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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리스트

    나는 분별 있는 관찰자인가

    나는 분별 있는 관찰자인가

    "재판을 하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진실은 일부분에 불과하니 일말의 진실로 사건을 속단해서 안 된다." 존경하는 법조 선배님이 늘 강조하셨던 말씀이다. 마치 재판부가 사건을 판단하는 주체 같지만 실제로는 재판하는 모든 과정이 그 사건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들로부터 평가받는 순간이라는 말씀이었다.  초임 때 들은 말씀을 지금도 명심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의미가 다르게 읽힌다. 처음에는 당사자들이 하는 수많은 주장 중에 허구와 실제가 무엇인지를 가려내고자 애썼고, 주장하는 모든 내용을 의심하고 재고하였던 듯하다. 그러다 문득 '나는 당사자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고 있는가' 되묻게 되었다. 사건은 기록으로 접하는 것일 때에도 살아있다. 매 사건마다 당사자들의 삶이

    김윤종 재판연구관 (대법원)
    본직제출주의

    본직제출주의

    필자가 법무사시험에 합격하고 연수를 받던 때였다. 전화 한통을 받았는데 사무소를 열어주고 매월 500만원을 통장에 꼽아 주는 조건을 제시해왔다. 개업할 사무소 위치를 물었더니 청주라고 했다. 그래서 울산에서 청주까지 출퇴근이 힘들다고 했더니 출근은 면제해 주겠다고 했다. 개업한 이후에는 사무장들이 거래처를 들고 들어오겠다고 제안해왔다. 비율제로 수익을 나누는 방식도 있고, 고정급을 받고 일에 관여치 않는 조건도 있었다. 지금은 직접 업무를 보고 있지만 동료들은 나이가 들면 세가지 옵션 중 하나는 택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보낸다. 지난 9월, 울산경찰청은 710여 차례에 걸쳐 대리수술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간호조무사와 이를 방조한 의사를 보건범죄단속법위반 및 사기 등의 혐의를

    이성진 법무사(울산회)
    천만다행

    천만다행

    요즘 TV를 보다보면 잘생긴 대세 배우가 컵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하고 중독성 있는 '천만다행’이라는 노랫말이 흘러나오는 보험회사 광고가 나오곤 한다. ‘천만다행’이라는 노랫말을 계속 듣다보니, 사용 의도는 좀 다른 것 같지만 문득 20년 전 사법연수원 시절 교수님이 약간의 우스갯소리를 겸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법률 지식의 깊이와 성품을 기준으로, 이를 모두 갖춘 금상첨화(錦上添花)인 사람, 법률 지식은 있으나 성품이 떨어지는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사람, 법률 지식이 다소 떨어지지만 성품이 좋아 천만다행(千萬多幸)인 사람, 어느 쪽도 모두 떨어지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사람이 있는데, 잘 살펴 채우라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설상가상의 형국이 아닌지 걱정스럽지만, 당시엔 그래도

    권성수 교수 (사법연수원)
    관계

    관계

    “이번 A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추가 공사 및 민원 문제와 관련하여 기존에 쌓아 둔 긴밀한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협력업체 측에서 추가 공사비 및 인허가 비용 일체를 부담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당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는 없습니다”라는 보고가 올라온다면, 이 직원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도급법이 적용되고 있는 공사현장이라고 한다면, 이 직원의 행동은 2013년 신설된 하도급법 제3조의4에 규정된 ‘부당특약 금지’ 규정에 반하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직원이 고려 때의 서희와 같은 신출귀몰한 협상력을 발휘하여 회사의 리스크는 최대한 줄이고 비용을 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거래 현실에서는 당사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 당사자들이 보유한 전체적인 역량의 차이,

    석근배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생활 속의 예방적 사법

    생활 속의 예방적 사법

    신혼 초에 음쓰(‘음식쓰레기’의 준말) 때문에 고초를 겪은 일이 있다. 결혼 전에는 항상 어머니께서 다 처리해주셨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막상 해 보니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 맛있었던 음식이 며칠 지난 후에는 정말로 악취 가득한 흉물의 쓰레기로 변해버린 것을 보는 것도 고역인데, 그것을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통에 떨어내는 과정에서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숨을 참을 수 없었던, 그때의 상황을 회상하면 아찔하다. 그러나 나름의 요령을 터득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음식물에 대하여 생화학적 반응이 일어나기 전에 처리하는 것이다. 화학 반응이 일어나기 전에 남은 음식물을 잘 정리하여 한 번에 쏟아 부으면 시각적·후각적 고통을 겪지 않고 버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된

    박하영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안보이는 손

    안보이는 손

    예전에는 변호사나 법무사가 고소득 자영업자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이 없었다. 변호사는 부와 명예의 상징이었고, 법무사도 안정된 노후를 보장 받았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덕목인 희소성 때문이었다. 공급이 터무니없이 적은데다 경제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사법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게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 독과점시장에 변호사 수의 증가와 전자환경 조성이라는 정부개입이 작용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의 시장왜곡에 제동이 걸렸다. 그로인해 베일에 가린 법조시장이 개방되고 정보의 부재와 권위에 편승한 과도한 이득을 나누고자 하는 요구들이 각계에서 생겨났다. 법조시장에도 물화(物化)된 현대인이 겪어야할 예외 없는 경박의 고통은 비켜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만큼 국민의 의식수준과 법적소양이

