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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안의 코끼리

    방 안의 코끼리

    뱅갈로어 법관행동준칙(The Bangalore Principles of Judicial Conduct)을 읽어보았다. 최근 계속된 사건들로 복잡한 심경을 달래고 싶어서였다. 전 세계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고 있다는 위기의식 아래 UN의 후원으로 2002년 열린 대법원장 원탁회의에서 법관의 행동기준으로 독립(Independence), 공정(Impartiality), 청렴(Integrity), 적절한 행동(Propriety), 평등(Equality), 직무능력과 성실(Competence and Diligence) 6가지를 정했고, 2007년 상세한 주석까지 만들어졌다. 이 행동준칙은 법관에게 엄격하고 높은 수준의 규범을 준수하고 또 그러한 외관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관은 동료 법관들

    신숙희 고법판사 (서울고법)
    소설을 읽지 않는 사회

    소설을 읽지 않는 사회

    얼마 전, 미뤄둔 집 정리를 했다. 사라진 줄만 알았던 책들이 한꺼번에 나왔다. 정음사, 삼중당 문고, 삼성문고집…. 문고판이 권당 몇 백원 남짓하던 시절이었다. 용돈을 아껴 한 권씩 사는 재미로 살았다. 애써 모은 책들은 안타깝게도 서울에서 유학을 하며 자취방을 옮겨 다닐 때마다 사라졌다. 그런데 그렇게 없어진 책들 중에서도 용케 살아남은 게 있었다. 셰익스피어와 톨스토이, 도스또옙스키. 책장을 넘겨보니 밑줄 치고 메모하며 읽던 흔적들이 빼곡했다. 아, 멀고도 가까운 세월이여! 돌이켜 보니 인생이 소설이고, 소설이 인생이다. 요즘 서점에는 자기계발서와 실용서가 넘쳐난다지만, 소설만큼 동서고금의 지혜를 담은 최고의 인생지침서도 없다. 당장 도스또옙스키만 떠올려 봐도 그렇다. '죄와 벌'에서

    황용환 변호사 (대한변협 사무총장)
    등기관의 대승적 협조를 바란다!

    등기관의 대승적 협조를 바란다!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는 지난 3~4일 이틀 동안 대한법무사협회의 신설된 회칙(법무사가 권리에 관한 부동산 등기신청의 위임을 받은 경우에는 위임인이 본인 또는 그 대리인임과 등기신청의 원인된 내용 및 등기의사를 직접 확인하여야 한다)에 대한 실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방법무사회로는 처음으로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워크숍은 시종일관 신설된 회칙을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방안에 관하여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단일한 결론을 확정하지는 못하였으나 대체적으로 전자등기신청을 활성화시키면서도 등기의 진정성을 강화 내지는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법무사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회칙 준수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의미가 있었다. 전자등기신청 활성화를 위하여 다양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으나, 언제나 해답은 기본에

    이상훈 법무사 (경기중앙회)
    아버지의 자리

    아버지의 자리

    가끔씩 어린 시절을 되돌아볼 때면 한 가지 의문이 들곤 한다. 기억 속에서 아버지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소풍을 갈 때도, 운동회를 할 때도, 선생님과 상담을 할 때도, 몸이 아파 병원에 갈 때도 대부분의 역할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추억의 대부분을 어머니의 모습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는 항상 가족을 부양하는데 지쳐 밤늦도록 야근을 하셨고, 어쩌다 조금 일찍 들어오시는 날에도 그다지 말씀이 없으셨다. 아마도 아버지는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이어온 아버지의 역할에 충실하셨을 것이다. 세월이 흘렀다. 내가 이젠 아버지가 되었다. 여전히 나도 다른 아버지처럼 아이들의 입학식이나 졸업식에 갈 기회를 좀처럼 만들지 못한다. 오죽했으면 성공하는 아이의

    양중진 부장검사(법무부 법질서 선진화과장)
    다이어트가 필요해

    다이어트가 필요해

    '이게 어떻게 뼈대(skeleton)입니까? 너무 살찐 것(fat stiff) 아닙니까?' 35쪽의 요약준비서면(skeleton argument)을 받아든 영국 판사의 말이다. 최근 영국 판사들은 점차 길어지는 요약준비서면의 문제점을 판결 이유에 기재한 후 일부 주장을 아예 판단대상에서 제외한 판결을 하기도 한다. 영국 법원뿐 아니라 미국 연방법원, 국제형사재판소, 유럽사법재판소 등 많은 법원들이 서면의 형식, 분량과 제출횟수를 사전에 정한 후 위반서면의 제출을 제한하고 있다. 신속한 재판과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 및 실질적 구술변론 보장을 위한 안전장치이다. 'The One Page Proposal(한 장의 기획서)'의 저자 패트릭 라일리는 마그나카르타, 미국독립선언서 등 영향력 있는 문서들이

    신숙희 고법판사 (서울고법)
    공인인증서의 안전성과 신뢰성

    공인인증서의 안전성과 신뢰성

    '공인인증서'는 전자서명법 제15조에 따라 공인인증기관이 발급하는 '인증서'로 ①공인전자서명 생성(전자서명법 제2조)과 ②본인확인(전자서명법 제18조의2)이 주된 기능이다. 전자서명법(시행령 및 시행규칙 포함)은 공인인증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인인증기관에 ①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자 하는 자의 신원을 '직접 대면'하여 확인하고 ②자신이 발급한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는 가입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독립성'을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부동산등기의 전자신청은 공인인증서에 기반하여 운영되고 있는데, 실무상 부실한 신원확인과 공인인증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공인인증기관은 발급신청인의 신원을 확인할 의무가 있지만, 실무상 등록대행기관(Registration Authori

