날, 우산을 받치며 법원을 들어서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눈도 제대로 털지 못하고 아침부터 법원을 드나드는 이들 역시 사연 많은 사람들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품안 가득 안고, 각자의 법정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잿빛 얼굴의 저 남자는 한동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고, 눈이 퀭한 저 여자는 한참을 잠 못 이룰 것이다. 볼이 움푹 팬 저 노인은 벌금을 못 구해 노역을 살 것이고, 아들을 잃은 저 노파는 재판이 끝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것이다. 눈물과

    박주영 부장판사 (대전지법)
    법치국가의 상소권 행사

    법치국가의 상소권 행사

    지난 달 23일 서울고검에서 제1회 국가송무 상소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작년 11월 전국 5대 고검에 중대 국가소송사건의 상소 여부를 심의하는 위원회가 설치된 후 부산·대전고검에 이어 3번째 열린 위원회였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유럽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고 박노수 교수의 유족들에 대한 일부 손해배상을 인정한 제1심 판결에 대해 위원 전원일치로 국가의 항소포기를 의결하였다. 유럽간첩단 사건은 1960년대 발생한 대표적인 공안조작사건 중 하나로, 당시 박 교수는 해외유학 중 간첩활동을 하였다는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불법체포·감금된 후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돼 결국 사형까지 집행당하였다. 그 사건은 2015년 비로소 재심으로 무죄판결이 확정된다. 위원회에서 심의된 사건은 그 후 그 유족들이

    김윤섭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수주대토(守株待兎)

    수주대토(守株待兎)

    이탈리아 시인 마리네티(Marinetti)는 프랑스 '피가로'지에 발표한 미래주의 선언에서 기계의 위력으로 출현한 새로운 세계를 환영하고 과거에 대한 모든 집착을 거부할 것을 주장했다. 미래의 진보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현실의 문제 자체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해결이 가능할까? 이미 지나간 시절을 운운하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조직과 사람은 수주대토와도 같다. 그루터기(株)에 지키고(守) 앉아 토끼(兎)가 오기를 기다린다(待)는 의미이다. 지나간 행운을 못잊어 새롭게 변한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 방식만으로 대처하려는 송나라 농부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이야기이다. 이 고사가 나온 춘추전국시대는 변화와 불확실성

    황정수 법무사 (대한법무사협회 법제연구위원)
    응답하라 2018

    응답하라 2018

    2016년의 여름 나기는 힘겨웠다. 가뜩이나 무더웠던 데다 9월 말 시행되는 법률에 대비한 교육 및 어플리케이션 개발로 바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통을 안겨 주었던 장본인인 청탁금지법의 시행령이 개정돼 지난 17일 발효되었다. 이와 관련해 “7만원짜리 소고기는 선물해도 되는데 왜 2인분에 7만원짜리 불고기 전골은 같이 먹으면 안 되냐”, “커피는 사줘도 되는데 왜 커피 쿠폰은 주면 안 되냐” 등의 비아냥 섞인 질문을 받고 있지만, 그때마다 필자의 대답은 한결같다. “그래도 이만한 법이 어디냐.”  조선시대부터 뿌리 깊게 내려오고 각종 설문조사에서 줄곧 ‘퇴치되어야 할 범죄 1순위’로 꼽힌 것이 부정부패였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줄문화는 넓은

    임형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어떤 양형이유

    어떤 양형이유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다(H.G.웰스). 가정이야말로 "찬밥처럼 방에 담긴 아이가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장에 나간 엄마를 걱정하며 애타게 기다리는 곳"(기형도 '엄마생각')이고, "십구문반(十九文半) 해진 신발을 신고 가족을 위해 온갖 험한 길을 마다않는 아버지가 사는 곳"(박목월 '가정')이다. 가난한 아버지는 마음대로 늙지도 못한다. 또 다시 십구문반 신을 신고 먼 길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늙지도 못하며 악착같이 지키려 한 것이 바로, 가정이다. 해가 지면, 세상살이에 시달린 모든 이들은 절인 배춧잎처럼 녹초가 되어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가고, 그 곳에서 위로받고 잠이 든다. 실증적 연구결과를 동원하여 볼 필요도 없이, 가정 내 폭력

    박주영 부장판사 (대전지법)
     새로운 변호사시대Ⅳ-‘리걸테크(Legaltech) 혁신과 변호사의 지혜’

    새로운 변호사시대Ⅳ-‘리걸테크(Legaltech) 혁신과 변호사의 지혜’

    최근 BBC 뉴스에 인공지능(AI) 변호사와 사람 변호사 간의 대결에 관한 재미난 기사가 실렸다. 보험 사건들의 분쟁조정결과를 누가 더 정확히 예측하는지를 놓고 벌인 시합에서, 로스쿨생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케이스 크런쳐 알파’라는 AI 프로그램이 영국 굴지의 로펌 변호사 100명을 이긴 것이다. 재작년 이세돌 9단 대 구글 알파고의 바둑대결처럼 변호사 영역도 AI의 도전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일까. 미국에서 개발된 AI인 ‘로스(ROSS)’는 초당 10억 장의 판례를 검토하며, 사람의 일상 언어를 알아듣고 법률문서를 분석한 후 질문에 적합한 대답을 추출한다. AI인 ‘컴퍼스(Compas)’는 법정에서 폭력사범인 피고인의 재범가능성을 분석해준다. 영국의 챗봇 ‘DoNotPay'는 인터넷 채팅으로

