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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여자 이야기

    세 여자 이야기

    여주인공이 당혜를 신고도 월담을 하여 뜻을 이루고자 내쳐 뛰어가는 드라마 장면에 빠져들고 있자니 미국행 기내에서 한달음에 읽은 조선희 장편소설 ‘세 여자’가 떠올랐다.    ‘세 여자’는 1925년 여름 단발의식을 치르고 천변에서 탁족을 하는 세 여인의 사진 한 장을 모티브로 시작한다. 허헌의 딸 허정숙은 다섯 번의 결혼으로 성이 다른 세 아이를 두었으며 연안으로 건너가 무장항일운동을 이끌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을 지낸 이다. 고명자는 김단야의 연인이었으며, 공산주의 운동과 친일 행적을 오가다 해방 후에는 여운형의 측근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세죽은 음악공부를 하러 건너간 상해에서 박헌영을 동지로 만나 혼인을 하였고, 위 사진을 세상에 알린 비비안나를 낳았다. 그녀는 이

    김정연 교수(인천대)
    고향

    고향

    필자는 강원도 양구에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지금의 양구는 서울에서 고속도로와 여러 터널을 통해 두 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고 국토 정중앙이며 조선백자의 고향이라는 곳이지만, 옛날에는 서울까지 8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소양호를 배 타고 건너면 좀 더 빠르다고 하는 그냥 오지였다. 오죽하면 강원도 인제 원통에 군입대 한 병사들이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 죽겠네”하면서도 “그래도 양구보다는 낫잖아”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까.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다 얼마 전 입대를 했는데, 양구 군부대에 자대배치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한다. 5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사이에 두고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다는 생각을 하니 뭐라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 북받친다. 그 소식을 병

    김상곤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관계(關係)의 회복(回復)과 용기(勇氣)

    관계(關係)의 회복(回復)과 용기(勇氣)

    우리의 삶은 관계의 연속이다. 관계(關係)의 사전적 의미는 둘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등이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족관계, 친구관계, 연인관계, 부부관계, 남녀관계, 사제관계, 이웃관계, 직장관계, 노사관계, 국민과 국가관계, 법률관계 등 수많은 관계 속에 살아간다.  관계의 유지는 신뢰(信賴)와 배려(配慮)를 기반으로 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관계가 깨어진다. 깨어진 관계로 인해 개인은 고통을 느끼고 행복을 박탈당하며,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가정 공동체의 유대감이 약화되어 국가경쟁력이 낮아지고 경제발전이 저해된다. 사법농단, 국정농단, 채용비리, 갑질행위, 부패범죄,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몰래카메라, 사기범죄

    김남순 과장(대검 수사지원과)
    강제 셧다운의 필요성

    강제 셧다운의 필요성

     하마터면 사고 날 수 있었다는 핀잔을 듣고 나서야 닳아빠진 타이어를 교체했다. 안전을 위해 수시로 차를 점검해야 하는데도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몸 관리도 매한가지다. 누구나 일 못지않게 쉼과 휴식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홀가분하게 여름휴가를 즐기는 분이나 즐기게 하는 분은 흔치 않아 보인다. 수년 전이긴 하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무하는 판사가 평균 6.9일의 연가를 썼고, 일 년에 사흘 이하만 쉰 판사도 18%나 되었다고 한다. 우편송달을 도맡아 하는 집배원은 이보다 더하다. 재작년 평균 휴가 사용일이 고작 2.7일이라고 한다. 모두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꿈꾸면서도 남의 재충전 시간에는 날선 반

    김대현 고법판사(서울고법)
    작은 일상 큰 변화

    작은 일상 큰 변화

    조금 전 2학기 강의계획서 입력 기간을 알리는 공지를 보았다. 로펌을 그만둔 지 네 번째 계절이 지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간 책상에서도 일상에서도 변화가 생겨나는 것은 당연했다. 읽고 쓰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 책상 앞의 일들이란 대체로 비슷했다. 오히려 일상의 변화가 진폭이 컸다.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의 등장이었다. 직장 동료, 의뢰인, 감독당국,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익숙하다고 자신하고 있었지만 나와 이해관계도, 인생 어느 지점의 경험도 공유하지 않는 학생들은 달랐다. 장강명 작가의 '당선, 계급, 합격'에서처럼, ‘공채’와 ‘동기’란 번역조차 불가한 지극히 한국적 현상이고, 그 보기 드문 생존자로서 입학동기, 시험동기와 입사동기에

    김정연 교수(인천대)
    합병 유감

    합병 유감

    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사업재편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경험상 합병은 과잉공급 해소나 구조조정을 위하여 꼭 필요한 제도다. 그런데 이러한 합병이 최근 과잉규제로 인하여 오히려 점점 더 활용하기 어려워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자본시장법은 상장법인 합병의 경우 합병 가액을 시가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시가가 회사 가치를 항상 적정하게 반영하는 것은 아니어서 회사에 이상한 루머가 돌거나 돌발 사고가 발생하면 시가가 회사의 순자산 가치보다 훨씬 하회하기도 한다. 자본시장법은 주주보호를 위해 합병의 결의 요건을 특별결의로 강화하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법원에 적정가치를 정해 달라는 소송을 통해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주주보호 장치를