    이상훈 법무사 (경기중앙회)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누군가 요제프 K.를 무고했음에 틀림없다. 그는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아침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카프카의 소설 '소송'은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너무나 평범했던 일상이 지옥으로 변하고 결국에는 처형당하게 된다. 그의 삼촌은 "그런 소송에 걸려 있다는 것은 이미 패소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세"라는 말로 국가 권력에 의한 재판 절차 진행이 얼마나 피할 수 없는 절대 권력의 행사인지를 표현한다. 카프카의 '소송'은 '적법절차'만을 내세워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한 사람의 인생이 처참하게 짓밟힐 수 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런데 최근 그 반대로 국가권력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내세워 '적법절차의 준수'를 처참히

    황용환 변호사 (대한변협 사무총장)
    지혜가 필요한 이유

    지혜가 필요한 이유

    "슈퍼컴퓨터에 더 많은 데이터를 입력했는데도 기상이변으로 인한 변동성이 워낙 크다보니 예측에 실패한 것 같다." 얼마 전 장마철 잇단 비 예보에 실패한 후 기상청이 내놓은 답변이다. 예보의 실패로 인해 국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었다. 어떤 사람은 약속을 취소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여행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슈퍼컴퓨터가 없던 시절 농부는 비가 올 것인지 여부를 단순히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만으로 예측하지 않았다. 바람은 어느 방향에서 부는지, 습도는 어느 정도인지, 개미나 새떼들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심지어는 팔과 다리가 얼마나 쑤시는지까지 참고해서 날씨를 예측했다. 그래서인지 기상청의 답변이 필자에게는 조금 다른 관점의 이야기로 들렸다. '슈퍼컴퓨터에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입력한다고 해도 실제

    양중진 부장검사(법무부 법질서 선진화과장)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

    필자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대학입시나 사법시험 때가 아니라 주말부부로 연년생 아기들을 키우던 초임판사 시절이다. 재판날 아침 아기가 갑자기 아파 발을 동동 구르던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는 출산휴가 두 달도 감사하던 때였다. 아이들은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지만 그리 힘들 줄 미리 알았다면 자녀계획을 고민했을 것이다. 현재의 젊은 세대도 여전히 같은 고민에 빠져있는 듯하다. 2015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4명으로 15년째 '초저출산'상태이다. 현재 출산율로는 2021년부터 인구가 감소되어 2200년 총인구가 322만 명이 된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저출산대책으로 수십조 원을 썼고, 기업들도 각종 일·가정양립대책을 내놓았다. 법원도 스마트워크, 육아기단축근무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아직 가시

    신숙희 고법판사 (서울고법)
    이제 대법원이 화답할 때다

    이제 대법원이 화답할 때다

    대한법무사협회는 2016년 6월 29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회칙에 '법무사가 권리에 관한 부동산 등기신청의 위임을 받은 경우에는 위임인이 본인 또는 그 대리인임과 등기신청의 원인된 내용 및 등기의사를 직접 확인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법무사의 본인확인의무를 명백히 하였다. 등기신청을 대리하는 변호사나 법무사(이하 '자격자대리인'이라 한다)는 당연히 위임인의 동일성 및 등기의사를 확인할 의무가 있지만, 자격자대리인의 지휘·감독을 받는 소속 직원이 본인확인 등의 사무를 무분별하게 대행하다보니, 등기사건에 관한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법률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급기야 명의대여나 등기브로커를 양산하고 윤리의식이 높은 법무사가 등기시장으로부터 구축(驅逐)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법률시

    이상훈 법무사 (경기중앙회)
    위기의 변호사

    위기의 변호사

    세대와 분야를 불문하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한 모토가 되었다. 사회적 안정성이 감소하고, 그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생계보장 없이 무책임 속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사람이 평생을 살며 최소 대여섯 직군을 횡단하게 되리라는 예측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변호사 직군 또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일찍이 양질의 값싼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직역의 진출이라는 취지로 변호사 배출 수를 대폭 증가시켰을 때부터 예견된 현상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를 진지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양질의 값싼 법률서비스라는 시장의 논리는 한국 법률시장이 돌아가는 양상을 간과한 허구에 가깝다. 그로 인해 정작 수많은 변호사들이 고통 받는 현실은 외면되고 있다. 둘째,

    황용환 변호사 (대한변협 사무총장)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지난 달 22일 경기도 의왕에 있는 고봉중고등학교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에서 농구 코트를 만들어 학교에 기증한 것이다. 고봉중고등학교는 '서울소년원'의 다른 이름이다. 이 날은 코트 기증뿐만 아니라 서울소년원 농구팀인 '푸르미농구단'의 창단식도 있었다. 행사에는 김현웅 법무부 장관, 김영기 KBL 총재, 허재·추승균 감독과 양동근·김선형·조성민 선수를 비롯해 각 구단을 대표하는 유명 선수들이 참석했다. 창단식에 이어 선수들과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슛 경연대회도 벌였다. 학생들은 TV에서만 보던 선수들과 직접 시합을 하는 것이 신기한지 연신 웃음을 지어보였다. 선수들도 처음에는 어색해 하더니 금세 학생들의 형이 되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어 학생들이 직접 만든 쿠키와 커피

    양중진 부장검사(법무부 법질서 선진화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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