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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월요법창 리스트

    법복을 입다

    법복을 입다

    2005년 법관으로 임용되던 첫 날의 일이다. 임명식장에서 처음 지급받은 법복의 안쪽에 '김지현'으로 이름이 잘못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맞춤 제작이라 찾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사실 다른 법복들은 주인을 다 찾아가고, 넓은 홀에 남아 있던 법복이 그것 하나뿐이기도 했다). 잘못된 이름쯤이야 나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본래의 기능 수행에도 특별한 지장이 없으며, 그래도 불편하다면 이름을 다시 새겨 입으면 되었을 것을… 법정에 들어갈 때마다 괜시리 이 법복이 내게 맞는건가 하는 갈등의 시간들이 한동안 이어졌다. 지금 돌아보면 초임판사의 경미한 신경증 정도로 생각되어 가벼운 미소가 머금어진다.   법복은 다른 색과 섞이지 않는 검정색을 주색으로 사용함으로써, 어떠한 외부적 영향에도 동요하지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차라리 내 자식이 살인자였으면!

    차라리 내 자식이 살인자였으면!

    살인사건 수사나 공판, 언론 보도를 보다보면 항상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몇 년 전 살인 사건 공판을 담당하던 중 피해자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맴돌고 가슴이 아리다.   사귀던 피해자가 만나주지 않자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피해자 어머니는 공판 기일마다 재판정에 나오셔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피고인을 바라보셨다. 그 표정에는 분노와 원망의 감정도 있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드신 상황에서도 다른 재판이 끝날 때까지 방청석에 그대로 앉아 계셨다. 얼마나 고통스러우실까. 방청석으로 가 손을 잡고 건강을 챙기시라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위로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날도 피해자 어머니는

    권현유 부부장검사 (청주지방검찰청)
    기업법무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

    기업법무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

    필자가 14년의 로펌생활, 5년간의 사내변호사 생활을 거쳐 다시 기업자문 변호사로 돌아온 지 몇 개월이 지났다. 비교적 쉽게 다시 기반을 다져나갈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여전히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잡기에 숨은 차고, 어떻게 다시 차별화된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막막할 때도 있다. 마켓은 알아갈수록 어렵다.   그래도 다시 진로를 고민할 때, 기업의 비즈니스의 경험을 법률서비스에도 접목한다면, 작지만 의미있는 혁신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업법무라고 하는 서비스업은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어떻게 변화해가야 할까? 나는 무엇을 목표로 달려갈 것인가?   금융회사 그리고 유니콘 기업을 거치면서 얻은 교훈 중에, 오늘은 '소비자 중심'라고 하는 가치에 주목해보려고 한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그 사람

    그 사람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따뜻한 격려와 진심은 세월이 흘러도 잊기 어렵다. 감동과 깨우침을 준 고마움도 평생에 남는다. 늘 기억하고 사람으로서 도리, 의리(義理)를 지켜야 하는데,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어느새 시간만 훌쩍 지나갔다.   10년 전 영국 유학 시절, 서울로부터 갑자기 부여된 과제 해결을 위해 인터넷 검색 끝에 런던 스네어스브룩 형사법원(Snaresbrook Crown Court)에 연락하여 존 래퍼티 판사(Judge John Lafferty)를 만났다. 그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시각장애 법관으로 중요 형사사건의 1심 재판을 전담하고 있었다. 영국의 시각장애법관 현황 등을 보고하라는 과제였는데, 이왕이면 직접 찾아뵙고 싶었다. 가족들이 청사 구경을 하는 사이, 나는

    이의영 고법판사 (서울고법)
    K-중재, 뉴 허브를 꿈꾸다

    K-중재, 뉴 허브를 꿈꾸다

    국제중재에 있어서 아시아권의 전통적 허브는 홍콩이다. 그러나 근래 또 다른 아시아권 허브로 부상한 곳이 있는데, 바로 싱가포르다. 최근의 한 통계에 의하면 싱가포르와 홍콩이 뉴욕과 제네바 등 국제적 중재 선호지를 제치고, 런던과 파리에 이어 각각 전세계 3위와 4위의 선호지로 선정되었다. 고속 성장 중인 아시아 기업들이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아시아 국가의 중재지를 이용할 것을 제안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다.   서울도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국제중재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이 안정된 사법제도, 첨단 심리시설을 갖추었다는 사실 외에도 홍콩 및 싱가포르와 차별화될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서울이 아시아권

    김다나 외국법자문사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
    변호사가 되고 보면

    변호사가 되고 보면

    '늙어보면 아는 것', '아파보면 보이는 것', '죽기 전에 깨닫는 것'과 같이 변호사가 되면 무엇을 알게 될까? 쓰고 고치던 '과학수사와 인권'이라는 거창한 글 대신 고별 주제를 다시 정하였다.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을 상대로 의견을 개진한다. 수사기관과 법원에 전달할 사항은 사실과 법적 평가인데, 사실의 전달은 유난히 어렵다. 변호사가 지득한 사실은 그 통로가 단조롭고 의뢰인의 진술에 의존한 것이 많다. 법원이 사실을 정하는데, 이는 자유심증의 영역이라 변론한 바가 그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변호사가 되면, 증거채부권, 자유심증주의가 얼마나 무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알게 된다.   변호사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믿어선 안 된다. 변호사는 의견서, 준비서면, 상고이유서,

