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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전문 집사

    회전문 집사

    A는 중학 시절부터 알아주는 싸움꾼이었다. 체구는 작았지만 다부졌고, 강단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어느덧 육십 줄에 접어든 그는 폭력 전과 16범이다. A는 너무 익숙한 나머지 죄책감 같은 불필요한 감정도, 피차 피곤한 무죄주장도 없이 요식행위 치르듯 매끈하게 재판을 끝냈다. 상해죄로 1년 6월을 선고받고도 깍듯이 인사하고 씩씩하게 걸어 나간 A는 2019년 3월경 출소할 테지만, 필시 그 해를 못 넘기고 재수감될 것이다. A가 드나든 문은 회전문(revolving door)이다. 연어처럼 법정을 거슬러 올라 교도소로 회귀한다. A는 리볼버에 장전된 총알이다. 격발되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재장전 된다. 이제 누구도 그에게 직업을 구하거나, 알콜중독 치료를 하거나, 가족을 돌보

    박주영 부장판사 (대전지법)
    새로운 변호사시대Ⅲ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마을변호사’

    새로운 변호사시대Ⅲ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마을변호사’

    2015년 모 일간지에 어느 젊은 변호사의 경험담에 관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삼척 시골마을 김씨 할아버지가 새로 산 땅이 도로와 연결이 끊겨 길을 새로 내야하는 상황에서 도로와 연결된 이웃 땅 주인이 길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당시 김씨 할아버지의 상담전화를 받은 그 젊은 변호사는 이 할아버지에게 법적으로 정당하게 길을 사용할 수 있다고 자문해주고,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이웃 땅 주인 할아버지와도 통화를 하여 막걸리 한 사발에 길을 쓰게 해주시도록 화해를 시켜드렸다는 내용이었다. 변호사 없는 마을에서 자칫 불필요한 감정싸움과 고소·고발로 이어질 뻔 할 상황을 경기중앙회의 청년변호사가 법률전문가로서의 재능과 감각을 발휘하여 조기에 해결해 준 것이다. 이 이야기는 현재 활발하게

    김윤섭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분업과 현명한 상생의 자세

    분업과 현명한 상생의 자세

    10월초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가을은 첫눈이라도 내리면 단번에 겨울로 변해버린다.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면서 가장 먼저 우리 눈에 띄는 것. 바로 울창했던 나무, 붉게 물들었던 단풍나무, 노랗게 물들었던 은행나무… 그리고 길가에 흩날리는 낙엽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 속에서도 현대인은 대부분은 특정분야로 세분화된 체제 속에서 살아간다. 자본주의 경제학의 기초를 세운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분업이 노동생산력을 향상해 인류 전체에게 풍요로운 생활을 선사했다고 말했고, 사회학자 뒤르켐(Durkeim)은 ‘사회분업론’에서 분업은 생산력과 노동자의 능력을 결합하여 사회의 지적·물질적 발전의 필요조건이고, 경제적 효용성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 사회적, 도덕적 질서의 확립에 기여한다고 하여

    황정수 법무사 (대한법무사협회 법제연구위원)
    법치주의의 씨앗

    법치주의의 씨앗

    필자가 근무하는 법무법인이 설립한 공익사단법인 온율이 서울시 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중·고교 학생 등을 대상으로 법률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필자는 온율의 법률문화콘텐츠 팀장으로 그 업무를 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말’과 인터넷에서의 ‘댓글’을 주제로 한 강의인 '말과 법'을 비롯하여,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를 사례를 통해 설명한 '민주시민의 덕목', 최신영화에 나오는 법률용어와 상황을 위트 있게 설명한 '영화와 법률', 곧바로 사회생활을 하게 될 학생들을 위한 계약서, 등기부등본 보기 등과 같은 체험형 강의 '법률문서 작성하기'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준비했다. 최근에는 서울 세종고등학교에서 지적재산권을 주제로 시범강의를 했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사례 중심으로 강의안을 구성해서인지 학생

    임형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새로운 변호사 시대Ⅱ - 법률보호의 모세관, 법률홈닥터

    새로운 변호사 시대Ⅱ - 법률보호의 모세관, 법률홈닥터

    필자는 지난 호에 동네 놀이터에서 노숙생활을 하게 된 20대 장애인 신혼부부에 대한 얘기를 하였다. 법률문외한인 이들 부부가 사망한 남편 부친의 빚으로 인해 장애연금을 압류 당하고, 사글셋방에서 쫓겨난 후 남편은 절도범으로 벌금까지 내야 하는 처지에 있을 때 정말 필요했던 것은 법률보호였다. 당시 실제 이러한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서울에서 시범사업 중이던 법률홈닥터였다. 구청 사회복지사의 연결로 법률홈닥터가 이들 부부를 찾아가 바로 법원에 연금 압류명령 취소신청을 해주고, 한정승인으로 빚 상속을 면하게 도와주며, 벌금도 분납할 수 있게 검찰청에 동행해준 것이다. 경제적·신체적 장애로, 때로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하여 취약계층의 서민들은 변호사의 이러한 기본적 법률서비스도 쉽게 받기 어렵다. 그러나 기존