    김상곤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

    삼국사기 중 백제본기에 '작신궁실(作新宮室),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는 기록이 있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백제 궁궐 건축미에 대한 평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이 미학은 오늘날에도 계승 발전시켜 우리 일상 속에서 간직해야할 소중한 한국인의 미(美)라고 한다. 부여 정림사지오층석탑(국보 제9호)은 이러한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단단한 화강암 재질의 돌 사용은 석탑의 강건함을 느끼게 한다. 지붕돌 모서리마다 하늘을 향해 살짝 올려진 버선코 곡선은 목탑의 섬세함을 드러낸다. 탑 전체에 수리적 비례 적용은 균형과 정제미를 보여준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미를 고스란히

    김남순 지청장 (논산지청)
    "VAR! Bullshit!"

    "VAR! Bullshit!"

    "VAR! Bullshit!(헛소리를 뜻하는 비속어)" 모로코 축구선수 노르딘 암라바트가 경기 후 카메라를 보면서 네모를 그린 뒤 외마디 던진 말이다. 이번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뒤흔들고 있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Video Assistant Referees, 비디오 보조심판이 아닐까. 우리 형 호날두도 아닌, 게다가 주심도 아닌 보조심판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 칠 수도 있겠다. 아무튼 반복되는 편파 판정이나 오심 논란을 줄이고자 도입되었다는 VAR. 정작 그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판단기준이 오락가락한다.” “판정논란이 더 많아졌다.” 연일 뭇매만 맞고 있는데 FIFA는 통계를 들이밀며 이전보다 오심이 훨씬 줄었다고 강변한다. 어디에선가 많이 보던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김대현 고법판사 (서울고법)
    뒷모습

    뒷모습

    오래전 미국 보스턴에 있는 존 F. 케네디 도서관 겸 박물관에 들른 적이 있다. 전시자료를 둘러보던 중 한쪽 벽면에 프린트된 사진 한 장을 만났다. 백악관의 집무실 앞 주랑 끝에 서 있는 대통령의 뒷모습을 찍은 흑백사진이었다. 그 큰 벽을 채운 사진이 하필이면 뒷모습이라니. 아마도 박물관 측은 누군가를 기억 속에 남기고 추억하게 하는 것은 그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이라고 여겼는지 모른다. 프랑스의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와 사진작가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 에세이집 ‘뒷모습’은 아예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은 수십 장의 사진과 그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투르니에는 부바가 촬영한 사진 옆에 “뒤쪽이 진실이다”, “뒷모습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라고 적었다. 뒷모습은 앞모습과 달리 치장과 허

    김봉원 고법판사 (서울고법)
    사티의 '짐노페디'

    사티의 '짐노페디'

    혼자서 이 음악을 가만히 듣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한 음 한 음, 심장을 톡톡 두드리듯이 고독한 소리의 울림이 밀려온다. 슬픔이 가슴을 두드리고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피아노 소리는 두드림을 반복한다. 풀어주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다. 벗어나고 싶은데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반복, 이 반복은 어디서 끝나는 것일까. 그는 애써 위로하려 들지 않는다. 사람들은 언제 관용이라는 것을 생각할까? 결국 관용은 일이 다 끝난 다음에나 가능한 것인가? 관용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결혼식 날 자신의 친지와 동료와 자신의 소중했던 모든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죽어 나갔을 때 앙리 4세의 마음속에는 관용이라는 단어가 들어설 틈이 없었을 것이다. 그가 반대파를 포용하는 낭트 칙령을 반포했을 때는 모든 것이 마무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KCL)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사이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사이

    인류의 발전은 고립사회에서 연결사회로 가는 과정이다. 인간 간의 연결을 넘어 사물인터넷을 통한 사물 간의 연결도 가능해졌다. 연결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빅데이터가 더욱 많이 축적된다. 빅데이터가 특정인에 집중되면 빅브라더가 등장한다. 현재 빅브라더 후보자는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자일 것이다. 하루를 살면서 내 정보가 수집되지 않는 시간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내 폰은 아침에 알람을 울려주며 빛 감지 기능을 통해 수면시간이 얼마였는지부터 수집한다. 출근길은? 차를 타면 블랙박스, 도로 위의 각종 정보수집 카메라, 대중교통은 정류장과 교통수단 내의 CCTV가 모두 나의 정보를 수집한다. 핸드폰의 위치 기능까지 켜 있으면 데이터 수집 업체로는 금상첨화다. 사진을 찍으면 사진을 찍은 시

    김욱준 부장검사 (대전지검)
    모른다고 말 할 수 있는 용기

    모른다고 말 할 수 있는 용기

    업무를 하다보면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사례 조사에 대한 의뢰를 종종 받는다. 그런 의뢰를 받을 때 마다 "무엇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있다"고 말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무엇이 있다"는 말은 소수의 사례만 찾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없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펴본 영역과 그 사례나 법을 찾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일일이 열거하여 이러이러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제한적으로 말 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에게 일반인이 그 전문가의 분야에 대한 질문을 하였을 때 무지를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권위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염려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전지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용상 외국법자문사 (오멜버니 서울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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