    천주현 변호사 (대구회)
    신속한 재판의 원칙

    신속한 재판의 원칙

    최근 장기간 법원에 불출석하여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고인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집행한 적이 있다. 공판검사는 피고인의 거처와 사용하는 연락처를 확인하고, 재판부에 구속영장 집행을 위한 실시간 위치 추적용 '통신사실자료제공요청'을 사실조회 형식으로 신청하였으나, 재판부가 사실조회 촉탁을 검토하는 사이 피고인이 기존 장소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먼저 검찰수사관들을 현장으로 보냈고, 다행히도 그곳에 머물던 피고인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집행할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 피의자, 피고인들에 대한 인권보호 조치로 불구속 재판이 확대되었고 실형 선고 때에도 법정구속을 자제하라는 취지로 대법원 인신구속사무처리 예규가 개정되어, 재판 진행 중 피고인의 잠적이 예전에 비해 빈번해지면서 재판의 신

    한진희 부장검사 (고양지청)
    폭풍의 언덕

    폭풍의 언덕

    어린 시절 읽은 책은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제목만 들어도 떨리는 마음이 여전하다. 그 시절의 감동이 지금과 같을 수 없음은 물론이나, 그토록 새파랗게 예민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사춘기를 추억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일까.   하루에도 몇 권씩, 온갖 책들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읽던 시절이다. 세상의 책들은 모조리 읽겠다는 얼토당토 않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여자로 태어났기에 자연스럽게 근대 여성 작가에 관심이 갔다. 19세기 보수적 영국 사회에서 작가로 활동하기 위해 남성 필명을 사용한 조지 엘리엇, 20세기 잉글랜드 모더니즘을 이끈 버지니아 울프 등을 차례로 알게 되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막 사춘기가 시작된

    이의영 고법판사 (서울고법)
    로펌의 경쟁력: Gender Diversity

    로펌의 경쟁력: Gender Diversity

    최근 몇 년간 해외 로펌들이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공통적으로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조직 내 남녀 다양성 증진이다. 그 이유는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볼 때 남녀의 다양성 증진과 여성 재능 장려가 조직의 재무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증되었고, 재능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좋은 방법이며, 무엇보다 이러한 다양성을 요구하는 글로벌 고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9년에는 미국의 170개 대기업과 영국, 유럽의 65개 대기업의 법무팀장이 로펌의 조직내 다양성 증진을 촉구하는 성명서에 공동 서명하였는데, 그 내용에는 자사가 선임하는 로펌도 이러한 다양성 정책을 반영하기를 기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실제로 여러 글로벌 기업의 경우 자사의

    김다나 외국법자문사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
    검찰과 소용돌이

    검찰과 소용돌이

    수사권 조정, 공수처 합헌 결정만 해도 검찰이 쇼크를 받은 상태인데, 앞으로 탈출 러시가 거세질 전망이다. 수사사건 상당수가 경찰로 넘어간 상태에서, 공수처를 넘어서는 큰 수사기구가 추가로 발족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대 여당이 발의할 법안으로 입법 가능성이 높고, 헌법재판소가 공수처를 바라본 시각을 고려하면 합헌 결정이 또 나오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경찰에 넘기고 남은, 검찰 직수사 영역 전부를 새 수사기구인 중대범죄수사청이 맡게 된다. 법안명은 중대범죄수사청설치법이고, 이는 있는 법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정법안이다.   이 법에 따르면, 검찰은 6대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까지 잃게 되어, 앞으로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도 지휘

    천주현 변호사 (대구회)
    가장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

    가장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

    대학 1학년 때 들었던 '교양국어' 수업 중 '가장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라는 주제로 리포트를 제출한 적이 있다. 고교시절까지 수많은 사람의 위인전을 읽었었음에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겨우겨우 한국 근대사 속 인물을 선택하여 리포트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담당강사는 과제에 대한 강평을 하면서 선정된 인물의 유형을 분류해보니 많은 학생들이 역사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사람들이 아니라 부모 등 가족이거나 선생님 등 지인을 가장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으로 선택하여 무척 의외라고 설명하였다. '가장'이라는 글자를 중시하다보니 그 대상 또한 위대하다고 평가받은 사람들 중에서 선정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른 기준을 택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부연했다.   사회생

    한진희 부장검사 (고양지청)
    변화

    변화

    작년 가을, 뒤늦게 꽃꽂이 동호회에 가입하였다. 아름다운 꽃을 사무실에 두면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고 꽃향기에 마음 정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사실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워낙 둔한 감각이라 언감생심 시도조차 못하였는데, 어느 날 친구가 권유하여 용기를 내었다.   겨우 격주로 꽃을 받아오고 최근에서야 가위를 쥐어보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생각 이상의 즐거운 변화가 있었다. 선배 법관이 주신 잔잔한 무늬의 탁보 위 꽃병은 기록과 판결서로 씨름하는 사무실을 오가는 나의 걸음을 가볍게 한다. 집 현관에 둔 꽃바구니는 신발을 신고 벗을 때마다 작은 기쁨을 준다. 일부 화분은 물주기에 실패하여 말라버렸지만 그것도 적당한 곳에 옮기니 운치가 있다.   "변화의 두려움을

    이의영 고법판사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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