    김윤섭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얼어버린 어깨

    얼어버린 어깨

    몇 해 전부터 좌우 어깨가 돌아가며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병원마다 진단이 제각각이다. 이런저런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어 그냥 내버려두었다. 당시 한 병원의 진단서에 ‘Frozen Shoulder(오십견)'라고 적혀 있었다. 오십은 어깨도 얼어 굳을 나이이다. 넉넉한 뱃살과 어깨 탓이겠지만, 해가 갈수록 일상이 점점 더 아크로바틱해진다.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보거나 등을 긁거나, 발톱을 깎는 일 따위가 이젠 곡예에 가깝다. 모험은커녕 일상마저 버겁다. 나이를 먹어간다. 숱한 가치와 입장들이 첨예하게 부딪치며 강렬한 파열음을 내는 현장에 있은 지도 제법 되었다. 나름대로 혜안이 생길 법도 하지만 아직도 ‘나’라는 ‘노(爐)’는 이를 녹여내기 역부족이다. 녹지 않은 쇳조각들이 사정없이 찔러댄다. 나이

    박주영 부장판사 (대전지법)
    구술변론주의

    구술변론주의

    구술변론주의 정착을 위한 노력이 시작된 지가 어느덧 10년이 넘게 흘렀다. 오래전 법과대학 재학 시절 법정방청을 하면서 강의실에서 배운 민사소송의 모습과 실제 재판 모습이 너무나 달라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과거의 형식적인 절차 위주의 실무관행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 구술변론주의가 완전하게 정착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법원이나 재판부별로 구술변론의 방식이나 정도에서 상당한 편차가 존재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2년째 민사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변론기일에서 주장의 요지, 쟁점, 증거 등에 대하여 당사자들에게 확인하는 질문을 하고 당사자가 이에 대하여 보충 내지 이의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변호사의 변론 방식이 다양하다

    배용준 부장판사 (울산지방법원)
    동행

    동행

    오늘, 80대 후반의 의뢰인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5년 전쯤 남편이 사망했을 때 필자가 상속등기를 해줬다고 하면서 남편에게 상속 받은 집을 이제 자신을 잘 돌봐준 아들 부부에게 증여해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먼저 자녀가 몇 명인지 묻자, "아들 1명에 딸이 3명"이라고 했다. 상담을 모두 마친 후 노인에게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지금 아드님께 증여를 하시면 증여세도 꽤 나올 뿐만 아니라, 어머니 재산을 스스로 정리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자녀들의 우애를 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데 꼭 증여를 하셔야 겠습니까?" 남편에게 받은 유산은 어쩌면 함께 인생을 동행해 온 가족공동체의 것이기에 그 소유를 어머니 혼자 결정하기보다 어머니 사후에 자식들이 의논해서 결정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겠냐는 말씀드

    정정훈 법무사 (경기중앙 안양지부 부지부장)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선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긴 추석 연휴,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며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던 중 몇 해 전 직장생활을 정말 현실적으로 잘 녹여냈다고 생각되어 푹 빠져보던 드라마 ‘미생(未生)’에서 회사 선배가 후배에게 던진 말 한마디가 가슴에 콕 박혀 쉽사리 떠나지 않았다. 몇 해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말인데 처음에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난 지금,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혼자서 하는 것에 익숙했고, 그래서 혼자 고민하고 결과도 책임도 홀로 져왔었기에,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법을 몰랐고 함께 하는 법에 익숙할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덧 서서히 연차가 쌓이면서 회사라는 곳이 혼자 하

    백광현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새로운 변호사시대Ⅰ-‘어느 장애인 신혼부부의 노숙’

    새로운 변호사시대Ⅰ-‘어느 장애인 신혼부부의 노숙’

    20대 신혼부부가 동네 놀이터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다. 부부 모두 지적장애인 3급에 아내는 임신 5개월인데 공중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벤치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남편은 경제적 곤궁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결국 남의 물건을 훔치다가 걸려 벌금 350만 원을 납부해야 했다. 벌금 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만 벌금미납자로 노역장에 유치된다면 임신한 아내 혼자 남아 노숙생활을 해야 하는 딱한 처지였다. 구청에서 그 사정을 알고 주거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내의 아버지가 사망 후 남겨놓은 빚 때문에 이들의 장애연금 계좌는 압류 당하고, 살고 있던 사글셋방에서도 쫓겨난 것이다. 만일 이들 곁에 언제든 찾아와 도움을 줄 수 있는 변호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간단한 불복절차

    김윤섭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소년범 처벌 강화 논란

    소년범 처벌 강화 논란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으로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소년 처벌 강화 청원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들은 '피해학생은 심각한 고통을 겪고 심지어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데, 어떻게 가해학생이 제대로 된 형사처벌도 받지 않고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필자가 2년간 소년범에 대한 형사재판을 담당하면서 느낀 것은, 대부분의 소년범들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하여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고, 우리 학교나 사회로부터도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제대로 인도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정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아직 인격 형성 과정에 있는 미숙한 존재였고,

    배용준 부장판사 (울산지방법원)
    법률시장의 초당두부

    법률시장의 초당두부

    필자가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가내수공업 형태로 두부를 만들어 파는 가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모두부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켜, 아이들이 이웃에 있는 가게에 가서 따끈따끈한 모두부를 식기 전에 사오면, 살짝 데쳐서 양념장에 찍어 먹기만 해도 한 끼 식사로는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문화는 개발과 산업화라는 미명 아래 1980년대를 기로로 거의 사라지게 된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식품위생상의 각종 규제와 단속으로 허가를 받지 않고서는 더 이상 가정에서 두부를 만들어서 팔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민위생이라는 거창한 이유를 들었지만 규제의 편의성을 이유로 다양성을 포기한 것이다. 그 이후 우리국민은 ○○두부와 ○○○두부라는 거의 두 종류의 두부를

    정정훈 법무사 (경기중앙 안양지부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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