    김윤섭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후견,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후견,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인간의 뇌는 우리가 아는 우주에서 최고로 복잡한 물체다. 우리의 뇌에는 뉴런(신경세포)이 1000억개쯤 있고, 그 각각이 다른 뉴런 1000개와 이어져 약100조개의 시냅스 연결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분자생물학, 유전자학, 뇌 영상 기술의 강력한 도구는 있지만, 치매, 우울증, 정신분열증, 양극성장애, 강박장애 등 정신장애를 실험실에서 확인하는 검사법은 아직 없다고 한다. 더구나, DSM-5에 포함된 정신장애는 어떤 합리적인 제거 과정을 거쳐 공식적인 지위를 얻은 게 아니라 현실적 필요에서, 역사적 우연성, 점진적 추가, 선례에 따라 편입되어 있을 뿐,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정의의 기준을 만족시켰기 때문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회적 또는 법적으로

    황정수 법무사 (대한법무사협회 법제연구위원)
    기억의 불완전성

    기억의 불완전성

    최근 같이 일하는 선배 변호사로부터 책을 선물 받았다. 그 책에 재미있는 실험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요지는 이렇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공중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의 인지 심리 과학자 울릭 나이서 교수는 다음 날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나눠주고 사고 당일 누구와 어디에서 폭발 소식을 들었는지를 적게 했다. 그리고 이를 보관해 두었다가 2년 반 후 학생들을 다시 불러서 챌린저호 사고 당일 누구와 어디에 있었는지 물어 보았다. 그 결과 학생들의 25%가 자신이 작성했던 설문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였고 나머지 상당수도 세세한 부분에서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설문지에 친구와 술집에 있었다고 썼는데 2년 반 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라디오로 소식을 들었

    임형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회전문 집사

    회전문 집사

    A는 중학 시절부터 알아주는 싸움꾼이었다. 체구는 작았지만 다부졌고, 강단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어느덧 육십 줄에 접어든 그는 폭력 전과 16범이다. A는 너무 익숙한 나머지 죄책감 같은 불필요한 감정도, 피차 피곤한 무죄주장도 없이 요식행위 치르듯 매끈하게 재판을 끝냈다. 상해죄로 1년 6월을 선고받고도 깍듯이 인사하고 씩씩하게 걸어 나간 A는 2019년 3월경 출소할 테지만, 필시 그 해를 못 넘기고 재수감될 것이다. A가 드나든 문은 회전문(revolving door)이다. 연어처럼 법정을 거슬러 올라 교도소로 회귀한다. A는 리볼버에 장전된 총알이다. 격발되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재장전 된다. 이제 누구도 그에게 직업을 구하거나, 알콜중독 치료를 하거나, 가족을 돌보

    박주영 부장판사 (대전지법)
    새로운 변호사시대Ⅲ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마을변호사’

    새로운 변호사시대Ⅲ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마을변호사’

    2015년 모 일간지에 어느 젊은 변호사의 경험담에 관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삼척 시골마을 김씨 할아버지가 새로 산 땅이 도로와 연결이 끊겨 길을 새로 내야하는 상황에서 도로와 연결된 이웃 땅 주인이 길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당시 김씨 할아버지의 상담전화를 받은 그 젊은 변호사는 이 할아버지에게 법적으로 정당하게 길을 사용할 수 있다고 자문해주고,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이웃 땅 주인 할아버지와도 통화를 하여 막걸리 한 사발에 길을 쓰게 해주시도록 화해를 시켜드렸다는 내용이었다. 변호사 없는 마을에서 자칫 불필요한 감정싸움과 고소·고발로 이어질 뻔 할 상황을 경기중앙회의 청년변호사가 법률전문가로서의 재능과 감각을 발휘하여 조기에 해결해 준 것이다. 이 이야기는 현재 활발하게

    김윤섭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분업과 현명한 상생의 자세

    분업과 현명한 상생의 자세

    10월초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가을은 첫눈이라도 내리면 단번에 겨울로 변해버린다.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면서 가장 먼저 우리 눈에 띄는 것. 바로 울창했던 나무, 붉게 물들었던 단풍나무, 노랗게 물들었던 은행나무… 그리고 길가에 흩날리는 낙엽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 속에서도 현대인은 대부분은 특정분야로 세분화된 체제 속에서 살아간다. 자본주의 경제학의 기초를 세운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분업이 노동생산력을 향상해 인류 전체에게 풍요로운 생활을 선사했다고 말했고, 사회학자 뒤르켐(Durkeim)은 ‘사회분업론’에서 분업은 생산력과 노동자의 능력을 결합하여 사회의 지적·물질적 발전의 필요조건이고, 경제적 효용성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 사회적, 도덕적 질서의 확립에 기여한다고 하여

    황정수 법무사 (대한법무사협회 법제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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