    이성진 법무사 (울산회)
    어느 성폭력사건 기사를 보면서

    어느 성폭력사건 기사를 보면서

    최근 부산 지역에서 선고된 두 건의 성폭력사건이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고등학교 제자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국민참여재판을 받은 피고인에게 배심원들의 무죄평결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사안이다. 배심원 평결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통상 객관적 증거가 많지 않은 성폭력사건에서,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에 따르지 않고 유죄의 확신을 가진 재판부가 다른 결론을 낸 것이다. 또 하나는, 식당에서 피해자 옆을 지나가면서 손으로 피해자 엉덩이 부위를 움켜잡아 강제추행하였다는 사실로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에게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한 사안이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피고인의 부인이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글을 올리고 이를 본 많은 사람

    권성수 교수(사법연수원)
    아시안 게임

    아시안 게임

    손흥민 선수를 포함한 축구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서 기뻤던 지난 토요일, 하지만 아쉬운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하나는 우리 선수들이 수비할 때 몸에 부딪히기만 해도 반칙이라고 하던 수준 낮은 심판 때문에 제대로 된 기량을 펼치지 못했던 여자 농구 단일팀 결승 경기였고, 다른 하나는 유도 혼성단체전이었습니다.    해설자의 설명대로라면 우리 팀이 이겼어야 하는데, 심판들이 한동안 웅성거리더니 우리 팀이 졌다는 판정을 합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싶어서 규정을 찾아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유도 규정은 단체전 결과가 3대3이고 세부 점수도 동점이면 추첨을 한 후 한 경기를 더해 승자를 가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점수 계산에 관한 별도 규정은 없어서 국제유도연맹 규정을 살피면, 여기에는 3

    석근배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법대에서 ' '법조프리즘' 필진이 바뀝니다

    '법대에서 ' '법조프리즘' 필진이 바뀝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영호 원로법관, 이은혜 판사, 장희진 변호사, 박종명 변호사   법률신문의 칼럼인 '법대에서' '법조프리즘' 필진이 바뀝니다.   '법대에서'는 강영호(사법연수원 12기) 서울중앙지법 원로법관과 이은혜(33기) 서울동부지법 판사가 새로 집필하고, 법조프리즘은 박종명(35기) 법무법인 강호 변호사와 장희진(변호사시험 3회) 지음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연재합니다.   그동안 수고해 주신 법대에서 박영호 부장판사, 한지형 판사와 법조프리즘 박상흠 변호사, 홍지혜 변호사께 감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법률신문 (편집국)
    꼰대 철학

    꼰대 철학

    누구나 알다시피, ‘꼰대’라는 단어가 있다. 아버지, 선생님 등 성인 남성, 특히 고집이 센 연장자를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인터넷상으로는 꼰대로 불리는 것을 막기 위해 ‘꼰대 자가진단 테스트’, ‘꼰대 방지 5계명’이 게시되어 있기도 하다. 꼰대의 어원(語源)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백작을 뜻하는 불어인 ‘comte’도 그 중 하나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친일파들이 자신들을 콩테라고 자랑스럽게 칭하던 모습이 그 부정적인 이미지와 합해져, 꼰대로 진화하였다는 것이다. 어원이야 어떠하든지 간에, 꼰대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은 아마도 마음에 들지 않은, 연장자인 남성이 있어서 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은 꼰대인 자신의 아버지, 선생님 등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것일

    박하영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찾아다니는 서비스

    찾아다니는 서비스

    과거, 필자가 법무부에 변호사법 제35조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적이 있다.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이 등기사건을 유치할 목적으로 금융기관이나 부동산중개업소를 출입하는 행위가 변호사의 품위유지 의무 및 사건브로커 근절을 위한 법 취지에 위반되는가의 여부였다.   이에 대한 법무부의 회신은 ‘법원, 수사기관, 교정기관 및 병원’으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등’이라는 의존명사가 부착되어 있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 한도에서 헌법 합치적 해석에 따라 금융기관이나 부동산중개업소는 출입금지 대상으로 보기 어렵고, 다만 변호사윤리장전 윤리규약 제5조에는 ‘등’이라는 의존명사가 있으므로 징계는 가능할 것이라는 방론을 붙여왔다.    우리 법무사법에

    이성진 법무사 (울산회)
    우아한 관찰주의자

    우아한 관찰주의자

    에이미 E. 허먼이 쓴 ‘우아한 관찰주의자’라는 책에 보면, 9·11 테러를 경험한 클레어 부부 이야기가 나온다. 테러가 발생하기 전후 내내 함께 있었고 테러가 일어나자마자 함께 뉴욕을 떠났음에도, 클레어는 재가 뒤덮인 아파트 창문으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떨어지는 물건에 맞는 모습을 보았다고 기억한 반면, 남편 매트는 칠흑같이 어두워서 창밖이 보이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았다고 기억하는 등 두 사람은 당시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이도 같고 인종도 같고 사회경제적 계층도 같고 사는 곳도 같은 두 사람이 주어진 상황을 같은 눈으로 보지 않는다면, 고용주와 고용인, 변호사와 검사, 의사와 환자 등 전혀 다른 사람들은 같은 상황을 얼마나 다르게 볼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러면

    권성수 교수(사법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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